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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이 가득한 책 -『마지막 강의』를 읽고

카잔 2009. 11. 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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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나와 함께한 것은 꿈을 이룬 자만이 전할 수 있는 류의 잔잔함 감동과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교훈, 그리고 즐거운 유머였다. 저자는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대학교수다. 그는 위인이 아니었다. 젊은 날의 그는 고집이 세고 예절이라고 모르는 독불장군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생은 그에게 세월과 함께 연륜과 지혜를 가져다주었고 그 연륜과 지혜는 갑작스런 죽음 통보로 인해 더욱 깊어졌다. 저자는 세상과 헤어지기 전, 가족, 동료, 제자들과 작별할 수 있는 수개월의 시간을 아름답고 재.미.있.게. 보냈다. 나는 분명 '아름답고 재미있게' 라는 표현을 썼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저자의 삶을 공감하지 못했노라고 비판하지 말기를. 이 책에는 정말 유머와 아름다움이 있다. 시한부 인생이 아닌 내가 보기엔 참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조금 더 긴 '시한부 인생'을 불멸성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내게 의미 있는 독서 여행을 선사했다. 적어도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저자의 불완전함이다. 이것은 내게 자유를 주었다. 그는 진솔하게 자신의 부족하고 연약한 점을 드러내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용기가 있다면 보다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부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나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착각일수도 있다. 전혀 모르고 있는 대목도 있을 테니 ^^) 누군가가 나를 진지하게 비판할 때, 그 비판은 어느 정도 정당하며 그것은 세상에서 나 혼자만 아주 나쁜 놈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훌륭한 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이 형편없는 부분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절절히 인정할 때 나는 자유를 만끽한다. 저자에게서 자신의 전부를 받아들인 자의 자유를 보았다.

삶의 유쾌함이 그 두 번째다. 이것은 내게 유머를 주었다. 나는 의미도 없고 그다지 웃기지도 않는 유머를 자주 한다. 이런 유머는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웃음을 준다. 나는 나를 웃기려고 유머를 하는 셈이다. 누군가를 웃겨 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웃긴 얘기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다만 순간마다 떠오르는 유머를 던지며 즐거워한다. 문제는 나만 웃는다는 것이지만, 썰렁함을 즐기는 나를 보며 사람들도 따라 웃어 준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는... ^^
강의를 하다가도 자주 유머가 떠오르는데, 이 때는 참아야 한다.  대부분은 그것이 나만을 웃기는 유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내뱉는다. 나는 즐거워서 웃고, 사람들은 썰렁해서 비명을 지르며 웃는다. 저자는 이런 나보다 재밌는 사람이다. 책은 교훈을 전하며 웃음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나는 7년 전 직장 동료가 한 말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때로는 유쾌함이 진지함을 능가한다." 7년 동안 이 말을 품고 살아보니 조금 수정하게 되었다. "많은 경우, 유쾌함은 진지함을 능가한다."

세 번째는 이 책의 유익이다. 책은 삶과 죽음에 관하여 유익한 조언을 던져 준다. 옮긴이의 말처럼 저자는 죽음을 극복한 영웅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우리들 인생의 교사다. 책에는 지혜롭고 재미있게 사는 교훈들로 풍성하다. 곱씹고 싶은 문장들도 더러 있었다. 나에게 의미가 되어 준 몇 가지 문장을 꼽아본다.


-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다루기 어려운 테크놀로지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가르칠 수 있을까.(p.203)
- "아주 간단해. 언제라도 좋으니까 금요일 밤 열시에 내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봐. 그럼 비결을 말해주지."(p.213)
- 정직함은 도덕적으로만 옳은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기도 한 것이다.(p.223)
- 아버지는 육체노동은 어떤 사람에게도 비천한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p.232)
- 만약 당신이 두 문화 사이에서 당신만의 자리를 찾아낸다면, 두 세계의 좋은 점들 전부를 당신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p.234)


넷째는 개인적인 추억이다. 책이 내게 안겨다 준 또 하나의 의미는 사별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나는 저자가 어떤 측면에서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도 자신이 행운의 주인공임을 인정했다. "행운이란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했을, (아내)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p.273)
아! 어머니는 적어도 죽음의 순간에서는 저자보다 운이 없는 분이셨다. 지독하게도 운이 없으신 분이셨다. 돌아가시는 날 아침에는 아들의 등교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셨다. 전날 밤에는 아들의 웃는 모습이 아니라 찡그리고 불만으로 입이 튀어나온 모습을 보셔야 했다. 결정적으로 아들에게 한 마디 작별의 인사도 하지 못하신 채 이별하셔야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죽음에 관한 행운이라고는 조금도 누리지 못한 채, 대형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다.

서로에게 안겨 있던 그 순간, 재이가 무언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제발 죽지 말아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대사였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한 말이었다. 나는 그저 그녀를 더 세게 안을 뿐이었다. (p.278)


저자가 아내와 보낸 이 슬픈 장면이 나는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한 번 껴안지 못한 것이 늘 후회로 남아 있기 때문일까. 오래 전부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이 더 이상 어머니를 잊어가기 전에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전해 듣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에 대한 보다 완성된 그림을 갖고 싶었다. 망자에 대한 추억은 각색되기 마련이다. 흔히 보다 아름다워진다. 나는 어머니를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나의 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은 게다. 이렇게 하고 싶은 까닭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왠지 내가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었을 때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의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길 재촉해 주어 고마웠다.

책의 마지막 유익은 어릴 적 꿈을 진짜 이뤄낸 스토리를 보여 준 것이다. 구체적인 꿈을 가지기 시작했던 어릴 적의 이야기, 이것은 꿈의 탄생이었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꿈이 이뤄진 이야기, 이것은 꿈의 실현이었다. 탄생부터 실현까지의 모습과 자신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보여 주었기에 꿈에 관한 완전한 스토리다. 저자는 말한다. "마침내 나는 꿈에 당도한 것이었다. 나는 이매지너였다."

저자는 2008년도에 사망했다. 그러나 그가 전해 준 교훈과 감동, 웃음과 눈물은 나의 가슴 속에 머물러 있다. 강연 후,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의 목록에 한 권이 추가된 것에 저자에게 감사 드린다.

                                                                                                                - 2008년 7월 25일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