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행복, 뭐 별 거냐?!

카잔 2008. 8. 26. 17:32



이상하게도 요즘 일찍 눈이 떠진다. 피곤해서 잠을 더 자고 싶은데, 4~5시면 일어나게 된다. 즐거운 일이 많아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싶어서인가? 아님 뉴질랜드 여행의 즐거운 뒤풀이인가? 어쨌든 뜻밖의 시간에 시작되는 하루가 반갑다. 오랜만에 만나는 새벽이다.

아침 밥을 먹으려다 문득 소보루빵이 먹고 싶어졌다. 나는 소보루빵을 좋아한다. 특히 빠리바게트의 소보루빵이면 최고의 메뉴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선릉역 이면 도로의 빠리바게트 집을 향한다. 이 시각이면 갓 구워 나온 빵을 만날 수 있다. 소보루 빵을 보는 순간, 입 안에 군침이 사르르 돌았다. 와! 혀 밑으로 침이 가득 고인 것이 퍽 신기했다.

소보루 빵 2개와 샌드위치 하나를 샀다. "샌드위치는 2시간 안에 드세요"라는 점원의 말에 신명나게 대답했다. "네!" 점원이 말에 따라 샌드위치를 먼저 먹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유를 샀다.

집에 와서 보니, 내가 더 먹고 싶은 건 분명 샌드위치가 아닌 소보루빵이었다. 나는 먼저 먹어야 하는 순서가 아닌, 내가 먹고 싶은 순서를 따랐다. 히히. 맛났다. 달콤바삭한 소보루와 부드러운 빵의 조화는 딱 내 입맛이었다. 느낀다. 1,000원으로도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행복, 뭐 별거냐? 좋아하는 음식 한 조각 먹으며 그 맛을 음미하는 게 행복이네.

*

책의 원고를 쓰거나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찾는 카페 데 베르에 왔다. 자주 앉았던 자리에 앉아 와우팀원들에게 팀장서신 하나를 썼다. 이 곳에 오면 나는 여유로워지고 사색에 잠긴다. 창 밖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도 좋고, 글쓰기에 집중도 잘 된다. 가끔씩 찾아오는 쓸쓸한 고독감도 좋다. 이 곳은 집도 아니고 사무실도 아니지만, 완벽한 나만의 공간 같다. 아늑한 독립의 공간, 제3의 공간이다. 기분이 좋아지고 차분해지고 넉넉해지는 이 곳에 있으면 행복해진다. 행복, 뭐 별거냐? 좋아하는 장소에 갈 수 있는 잠시 여유를 누리니 그게 곧 행복이네.

*

친구랑 20여분 통화를 했다. 우리는 여행 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을 나눴다. 친밀함이 느껴졌다. 여행을 다녀오자 마자, 연달아 와우팀원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즐거워지고 내가 소중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대로 살다 보면 나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오늘은 친한 연구원들을 만난다. 출간 기념으로 돼지 갈비를 쏘기로 한 게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씩 더 많은 분들이지만 그들과 만나면 아주 편하다. 나는 농담을 하기도 하고, 최근의 근황을 나누기도 한다. 행복, 뭐 별거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생의 즐거움과 친밀함을 누리게 된다. 이게 곧 행복이네.

나는 내일 아침 빠리바게트 집으로 갈 것이다. 오늘 밤에는 맛난 돼지 갈비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을 것이다. 다음 주의 여유로운 시간에는 다시 이곳 카페 데 베르에 올 것이다. 나의 행복한 생을 위하여!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