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룰루랄라, 행복한 하루

카잔 2008. 9. 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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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소포 한 박스가 배달되었다. 인터넷 주문한 것도 없으니 약간의 설레임과 궁금함이 일었다. 큰 박스에는 영어로 뭔가가 적혀 있었고 4기 와우팀원이신 펌킨님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예상이 맞았다. 그러나 내용물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커피였다. 편지가 들어 있어서 읽어보았더니 팀원들과 함께 맛있게 맛보라고 하신다. 아~!

행복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는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지금은 그저 몇 시간 전의 감정을 표현하고만 싶다. 흐뭇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 헤벌레, 웃음이 나왔다는 것이 보다 정확할게다. 나는 비실비실 웃어댔고 무척이나 즐거웠다. 선물이 고마웠고, 와우팀에 대한 애정에 감격했다.

나는 벌렁 드러누웠다. 포장되어 있는 커피를 배 위에 올려 두고 행복감을 음미했다. 또 다시 헤벌레 웃음이 나왔다. 베시시 멋지게 웃고 싶었는데, 나는 바보처럼 헤벌레 웃었다. 사실, 춤을 추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 주동이가 있었다. "친구랑 같이 사는 게 유일하게 후회되는 순간이다"라고 말했더니 하고 싶은대로 하란다. 아니다. 하고 싶은대로 했다간 미친 놈으로 보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8%는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부족한 2%는 춤이었다. 98%는 이런 것들이다. 일단 웃고 싶은 대로 웃었다. 바닥에 누워서 몇 분간을 즐거워했다. 주룩주룩 내리는 감미로운 빗소리에 내가 좋아하는 재즈 선율을 더하였다. 콜트레인의 Say it 을 들었다.

갑자기 뉴질랜드에서 선물하려고 가져 온 와인이 먹고 싶었다. 순간, 다시 선물을 사려면 돈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고, 나에게 몇 만원쯤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주동에게 먼저 한 잔을 권했다. 이 놈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면서 힐끗 힐끗 이상한 나를 쳐다보는 듯 했다. ^^ 나도 한 잔을 했다. 어느 새 방은 어두워져 있었다. 재즈는 약간 어두운 곳에서 들어야 제 맛이라는 나의 지론에 따라 형광등을 꺼 두었던 게다. ^^

나는 와인잔으로 허공에다 작은 원을 그려서 와인향을 느꼈다. 와인향을 잘 모르지만 그냥 기분이 좋아지기는 한다. 와인잔을 들고 살짝 춤을 추다가 와인을 조금 쏟았다. 하하하. 온 집안에 와인향이 감돌게 되는 순간이다. ^^ 아쉬운 순간이 다가온다. 점심 약속 시간이 25분 전으로 다가왔다. 셔츠를 다리며 음악을 들었다. 재즈는 어느 새 Limbo Jazz 라는 곡으로 바뀌어 있다. 이 역시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곡이다. 경쾌한 선율에 맞춰 셔츠를 다림질했다. 와인향이 살짝 나도록 입에다 와인을 머금고 분사했다. 와인으로 옷을 다려보긴 처음이다. 그냥 한 번 그렇게 하고 싶었다. 기분이 좋아서.

셔츠를 다리며 내가 말했다. "와인을 딴 건 잘 한 것 같다"고.
주동이가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네 평생에 잘 한 일인 것 같다"고.
내 평생에?!?! 에이. 그건 아니다. 그 놈 내가 얼마나 자주 이렇게 즐거워하는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 하하하. 올해, 혹은 이번 달이면 수긍하겠다. 하하하~!

룰루랄라, 한 하루다. 근데 나 왜 이리도 즐거웠지?
오늘 밤엔 행복했던 이유를 이 글에 더해야겠다. 지금은 누려야지~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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