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

카잔 2008. 9. 30. 12:39

#1. 마음에 안 드는 어느 예쁜 아가씨

늦은 귀가길,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샀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도 하나. ^^
한 여인이 계산대에서 나랑 나란히 섰다. 그녀가 먼저 계산하고 뒤이어 내가 계산을 했다.
편의점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방금 그 여인이 앞장서 걷고 있었다.
그녀가 삼각김밥을 먹으며 걷는다는 건 내 눈 앞에서 떨어지고 있는 삼각김밥 봉지로 알 수 있었다.
"저기요, 길에 쓰레기를 안 버리면 길도 예뻐질 거예요. 그 쪽처럼 말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참았다. 무슨 참견이람. 속으로는, 한 번 더 버리면 점잖게 얘기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잠시 걸어가는데 남은 삼각김밥 껍질이 땅바닥에 버려졌다.
거리가 지저분한 것도 아니고, 아주 깨끗한 골목길이었는데...
비닐 껍질은 유유하게 하강했다. 내 기분도 뒤따라 하강했다.
조금 전 보다 더 부아가 끓었다. 없던 용기도 생겨날 판이다.
"저기요. 이렇게 깨끗한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시면 안 돼죠." 라고 싶었다. 그러나 못했다. 무서워서. 하하.

#2. 성숙하지 못한 모습의 리더

어느 교회의 이야기다. 큰 교회인 편이라 청년들만 수천 명에 이른다.
모든 청년을 알 수는 없고,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게 된다. 
부서에는 부장이라는 직책이 있다. 대학교로 따지면 학회장이고, 여느 교회의 청년부 회장 정도 되리라. 
수십에서 1백 명에 이르는 부서원들의 리더답게 성숙한 모습과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면 좋으리라.

지금 고자질하고자 하는 리더는 권위적이다. 
자신이 부서원 개개인의 상황까지 통제하려 하고, 자신에게 복종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모르는 상황이 진행되면 화를 낸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상위 리더십에 종종 대든다. 으악!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여 폭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자상해지기도 한다.
최근, 좋아하는 어떤 신입 회원에게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성경 공부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그 회원을 불러내어 두 시간 동안이나 둘이서 대화를 한 것이다.
그 신입 회원은 나에게 와서 상담을 요청했다. 그 사람 때문에 교회를 바꾸려 한다고.

#3. 나.. 짜증이 났다

두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났다.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게 보다 점잖아 보이겠지만, 화보다는 짜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인은 걷다가 확 넘어져라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 아쉽다. ^^
그 때 간절히 바랬으면 넘어졌을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 부장은, 직접 만나서 성숙한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정중히 부탁 드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멋진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정도로 완곡하면서도 애정을 담아 말할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사실. 그냥 한 대 콱 쥐어박고 달아나 버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
달아나는 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나와 직접적인 관계에 얽히고 싶지 않은 이기심 때문인 것 같다.

#4. 짜증... 그 이후

그러다가 내가 선택해야 할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다면 그걸 주우면 그만이다.
실제로 '주인 없는 쓰레기'를 주울 때에는 버린 누군가가 다음에는 그렇지 않기를 축복하며 줍기도 했다.
그런데 눈 앞에서 '쓰레기 주인'을 만나니 흥분하다니, 묘한 일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이는 사랑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어떤 이는 성실로 평가한다.
또 어떤 이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나는 쓰레기로 평가했다. (물론 순간적인 찰나에서 그랬지만 말이다.)

안 될 일이다. 그는 또 다른 어떤 면에서 훌륭한 면모를 지녔을 것이다.
(혹 최악의 상황을 따져)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더라도, 훌륭해질 가능성을 분명히 가졌다.
나는 그 가능성을 겨냥하여 그 사람을 대하면 되고 쓰레기는 내가 주워서 버리면 그만이다.
길 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그리 심각한 잘못도 아니고 다만 나만 신경쓰는 일일 뿐이다. ^^
(나 되게 째째한 사람 같네. 이런 일로 글까지 쓰다니. 으악!)

그 부장...
분명 그가 잘못한 대목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연약함일 테지.
그 연약함을 너그럽게 바라보지 못하고, 열 받는 나를 들여다 본다.
너무 높은 비합리적인 기대로 그를 평가하진 않았는지...
결국 14년차 신앙인은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본다.
그가 죄를 지었다면 죄만 미워할 일이다.
죄인까지 미워한다면 나도 죄를 더하는 것이고, 이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은 그를 위한 기도이다. 

무언가 행동하고 싶은 나로서는 이따위 수동적인 결론에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좋은 의도를 품은 사람이 다음에 할 일은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실천할 시기와 방법을 여쭙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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