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내 마음에 음악이 찾아왔으니..

카잔 2008. 9. 24. 11:21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회의를 마치고 선릉역 던킨 도너츠에 왔다. 자동문이 열리고 입장하는데, 매장 안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기분이 좋았다. 이내 <맘마미아> OST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유명한 ABBA의 '댄싱 퀸'이 아니었음에도 <맘마미아> OST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주말에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순간, 영화를 보니 내 삶의 순간을 즐기는데 도움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니, 같은 영화를 본 누군가와 대화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영화는 그렇게 사람들과 한 마음을 품기에 괜찮은 매개체다. 


주문한 도넛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다음 약속은 어느 청년과의 만남인데 한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 오늘의 할 일을 하러 들어왔지만 잠시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었다. <맘마미아> OST가 끝날 때까지. 다음과 같은 마음이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다.

 

춘서(春書)


따슨 빛 등에 지고

유마경을 읽노라니


가볍게 나는 꽃이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여 꽃밑 글자

읽어 무삼하리오

 

마음에 절절히 와 닿은 시다. 만해 선생은 삶의 여백과 자연으로부터의 배움에 한껏 취하셨으리라. 배움이 목적이라면 구태여 꽃잎을 치워 글을 읽어 무엇하리오. 당신이 맞은 찰나는 봄바람과 따뜻한 햇살, 하나의 꽃잎을 통해 배우기에 좋은 기회인 것이다. 만해 선생은 그 기회를 잡으셨고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지으셨다.


지금 내가 맞은 찰나는 감상에 젖게 하는 음악을 즐기기에 좋은 기회이다.  음악과 함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잠시 동안의 여유를 누리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창조적 휴식이고 생산적인 활동이다. 오늘은 그저 여러 낭만적인 생각으로 그쳤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휴식과 여유가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다가서는 지혜와 용기를 선사해 준다.


절묘하게 나를 찾아 온 음악에 귀를 닫고 내 할 일에만 몰두하여 무삼하리오. ^^

스스르 잠이 온다. 이제 나는 남은 시간 동안 눈을 잠시 붙여야겠다.

자연스레 나를 찾아 온 졸음을 애써 쫓아 달려가기만 한다면 그것 또한 무삼하리오.

잠시 동안의 휴식으로 내 안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 갈 길로만 걸어가리라.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