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동안, 저를 따르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나를 선생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를 표현할 때 '제자'라고 하기에 쑥쓰러워합니다.
'제자'라는 말을 쓰는 순간, 난 선생이 되는 것인데,
그 선생이란 단어가 퍽 부끄러워지는 단어입니다. 

왠지 삶과 말과 글이 일치하여 그의 삶에 사표가 되어야 할 것 같고,
늘 깨어 있는 맑은 정신으로 인도해 주어야 할 것 같고,
성실함과 치열함으로 내 분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 같아서.

하하하. 저는 그렇지 못하기에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나를 선생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제자'라고 부르기는 퍽 민망합니다.
저는 말만 그럴 듯한 사람이고, 때로는 흐리멍텅한 생각으로 살기도 하고,
성실함과 치열함은 저의 삶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제게 2006년 즈음부터 선생이라 부르며 따라다닌 녀석이 있습니다.
때로는 저를 괴롭히기도 하고(^^) 힘들게도 하지만,
종종 저를 가장 감동시키는 녀석 중에 한 놈입니다.
종종 피드백 달라고 투정하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져 들지만 나는 그 놈이 좋네요.

오늘은 그 놈의 과제를 읽었습니다. 읽다가 아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는 어느 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점점 그 과정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으며
누구나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UCLA 대학팀의 감독이었던 존 우든은 그야말로 위대한 레전드급 감독입니다.
제가 그 분은 진정 따르고 싶은 까닭은 12년 중에 10회 우승을 거머 쥔 위대한 성적때문이 아니라,
결코 다른 팀으로부터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던 대목 때문입니다.
오직 선수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목표였습니다.
저 역시 그런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재능을 발견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

그 점에서 지금 얘기하고 이 놈은 이제야 시작합니다.
이제야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이 녀석의 행보를 지켜볼 것입니다.
제가 볼 때, 그야말로 평범한 놈이었고, 어쩌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겼던 시절을 보냈던 놈입니다. 
그의 독서 리뷰 중 한 대목입니다. ^^ 

내 모습에 밑줄 긋기. 그리고 미소짓기

내 성향은 ENFP이다. 내 성향에 대해 단점만 늘어놓으라고 해도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성향들이 부러워지는 마음을 누르려고 노력했다.
독립성 부족, 섬세하지 못한 덜렁이,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
정돈되지 못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말이다.
본인의 자연스러움에 미소 지어 주기란 참 힘든 것 같다.

나는 종종 내 자신에게 까다로운 사감선생님처럼 굴 때가 있다.
내 자신의 모습이 무얼 해도 못마땅해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고는 한다.
이 책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을 읽기 앞서
나는 성격이란 무엇이 옳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임을 먼저 인정해야 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성향에 연두색 펜으로 그으면서 읽었다.
정말 이것이 내 모습인지,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좋은 모양으로 쓰일 수 있는지 기대감으로 줄을 그었고,
정말 다른 이들의 모습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그저 내 모습을 인정해주고 싶어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그가 2년 전에 책을 읽었다면, 이토록 자신을 아껴주기 위해 노력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가 성장한 대목이지요. 그가 이 성장의 간격을 돌아 보며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뻐함이 주는 에너지로 내일을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엔 자신이 원했던 일을 해내어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이미지처럼 동화처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제가 읽고 있는 책과 추천하는 책을 구분합니다.
별다른 언급이 없으면 그냥 제가 읽고 있는 책인 셈이지요. ^^
오늘 언급된 책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은 추천합니다.
MBTI에 관한 책이고, 자신과 타인을 아는 데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이 알차고 유익합니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왕씨 2008.12.10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흐흐~ 그 제자가 누군지 알거 같아욤^^ 오호홋^^ 배우고 싶은 점이 한껏 많은 사람이죠^^

    • 보보 2008.12.11 1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신이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정작 본인은 잘 모르고 있지요.. ^^

      왕씨님도 제게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2. anne 2008.12.10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왠지 마음이 어지러운 날입니다.
    잘 해보려고 했던 일들이 얽혀서,
    누군가는 내게 서운함을 말했습니다.
    참고 참았던 답답함을 이야기했지만,
    누군가는 그저 참아보라고 말했습니다.
    속상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괜시리 걸어가는 골목길에서 스스로가 못마땅하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바쁘신 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녁시간, 조용히 지내는 것은 선생님의 작은 기쁨임을 알면서도,
    저는 또, 선생님께 전화했지요^^

    내 역량과 능력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답답해하던 내 마음을 이미 아신듯,
    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께서 해 주신말.
    "괜찮다...괜찮다..."

    시린 바람을 맞으며, 친구와 싸우고 울며 집에 온
    아이를 안고서는 등을 쓰다듬으며
    엄마가 나즈막히 달래주는 말처럼
    "괜찮다...괜찮다..."

    사람들에게 지치고, 세상에 부딪히고,
    스스로의 한계를 경험하고
    지쳐 앉아있는 내 영혼에 해주어야 할
    "괜찮다...괜찮다..."

    저 지금도 속상해하고 있다가
    이 글을 보고서는
    제 작지만, 귀한 성장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느린 성장이지만, 지표가 있고
    모퉁이돌이 있으니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감사합니다.
    조금씩 성장할 때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존경해요~아시죠?히히

    • 보보 2008.12.11 1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이 참 좋네.
      나를 칭찬하는 글이어서 그런가? ^^

    • 세계평화 2008.12.12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희석 선생님과 와우팀원 간의 훈훈하고 멋진 모습이네요~^^
      (와우팀원이라는 것이 부럽기까지 한 걸요?^^;)

      anne님의 글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갑니다~^^
      당신의 고민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저 만나면 따스하게 안아 드리고 싶네요~~

    • anne 2008.12.15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고민을 알지 못하지만, 안아주겠다는 말씀.
      감동이네요.
      많은 경우에 앎이 주는 명쾌함보다,
      모르고도 안아주는 따스한 사랑이 훨씬 힘이 되지요^^
      이번주 토요일에 뵐수 있을까요?
      신청자명단 확인해봐야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