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이정하 시인의 <한 사람>이라는 시 중에서 옮긴 말이다.
나에게도, 소식이 알고팠고, 우연히라도 한 번쯤 만났으면 했던 여인이 있었다.
그녀를 예상하지 못한 날에, 우연히, 1년 6개월 만에 만났다.

아...
수많은 사람들 속에 우린 한 마디 말도 못했고,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마주쳤기에 용기내어 한 마디를 건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은 없었고, 시선은 도망갔다.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묘하게도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궁금한 게 많았다. 환히 웃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었다.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었다.
그러나 소박한 나의 바람들은 하나같이 이뤄지지 못했다.
소식 하나 얻어듣지 못했고, 무표정한 표정만 가슴에 남았으며, 어색한 침묵의 찰나만 맛보았다.

야위여진 듯한 모습에 이런 저런 걱정을 하는 마음.
올해로 기한이 끝나니 이사는 어떡하나, 하는 궁금함.
직장 생활은 어떠한지, 교회 생활은 어떠한지.. 괜히 소식을 묻고 싶은 심정.

이정하 시인의 또 다른 시가 꼭 내 마음을 그린 것 같다.
<너의 모습>이라는 시의 일부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야,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그늘이 깊듯
네가 남긴 그늘도 깊네.


참 멀리도 떠난 길이지만 그만큼 그늘도 길었나 보다.
이제는 다시는 그녀를 못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먼 훗날, 다시 만나더라도 더 이상 마음 아픈 날이 아닐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그 때보다 잘 살아가는 나를 볼 때마다
맛난 음식을 먹을 때나, 좋은 구경을 할 때마다
그녀를 떠올렸던 지난 날이 아직은 마음이 짠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이
이 아픔도 조만간 끝나리라.

하나 둘, 그녀와의 추억을 가슴에 묻는다.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또 하나의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추억을 덮는다.
가슴 아팠던 사랑을 떠나보내는 슬픔의 눈물로 더욱 다진다. 
 
추억을 가슴에 묻어, 다짐으로 덮고, 눈물로 다졌다.
머지 않은 날에 사랑의 씨앗 하나를 심을 수 있으리라.

너무 성급히 덮어버리거나,
너무 오랫 동안 음미한 것이 아니라면,
사랑의 상처는 또 다른 사랑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이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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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1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11.22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너의 멘트가 완전히 고공 비행이구나.
      수준이 높아서 이젠 하산해도 좋을 듯~! 하하.

      2년 동안, 너는 참 많이 성장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스스로의 도약을 지켜 보며
      기쁨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시게.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건 어떠냐? ^^

    • anne 2008.11.22 1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틈만 나면 나오는 하산 이야기.
      선생님. 억지로 짐싸서라도 내려보내고 싶으신가봐요.ㅠㅠ
      (갈때되면, 갈꺼예요~ 흥-,.-)

      다산과 황상.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을까요?
      멀리서 그리워하고, 조용히 기도하는 것보다는
      전 옆에서 붙어있고, 크게 방언기도해드리는게 더 좋다는^^그게 저 다운 존경법^^ 히히히

      나중에 정말 선생님이 탐낼만한
      학문적 동지가 되고싶네요.
      제발 등산하라고 권면할만한 ㅋㅋㅋ
      하산은 그만 권면하세요~

    • 보보 2008.11.23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팀장으로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너에게 맞는, 너다운 존경법을 생각하여
      나에게 요청하는 걸 보니 네가 건강해졌음도 느껴진다.

      학문적 동지라... 기대되는 걸.
      올겨울부터 나랑 함께 책을 읽어볼까? ^^
      토요일 아침에 둘만의 책 나눔을 하는 게지.
      둘 다 학문적인 기초가 없으니 쉬운 것부터 해야 할 게다.

      - 돈 리처드 리소 『에니어그램의 지혜』
      -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서문』 책세상
      - 진중권 『미학 오딧세이』
      - 톨스토이 『예술이란 무엇인가』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식인의 죽음』
      - 노암 촘스키 『촘스키, 사상의 향연』
      - 강영계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어떠냐?
      네가 지겨움을 느끼지 않도록 주제를 다양하게 했다. ^^
      너의 관심과 나의 관심을 섞으려 했다.
      모두 읽으려면 5~6개월 정도 걸릴 것 같구나.

      한 번 해 보자. 나도 공부하고 싶걸랑. ^^

    • anne 2008.11.24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wow!
      너무 기대되요!
      이런 고백을 해도 되려나요?
      예전보다 선생님 선정책들이 훨씬 맛깔스러워진 느낌.
      제가 큰 것이거나,
      선생님이 저를 잘 알게 된 것이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좋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께요~

    • pumpkin 2008.11.26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선생님의 앤에 대한 댓글..
      살짝 훔쳐(?)읽고..
      리스트..제 책 리스트에 올렸어요..

      정말 흥미로와 보여요..
      게다가..
      조오오기~ 리스트중에..
      우리 '진'씨가 있어서...
      더욱..감개무량하다는...하하하하~ ^^

      '진씨'성이 흔치 않다보니..
      저..그거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훌륭한 사람이 진씨면..정말 흐뭇하고 신나고..
      나쁜짓 한 사람이 진씨면..
      마치 우리 집안사람인거마냥..속상하구..

      암튼..
      제가 일케 별것에 다 일케 민감하게 굴어요..^^;;
      정작 민감해야할거엔 무덤덤한..큭큭~

    • 보보 2008.11.26 1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anne아.
      네가 크고 성장한 거지.
      하하. ^^

    • 보보 2008.11.26 15: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펌킨님, 정말 재밌어요. ^^

      제가 모교회의 목사님 성함이 진희성 목사님이셨답니다. ^^
      제가 좋아하는 노래, <낯설은 아쉬움>은 진시몬이라는 가수가 불렀지요.
      존경하는 사상가의 성도 '진' 씨네요. 하워드 진. ^^

      그리고...
      언젠가 펌킨님만을 위한 추천도서 리스트도 선정해 보겠습니다~ ^^
      많이 애용해 주세요.

    • pumpkin 2008.11.27 0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워드 진..
      하하하하하~ ^^;;
      돌아가시겠어요 증말~ ^^;;
      압권이었어요~ 하하하하하~ ^^

      진씨는 진씨 맞네요..^^;;

      펌킨만을 위한 추천 도서 리스트~
      와우~ 정말요~??

      *콩닥콩닥~*

      정말 기대돼요~ ^^

      정말 와우를 하면서 달라진 여러가지중에..
      가장 크게 달라지고..
      스스로 젤루 신기해하는것...

      다음 책으로 넘어갈떄..
      느껴지는 두근거림이죠....
      그래서..호기심이 더 발동하고..
      책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정말..책이 좋아졌다는거...
      그게 제가 너무나도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들중의..
      하나에요..^^

      기다려지네요..
      저만을 위한 리스트에..
      어떤 책들이 들어갈지..^^

      예쁘게..
      얌전히..
      착하게 기다리겠습니다..하하하하하~ ^^

    • 보보 2008.11.27 0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 선정을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담은 메일을 드릴 거예요. ^^
      회신을 읽고서 정성스럽게 선정해 보겠습니다. 호호.

    • pumpkin 2008.11.27 0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선생님 편지 언제 주실건데요..??
      기다려지네요~ ^^

    • 보보 2008.11.28 1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제 와우팀에 대한 메일 하나를 보냈지요.
      질문 메일은 아마 주말에 보내 드릴 듯~ ^^

  2. pumpkin 2008.11.21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정하..시인...
    한때 미치도록 그의 시에 파묻혀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의 감성인지..내 감성인지..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준 그의 시..
    동갑이라는 것이 그렇게 감성까지 같게 만드는건가..하는 착각을 하면서..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이..
    내게 형별로 느껴졌을 그즈음...
    그렇게 그의 시안에 푹 잠겨 보냈더랬습니다..

    '사랑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라는 그의 글은..
    목을 졸라오는 그리움에 눈물도 못흘리게 했더랬지요...

    잊으려 노력하지 않았지요..
    잊으려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나를 발견하고..
    그렇게 그리움을 안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

    선생님의 느낌에..
    감히 토를 달고 싶지 않네요..
    그 맑음이..아름다움이..퇴색되어질것 같아..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지난 날의 저를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행복함에..
    밝고 웃는 저를 보면서...
    삶은 아름다운 것임을 느끼게 해준...
    그사랑에 감사하는 오늘입니다...

    • 보보 2008.11.22 1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행복하신 펌킨님을 보며 저의 밝은 미래를 희망해 봅니다. ^^

      저도 아픈 사랑에 감사한 구석이 있지요.
      가요의 노랫말을 가슴 절절히 음미하게 해 주었으니.
      아픔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으니.
      무엇보다 나를 조금 더 성장하게 해 주었으니.

      고마워요. 펌킨님. ^^

  3. 김소라 2008.11.21 0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아린 사랑의 감정을... 전 언제 또다시 느낄 수 있을까요?
    사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미치도록 그립네요... ㅋㅋ

  4. 2008.11.21 0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시골친척집 2008.11.21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의 상처는
    어떠한 모양의 사랑이든 다음 사랑을 키우는 좋은 토양이 분명코 맞습니다

    • 보보 2008.11.22 22: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랑의 상처는 또 다른 사랑을 키우는 토양.
      이 표현을 생각해 내고선 혼자 흐뭇해 했지요.
      또 저 혼자 자뻑 모드로 들어간 거죠.

      시골친척집님이 이렇게 동의해 주시니 다시 자뻑하며 즐거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