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브라질 여행 단상] 위대한 에너지, 용기

카잔 2009. 2. 16. 20:36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밖으로 물 한 병을 사러 나갔다.
지난 번에 리오데자네이루에서 500ml 물 한 병과 콜라 하나를 샀더니 3.50 REAL(브라질 화폐) 이었다.
5 REAL 짜리 지폐 하나를 들고 나갔는데,
가게에 갔더니 1.5 리터짜리 밖에 없었다.
5 REAL보다는 비쌀 것 같았고, 돈을 더 들고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순간, 물과 5 REAL을 함께 들고 살 수 있냐는 제스처를 취할까, 하다가 포기했다.
가게에는 사람이 많았고, 점원이 내 체스쳐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나왔고, 다른 가게로 향하며 용기가 없었음을 느꼈다.

나에게 종종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독후감을 써서 보내는 이들도 있고,
강연 때 내 준 과제를 성실히 작성하여 보내 준 이들도 있다.
그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자신이 한 것이 "형편 없는 것 같아 부끄럽다"는 것이다.
나는 거듭 말한다. "전혀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처음엔 누구도 그렇게 시작하니까요"라고.
이 말은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브라질에 처음 왔고 포르투갈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밖에 모르는 초보자다.
무엇이 부끄러운 것일까?

나는,
자신을 너무 의식한 것이다.
실수라도 할까봐. 웃음거리라도 될까봐.
하하. 이것이 바로 초보자의 마음이구나.
용기를 발휘하기가 이토록 힘든 것이구나.
전문가들이야 실수를 해도 사람다움이고 정말 실수일 뿐이지만,
초보자들에게 실수는 실수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드는구나.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왜 '용기'를 최고의 에너지 수준이라 했는지 절감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용기가 필요함을 느꼈다.
주말, 두 번의 강연을 진행했던 용기의 결과였다.
청소년 강연은
나와 다른 문화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성인 강연은 이제 겨우 일주일 동안 '머문' 사람이
수십 년을 '살아 온'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야 했다.
모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또한 나보다는 청중들에게 관심을 돌려야 하는 일이었다.
준비한 강연 내용을 전하기 전, 일주일 동안 브라질에 있으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전했다.
그 이야기는 이곳에 사신 분들에게는 풋내기 생각일수도 있을 것이다.
말을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잘 몰라서 이렇게 느낀 것은 아닐까?'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관심을 청중에게로 돌리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내가 브라질에 온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음을 안다.
나는 그저 내가 느낀 점을 초심자의 입장에서 말하면 어떤 분은 뭔가 얻을 것이다.'

삶의 모든 과정에서, 일상의 모든 일에서 용기가 필요했다.
오직 안주하고 편안함에 머무르려는 사람들에게만 용기가 필요없다.
도전하고 성장하려는 모든 이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릎쓰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전히 두렵다. 다른 문화권에 와서 강연을 한다는 것이 이리도 힘겨울지 몰랐다.
결국 강연이 강연 콘텐츠에 대한 지식과 청중에 대한 지식이 잘 어우러져야 함을 새삼 느낀다.

'결정적인 순간에 소심해지는' 나를 보며 속상하기는 이곳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락하고 싶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이른 시간인가 등 이것 저것 따지다가 연락을 못했다.
결국, 용기를 외치고 다닌 나였지만 내게도 용기는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낀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