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벤쿠버여행 2일차] 스탠리 공원에서 추위에 떨다

카잔 2009. 2. 27. 10:55


2월 26일 목요일, 새벽 2시 20분에 깼다.
상파울로보다 5시간 늦어진 시차에 아직 적응을 못한 게다. ^^
새벽에 여행 중 기록한 메모를 정리하기도 하고, 욕조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멍하니 있는 것도 아닌데 새벽 시간을 잘도 흘렀다.

아침이 밝았다. 창 밖을 보니 밤새 눈이 왔다. ^^ 차 지붕 위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을 나왔다.
근처의 만만한 식당에 들어가 오믈렛을 주문했다.
햄과 치즈, 버섯이 들어간 스페셜 오믈렛이란다.
약간의 으깬 감자와 토스트가 함께 나와 배부르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르려다가 비용 절약을 위해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인터넷 연결을 위해 이곳 저곳 들어갈 계획이었고 저렴한 곳부터 들쑤시기로 한 게다.
맥도널드에서 1,500원짜리 핫쵸코를 주문했다. 인터넷까지 가능했으니 수지맞는 장사다.
8시 20분부터 3시간 남짓 인터넷 서핑을 하고 밀린 메일 회신 일부를 완료했다.

호텔 객실로 들어오니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팁 USD 1$ 가 가지런히 정리된 책 뒤에 놓여 있었다. 
그 돈을 들고 같은 층의 다른 객실을 청소하고 있을 룸 메이드를 찾아갔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카트 위의 객실 정리표에 적힌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청소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실례합니다... 니나? 궁금한 게 있어요.
저는 518호실 투숙객인데, 당신에게 줄 팁을 안 가져가셔서요."
그녀는 너무 가지런히 놓여 있어서 미처 팁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것을 드릴께요. 그런데 팁은 보통 미국 달러로 주나요, 캐나다 달러로 주나요?"
"Whatever." 그녀의 기분 좋은 대답에 나는 미국 달러 1$을 주고 돌아왔다.
 518호실로 향하다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가 주머니 속에 있던 캐나다 달러 1$도 주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했고 중국인이냐는 물음에 베트남에서 왔다고, 이제 겨우 2개월 되었단다.

방으로 돌아왔더니, 선물 받은 쵸콜릿이 몇 개 있었다.
들고 다시 룸 메이드에게로 갔다. 두 개를 주며 몇 마디를 나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4가족이 함께 캐나다로 왔단다. 베트남 교육은 좋지 않단다.
나는 주제 넘게 상파울로에서 만난 한국 교포들의 이민 성공기를 들려 주며
그녀의 가족도 멋지게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거듭 고맙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발걸음을 돌렸는데,
나야말로 거듭 그녀의 용기 있는 삶에 마음 속으로 박수를 거듭 보낸다.
객실로 돌아와 원맨쇼를 잠깐 했다. 홀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 

관광 나서기 전 홀로 표정 연습 원맨쇼~ ^^


오후에는 관광을 하기 위해 호텔에 들러 가방을 바꿔 메고 나섰다.
스탠리 공원 관람을 위해 카메라를 챙기고 작은 가방을 멨다.
롭슨 거리 등 시내 구경도 할 겸 걸어서 스탠리 공원을 향했다.
스탠리 공원을 향하는 길에서 벤쿠버의 아름다운 빌딩들을 감상했다.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고, 저렴하게 보이는 몽골리안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갔던 3군데의 식당 주인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벤쿠버에 세계 최대의 차이나타운의 존재를 식당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점심을 먹었던 몽골리안 식당은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부페식으로 준비된 여러 가지 음식 재료를 담아 요리사에게 건네는 식이다.
한 그릇에 무조건 7 CA$ 였고, 사람들은 재료를 꾹꾹 눌러가며 담았다. 
그 중에도 한 커플은 재료 하나 넣고 손바닥으로 누르고 또 하나 넣고 손바닥으로 눌러댔다. 
나는 그들에 비하면 아주 점잖게 집게로 살짝 누르는 정도였다. 한국의 선비 정신처럼. ^^

먹어 보니 맛이 아주 좋았다. ^^ 가격도, 맛도 마음에 들었다. 
왠지 마음에 드는 식당이었고, 특이한 운영 방식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괜히 영업장에서 사진을 찍는 게 미안하여 주인장으로 보이는 분에게 부탁을 했다.
"저는 한국의 Writer인데, 당신의 가게를 제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실, 블로그에 소개할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렇게 말했으니 귀찮음을 이겨내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주인장은 자신의 요리사와 함께 포즈를 취해 주었고
나는 조금은 마음 편히 이런 저런 사진을 찍었다. 



기분 좋게 점심 식사를 하고 스탠리 공원을 효과적으로 구경하기 위해 자전거를 빌렸다.
시간당 5 CA$ 였고 2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나갔지만 5분도 안 되어 깨달았다. 
자전거를 타기에는 조금 차가운 날씨라는 것을. 
(아침에 눈이 온 정도니 대략 감 잡으시기를.)

큰 공원을 구경하려면 페달을 밟아야 하고
페달을 밟으면 장갑도 끼지 못한 손은 얼어 터지려 하고.
미니멈 2시간 대여료는 기본으로 지불해야 한다니
자전거 대여료라도 건지려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바닷가에 잠시 머물러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결국, 한 시간 만에 자전거 타기는 포기해야 했다. 
장갑을 사서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하고, 일단 후퇴다. 
다음은 터지려는 손 부여 잡고 찍은 사진 몇 장이다. 


호텔로 돌아와 내일 호텔 예약을 위해 몇 가지를 확인하고
지금은 호텔 근처의 카페에 왔다. 오후 7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
깨어난지 17시간이 다 되어간다. 저녁 식사를 하면 아마도 잠이 올 듯. 
괜찮으면 장갑을 사서 들어가야겠다. 내일은 정말 손이 얼어 터질지도 모르니. 

2월 평균 기온이 영상 7~8도라더니...! 대체 이게 뭐람?
사실, 기온이 얼마인지, 벤쿠버에는 어떤 명소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조사를 해 오지 않았다. 
그러니, 불평할 자격도 없고, 불평도 없다. 다만 손이 시러워 엄살 떠는 것일 뿐. ^^
내일은 아무런 생각이 없이 여행을 떠나 온 것에 대한 나의 변명을 늘어놓아야겠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