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강연 후에 찾아오는 감정들

카잔 2009. 3. 17. 15:07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늘 어떠한 감정이 일어난다.

괴로움. 강연을 망친 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브릿지증권, 오로라월드, 천성교회, 서부교회. 한국NSK,
일년 중 몇 번의 강연에는 이런 괴로움이 찾아든다. 으악!

평온함. 그럭저럭 잘 마무리된 날이다.
도서출판 예수전도단, 와이더댄, 전경련 EIC, 대원외고, 이화외고, 은성교회, 무학여고.
엔트리브소프트, 인포유, 일동제약, 삼성SDS, 경희대학교, 순천시립도서관
나의 사명에 연결된 일을 했다는 평온함이 들어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한 날이다. ^^

기쁨과 충만함. 강연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날이다.
에틱스아카데미, 성김대건성당, 삼육외국어학원, 강릉대학교, 아모레퍼시픽, 휴잇어소시엇츠,
한성시스코, 퍼스트유. 전인학교. 보끄레머천다이징. 토마스홀딩, 서현교회. 대명리조트
참가자들도 만족한 강연이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매우 흡족함을 느끼는 아주 행복한 날이다.

그리고 그리움.
거의 모든 강연.
강연을 마치고 나올 때, 기쁨 혹은 아쉬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가끔씩은 헤어진 여자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

지난 주일 강연 후에는 그리움이 더욱 진했던 날이다.
강연을 했던 건물을 나오는 순간, 누군가와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니, 속깊은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 용건 없는 통화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

여자 친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친구가 없으니, 물망에 오를 사람이라도 없나, 하고 사람들을 떠올렸다.
도무지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결국 나도 모르게 1번을 눌러서 통화음을 기다렸다.

아직 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이다.
뚜우---, 뚜우--- 들리는 신호음에다 이렇게 말했다.
"야이! 빙시XX야. 죽을래? 왜 니 생각이 나는거냐?"

'빙시'는 나를 부르는 내 친구의 전매특허인데,
이 날은 나도 친구를 이렇게 부르고 싶었다. 부르고 나서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

신호음이 멈추고 전화기 너머에서 "여보세요?" 대신에 (역시) "빙시야~" 라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녀석은 늘 나의 전화를 이렇게 받는다. 자기가 걸든, 내 전화를 받든.
나는 늘 "왜?" 라고 무뚝뚝한 목소리에 애정을 실어 답한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가능하다. ^^

그런데, 오늘은 나도 동시에 미리 연습해(^^) 둔 말을 건넸다.
"야이! 빙시XX야. 죽을래? 지금 이 시점에서 왜 니 생각이 나는거냐?"

이어서 내가 전화를 걸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여자 친구랑 통화하고 싶었는데 결국 네가 생각나더란 얘기를.

친구놈이 마구 웃는다. 나도 웃었다. ^^ 
친구놈은 오랜만에 가족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오늘이 어머님 생신이라 와이프랑, 누나 가족, 형님 가족 모두가 와서 엄마랑 있단다.
부러움 보다는 친구의 행복이 나에게까지 진하게 전해져 마음이 포근해졌다. ^^

이렇게 나의 허전함은 친구와의 전화 통화로 사그러들었다.
허나, 그리움... 언제까지나 이렇게 친구랑 나눌 순 없는데... ^^
친구 와이프가 알면 둘다 혼날지도 모르는데... ^^ 하하하.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