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느낌형의 사람들

카잔 2009. 3. 22. 18:10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 들려오는 노래에
온 몸이 마비되듯 얼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기에 감전되듯 온 몸이 짜릿해지며
우수, 그리움, 아쉬움 등의 여러 감상에 빠지는 사람들.

빠져드는 정도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놓고 잠시동안 (혹은 한 동안) 멍해지는 증상을 가졌다.
몸을 빠져 나간 정신이 금방 돌아오든, 오랜 시간 동안 감상에서 허우적거리든
그 시간 동안에는 도무지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다.

'느낌형의 사람들'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종종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주로 '사고형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답답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사고형의 사람들은 감상에 빠지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다그치지만,
느낌형의 사람들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감상을 이기지 못한다는 게.
게으름을 변명하는 게 아니라, 
감상이 너무나도 진해 정말 감당할 수가 없는 게다.
게으름이 한 몫을 한 경우도 있지만,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이유도 있다.

얼마 전의 일이다.
<보보의 해피레터>를 써야 하는데.. 이미 마감시간을 넘겨가고 있는데..
이문세의 '옛사랑'이 들려오자, 나는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얼마 동안, 그리움에 잠겨 있다가 깨어 나서야 글을 쓸 수 있었다.
오늘은 주일 오후. 여느 때와 달리 멍한 채로 반나절을 보냈다. 어떤 감상에 빠졌기에.

나는 '느낌형의 사람'인 것이다.
지인들 중에는 '느낌'의 정도가 나보다 훨씬 더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다.
같은 음악을 무한 반복하여 듣고, 밀려오는 감정에 넋을 놓기도 하는 그런 경험.
눈물 한 방울 툭 떨어뜨리기도 하고, 진한 고마움에 한 동안 감격해하는 그런 경험.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이문세의 '옛사랑'을 반복하여 듣듯이.
그 노래를 들으며 이런 저런 감상에 젖어 들듯이.


         <옛사랑>
   

                    - 이문세 노래
                      이영훈 작사/곡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 빈 하늘 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다
후회가 또 화가 난 눈물이 흐르네
누가 물어도 아플 거 같지 않던
지나온 내 모습 모두 거짓이야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 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 두듯이

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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