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마음앓이

카잔 2009. 4. 8. 22:41

부탁

11시 20분에 동료와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선릉역에 도착하니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도봉산역 근처까지 다녀 왔으니 하루가 지나버렸다.

절친한 회사 동료의 부탁이었지만 처음에는 거절했다.
오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녔고, 해야 할 일도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할 일이 많아져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지난 주에 차를 마시며 넌지시 하지만 강하게 이번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동료는 다시 한 번 부탁했고 나는 그의 거듭되는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란, 모 부대의 병사 교육에 참가하여 강사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었다.
올해부터 시작된 교육이라 여러 가지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랬다.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발걸음이라는 점과
강사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 이 두 가지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강사는 여중위였다. 중위이니 젊다. 열정이 있었고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한 시간 20분 정도 그녀의 강연을 지켜보았다. 메모를 하기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에겐 분명하게 드러나는 재능이 있었고, 여러 가지 가능성도 보였다.
강연이 끝난 후, 정성스레 피드백을 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녀가 집중할 수 있도록 세 가지만 말했다.

굉장히 바쁜 주간인데 먼 곳까지 다녀 오느라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오르는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의 짧은 만남이 젊은 여중위에게 의미 있었던 시간이길 바랬다.
그의 열정으로 인하여 한 나절을 투자해 피드백을 건넨 것임을 알아주기를.
이것은 그녀에게 뭔가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애써 시간내어 걸음한 것이 헛되지 않도록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여 더욱 효과적인 강연을 펼치는 강사가 되면, 이야말로 나를 돕는 것이다.
나의 피드백이 정교하지 못했더라도 내 마음이라도 알아 주어 멋진 강사로 성장하시길.


치열함

오전에 3시간의 강연을 해서 그런지,
어젯밤 잠을 많이 자지 못해서 그런지,
봄날의 오후여서 그런 것인지, 오늘은 몸이 나른했다.

문득, 하루 3번의 강연까지 했던 기억이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보다 내 삶의 치열함이 옅어진 것 같다.
다짐한다. 다시 회복하기로.


거짓말

오늘도 적잖은 일정이었다.
이동 시간을 제외해도 10시간이나 필요한 일정이었다.
수영. 새벽 1시간. (역삼동)
강연. 오전 3시간. (석촌동)
목사님과의 만남. 오후 3시간. (신당동)
연구원 미팅. 저녁 3시간. (강남)

반갑게도(?) 연구원 미팅이 다음 주로 연기되었다.
어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에도 연기 소식은 반가웠다.
쉬고 싶었던 것이다. ^^ 또한 내게 주어진 자유 시간이 좋았다.
연구원 모임 취소 소식이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와우팀원이었고, 오늘 우리 집 근처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단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오르는 도중에 녀석의 전화를 받았다.
면접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녀석은..

시간 괜찮으면 뵙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이런 대답을 했다. 연구원 모임이 있다고. 
아이고! 거짓말이었다. 취소되었다고 전해 들은 후였으니.
홀로 있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집에 가고 싶었다.
좋아하는 녀석이었지만 오늘은 그랬다.
미안한 마음이었고 사과를 전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죄책감을 떨치고 싶은 나의 이기심일까?
다음 번엔 진실하고 싶은 그를 향한 나의 애정과 노력일까?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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