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월의 슬픔

카잔 2009. 4. 12. 22:41

 

졸업식장에 오신 엄마


#1. 어머니 기일

며칠 전, 4월 2일은 어머니 기일이었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가 되었다. 세월은 지체함이 없다.

나는 청도 인근의 남성현 고개, 어느 작은 산으로 갔다.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곳, 앞에 서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곳.

망자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기에 (그래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망자를 그리는 이들은 그의 뼈가 묻힌 곳을 찾는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기에 항상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그리움이 절절해지거나 특별한 날이 되면, 발걸음이 그 곳을 향한다. 묘하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엄마 묘 앞에 두고 왔는데 아직까지 있을까?
책은 없었다. 궁금했지만, 의붓아버지가 가져가셨나, 하고 생각했다.
올해 기일에는 외삼촌, 외숙모,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에게 갔다.
'누나에게 나도 한 번 가 보자' 하며 외삼촌이 따라나선 것이다.

넷이서 가기는 처음이었으니
엄마가 더욱 반가워하셨으리라.
당신의 어머니와 아들 뿐 아니라, 남동생과 올케도 함께 왔으니.
그 날, 할머니는 여느 때보다 더 서럽게 우셨다. 많이 많이.
큰 아들과 함께 오시니 큰 딸이 더욱 눈에 선하도록 그리우셨으리라. 가슴이 미어졌다.

외할머니께선 한참을 우시다가 "석이가 저렇게 컸다. 영화야 니 모르제?" 하셨다.
"모르긴 왜 몰라요. 다 보고 있는데..." 외삼촌이 노모를 달래었다.
먼 발치에 앉아 엄마를 지켜보던 나, 삼촌과 할머니의 대화를 듣고 울컥한다.
몰래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의 가슴 아픔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삼촌이 내 곁에 오셔서 앉으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엄마와의 추억을 여쭈었더니 몇 장면을 말해 주셨다.
언젠가 삼촌과 단 둘이서 엄마에게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몇 달 전, 할머니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며 녹음한 것도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고, 모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14년의 시간보다 

엄마가 떠나시고 살아 온 날들이 더 많아질 무렵부터 그랬다.

#2. 봄날의 슬픔

2009년 4월 2일은 봄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17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그 날도 볕이 좋은 날이었다.
나는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 가끔씩 슬픔 한 자락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슬픔의 원형이라고들 하는가 보다.


#3. 외할머니의 슬픔

"하나님이 데리고 갔다 해도 슬픔이 지워지지 않어.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아..."
2000년 7월 19일, 할머니가 하신 말이다.
나는 이 말씀이 지워지지 않는다.


#4. 나의 슬픔

엄마랑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헤어진 것.
이젠 더 이상 엄마 머리칼을 꼬아가며 잠들 수가 없다는 것.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만이라도 만나고 싶은데, 이뤄질 수 없다는 것.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 낼 수 있었던 엄마를
,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 『엄마를 부탁해』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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