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결단을 내리는 능력

카잔 2009. 3. 26. 22:04


장면 #1. 무슨 영화를 보지?

영화 뭘 볼까?
저는 아무거나 봐도 상관없어요.
그래? 그래도 보고 싶은 거 없어?
저는 영화 다 재밌게 봐요.

이렇게 해서 베이징 여행에서 만난 우리 일행은 
그저 시간에 맞는 영화를 선택했다.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젊은 놈이 왜 이다지도 현실적이란 말인가!
로맨틱 코미디의 비약적인 전개에 지루해하며 결국 졸고 만다.
영화 다 재밌게 본다는 말이 무색해지게. 쿨쿨. ^^


장면 #2. 언제쯤이면 나의 이상형이 내게 데이트를 신청할까?

우리는 이틀 동안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작은 동산에 올라 바닷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맛있는 일식집에서 정식을 시켜 분위좋게 식사를 하기도 했다.
버스 여행을 하며 낭만적인 분위기에 빠져 보기도 했고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관람한 후 감동에 잠기기도 했다.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즐겁게 헤어졌다.

편안한 우정보다는 가까운, 허나 연인은 아닌 우리 두 사람.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딱 한 번 만났던 이틀 간의 데이트.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좋은 감정은 있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생각했고, 데이트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사귀자고 고백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나에게 데이트는 수동적인 것이었다. 누군가가 내게 제안하는...



유난히 결정하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을 선택하면, 포기하는 저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고
저것을 선택하면, 혹시 이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고.

결국, 그들은 좋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보다 더욱 악화된 상황을 맞이한다.
그것은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질질 끄는 것이다.
선택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발전을 가장 방해한다.

결단력과 우유부단함 사이에서 굳이 나를 가르자면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다.
쇼핑을 할 때에도 30분을 돌아본 후에 결정을 못해 '에이, 다음에 사자'고 돌아서곤 했다.
점심을 먹을 때에도 속시원히 "오늘은 순대국밥 먹어요"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데이트를 할 때에는 배운 게 있어 주도를 하는 편이지만,
데이트가 아닌 모든 경우에는 늘 선택을 하기보다는 끌려 다닌다.
사람들이 잘 믿지 않지만, 나는 주장이 분명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볼 때에는 이것이 내게 자연스럽고 편하다. 
문제는 삶의 중요한 사안 앞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내게 꼭 맞는 이상형이 나를 찾아와서 데이트 신청을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니!

두 차례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했던 조지 패튼 장군의 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결단을 내려라.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훌륭한 리더는 고사하고 결혼이라도 하기 위해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면 결단을 내리겠다.
나는 늘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능력은 없지만, 잘못된 결단을 고쳐나가려는 태도는 가졌다. 

돈이 아까운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은 이미 관람해 버렸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 여인도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
덕분에 결단을 내리는 능력을 매일같이 연습해야겠다는 동기 부여 하는 제대로 건졌다.

[덧]

행동파들에게는 신중함이 필요한 것처럼
생각파들에게는 결단력이 필요하겠지요.

조합이 잘못되어 생각파들이 신중함까지 갖추면 우유부단해지고,
행동파들이 결단력만 갖게 되면 경솔해지겠지요. ^^

이 글은 우유부단한 사람들을 위한 글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싶었답니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