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의 성격에 대한 단상

카잔 2009. 4. 30. 12:49


8년간 IVF 간사로 활동했던 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적 도전을 받게 되고
진리 안에서 자유하는 그의 모습을 갈망하게 된다.
한 마디로,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대구의 어느 대학 캠퍼스를 섬겼던 그는 서울에서 다른 사역을 하게 된다.
한 두 달은 형수님과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우리 집에 머물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조심스레 거절했다. 주말에 우리 집에 오는 친구가 있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형, 저는 집에서는 저만의 개인 공간이 필요해요. 그게 없으니 에너지가 떨어지더라구요."

이것은 내 안에 있는 약간의 내향성이다.
홀로 가는 여행을 즐기고, 오전 시간을 홀로 보내기 좋아하는...
핸드폰에서 낯선 번호가 뜨면 받기를 꺼리고, 자주 핸드폰을 놓고 다니는...
사람들과 모임에서는 내가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머릿 속으로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소수의 인원들과 대화할 때에는 다양한 주제보다는 한 두 가지 주제로 이야하기를 좋아하는...

*

글을 쓰고 책을 읽기를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도전을 주고 받고
내 삶이 발전되도록 노력하고, 누군가의 삶이 발전되도록 조금이라도 돕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삶에 대해 이해하고 해석하기보다는 삶을 변혁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효과적으로 변혁하기 위해 '얻다 쓸 거냐?'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글쟁이다 보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으면서도 첫 책이 늦어지고 두 번째 책 역시 늦어지고 있는 까닭은
고요한 나의 시간에 조심스레 찾아든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 안에 있는 외향성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즐거운...
때로는 생각하기 위해서 말을 해야 하고,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하는...
비교적 친절하고 친구들에게 나의 사생활을 힘들지 않게 내놓는...

*

나는 외향성과 내향성이 섞여 있는 사람이다.
어느 누구도 하나의 성향만을 가질 수는 없다.

외향적인 나는...
이렇게 나의 생각들을 글로 소통하기 원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수다를 늘어 놓는다.

내향적인 나는...
세상과 단절하고 홀로 조용히 책을 읽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외향적인 사람치고는 홀로 있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주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할까, 라는 문제로 두고 생각한다.

외향, 내향이라는 말들도 도구에 불과하다.
나는 사람이고, 이것은 한 두 개의 성격유형 진단으로 전부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외향성과 내향성 사이에 있는 어느 중간 지대야말로
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MBTI, 에니어그램, 스트롱 등의 성격유형 검사들은
그 곳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훌륭한 도구들이다.
나는 관찰과 이성을 가지고 나의 지대를 찾는 중이다. 
그리고, 관찰과 이성의 대상은 경험으로부터 온다. 

삶을 위하지 않는, 삶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색은 사양한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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