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스승을 찾아서...

카잔 2009. 5. 15. 10:51

나는 지금 내 영혼을 전율시키는 또 한 분(혹은 여러 분)의 스승을 갈망한다.
이미 내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거나 닮고 싶은 욕망을 던져 준 분들이 적지 않다.
필립 얀시, 니체, 피터 드러커, 파커 파머, 김남준, 구본형. (논조상 존칭 생략)

필립 얀시.
그는 내게 처음으로 '용서'를 가르쳐 주었다.
그의 가르침을 따라 증오하던 사람을 용서했다.
용서를 한 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의 삶이 달라지니 삶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니체.
니체는 철학자가 아닌 '철학을 진단하는 의사'로 살기 원했다.
그가 철학을 진단한 까닭은 사유로부터 삶을 구원하기 위함이다.
니체 철학의 중요한 주제는 삶과 건강이다. 나는 이것이 참 좋다.
내가 사유하는 까닭은 이론의 정교함이 아니라, 삶의 진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처음 읽었던 것은 아마도 7, 8년 전인 듯. (가물가물)
어려워서 다 읽지 못했던 것을 2년 전에 훑어 읽고 최근에 완독했다.
3번째 읽을 때, 감동을 넘어 욕망을 가졌다. 이 책을 독파하고 싶다는.
이 책 안에 그간 읽었던 책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한 책의 사람'이 되는 것은 결국 '여러 책의 사람'이 된 후에 경험하는 짜릿함이다.

파커 파머.
온전함에 대하여 파커 파머에게 배운 은혜는 예수님 다음이다. 격차가 꽤 크긴 하지만.
예수님은 내게 Way, Truth, Life 로 자유함을 주셨다.
파커 파머는 그 자유함을 누리는 데 구체적인 팁을 안겨 주었다.
"탈진을 너무 많이 주어서가 아니라 내가 갖지 않은 것을 주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결과"이며
"소명은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말에 감격했다.

김남준.
열린 교회 담임목사님이다. 그분의 설교 앞에 나는 무릎을 꿇고 회개한다.
하나님 앞에 데려가 주시니 내게 가장 필요한 분이시다.
때로는 장황하고 깊게 교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셔서 (소수의) 교인들을 졸게 하시지만,
바로 그 때 나의 정신은 또렷해지고 가슴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목사님의 설교는 때로 두렵다. 나의 죄를 훤히 바라보신 듯 해서.
두려운 이것이 곧 내가 좋아하는 까닭이다.

구본형.
그분의 연구원이 된 이후, 내 삶에는 자연스러움이 늘어났다.
그는 본인께서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떤 것을 하실 수 없는지 잘 알고 계신다.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 있는 분이시다.
나의 그의 글이 좋다. 그의 글을 읽으면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행동하기 때문이다.

(직/ 간접적인 가르침에 깊이 감사 드리며, 이분들의 안녕을 기도한다. )

이렇게 여러 분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 왔지만,
나는 불쑥 이 글의 서두에 또 다른 스승을 갈망한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당면 문제란 이런 것들이다.
- 5공 시절의 언론 탄압 앞에서 국민으로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지난 해, 의식 있는 시사 방송이 폐지되고 윤도현의 러브레터도 끝나 버렸다.
- 대운하와 녹색뉴딜을 반대한다. 허나, 현정권에 대한 아주 일말의 희망이라도 갖고 싶다. 
  설득력 없는 정부의 주장과 이를 막지 못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나는 멍하니 서 있다.
- 부조리하고 부도덕하고 부지한 세상에서는 나의 몸을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에 놓고 싶다.
  허나, 실존 앞에서 약해지고, 내 머리로 사고하지 못하는 지적 의존성은 어떡하나?

21세기 한국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지식인들의 '생각 있는' 견해를 듣고 싶다.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가치관을 지닌 스승을 만나 그들의 지금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다. 

"사람이 양식 있게 산다는 건 양식 있는 어휘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크든 작든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일에 양식 있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 김규항 선생

"지식인은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관련하여 거품이 형성되면 
그 거품을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강준만 교수
 
"사람이 몸을 움직여 일도 하고 해야 바른 정신을 가질 수 있는데,
늘 앉아 책만 읽고 생각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지 싶습니다."     - 이오덕 선생

이런 이야기들을 나의 후배, 88만원 세대들에게 하기에는 그네들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20대를 '88만원 덩이리'속에 집어넣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는 우석훈 교수의 말을
명심하며 내가 걸어야 할 길에 힌트와 교훈을 줄 또 한 분의 스승을 찾아 나선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