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는 오늘만을 살고 싶다

카잔 2009. 10. 25. 21:31

10월 초에 앨범 몇 장을 샀다.
리쌍 6집, 서태지 5집, 엘튼 존의 <Goodby Yellow Brick Road>,
그리고 스티비 원더의 <Fulfillingness' First Finale>.
음악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위한다는 이유 만으로 종종 앨범을 사곤 한다.
이것은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모습이다.

앨범을 샀던 날 밤, 후배 녀석이 집에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앨범에 눈이 갔다.
서태지 5집을 보더니, 이걸 뜯었냐고 그런다.
왜 뜯었냐고, 그냥 mp3 로 듣고
앨범은 소장용으로 보관하는 거라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을 따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현재의 즐거움을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장품을 혹 판매할 때 발생하는 얼마의 유익에도 관심이 없다.
비닐을 뜯지 않은 애물단지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좋은 것은 오늘 누리고, 내일이면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을 따르는 편인 게다.
"좋은 항아리가 있으면 아낌없이 사용하라. 내일이면 깨질지도 모른다."
이 말이 나를 좀 더 행복하게 이끌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귀에 들어 온 여러 가지 말들은 은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을 따르고 싶지 않은데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말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관념의 힘이다.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따르게 되는 묘한 영향력 말이다.  

나는 며칠 동안 <리쌍 6집>을 뜯지 않은 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후배의 말이 은연 중에 영향력을 발휘한 순간이다.
그에게는 적절한 지침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즐겁지 않은 지침이었다.
그는 MP3로 들으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MP3 보다는 CD 플레이어를 사용한다.
나의 결론은 앨범 소장은 내게서 명랑한 기분을 앗아간다는 것이었다.

<리쌍 6집>을 뜯어 CDP에 넣었다. 음악을 들었다.
이후 자주 리쌍의 노래를 듣는다. 즐겁다. 소장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이런 후련함이 오래 시간이 지난다고 하여 후회나 아쉬움으로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놀랐다.
그다지 따르고 싶지도 않은 생각들이 내귀에 들어오고 나서
잠시나마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많은 관념들이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깨달았다. 
수많은 관념들 중에서 거짓을 가려 내고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실험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를 퍽 즐겁게 한다는 사실을.

K군아. 나 지금 <리쌍> 듣고 있다.
나에게 내일은 너무나 불확실한 미지의 영역이다.
그 날을 위해 오늘의 일부를 희생하거나 아껴두고 싶지는 않네.
오늘 나에게 한껏 즐거움을 주고, 오늘 나의 일에 한껏 몰입하면
그것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네.
나는 오늘만을 살고 싶다.
이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채 내일을 준비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오늘의 즐거움과 영원을 위한 의미, 이것을 동시에 얻고 싶다.

너도 너의 합리적인 생각과 너를 즐겁게 하는 가치가 있겠지? ^^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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