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그저 그런 시간과 명랑하게 살기

카잔 2009. 10. 21. 10:51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용하다. 분위기에 민감한 이들은 움츠러들만큼.
자랑할 만한 무언가를 꺼내 놓지 못한 학생들은 조금씩 부끄러워했다.
원래부터 조용한 사람들은 이것이 자연스러웠으니 뭔가 이상하다 정도만을 느꼈다. 
어떤 이는 오히려 편안하여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달라 조금 어색하기는 했다.
반의 분위기메이커가 지난 주에 전학을 갔던 것이 하나의 이유이기는 했다.

수업은 자신의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삶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 명이 발표했다. 그녀는 인생은 선처럼 이어지는 연속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최근 상황을 '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띄엄띄엄 사는 거 딱 질색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그녀의 컨디션은 별로인 셈이다.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들은 다양했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믿고 있는 선생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약간의 패배감이나 의기소침함이라도 있다면 날려 버려야 한다는 듯이
선생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각자 소식과 근황을 다 듣고 나니, 분위기가 이상해졌네요."
선생은 웃었다. 몇몇이 따라 웃었다.

"조금은 가라앉은 느낌이네요. 왜 그럴까요? 생각해 보시죠. 우리만 그런 걸까요?
토요일 오후, 우리는 서울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 곳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우리는 그러지 못해 이곳에 앉아 있는 걸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 슬픔과 고민들이 있습니다."

조용했다. 선생의 말을 빼놓지 않고 받아 적으려는 학생의 필기 소리만이 들렸다.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소수의 학생들이 선생을 쳐다 보고 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삶이예요.
자신의 지난 삶을 한 번 돌아보세요. 아마도 좋은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나쁜 시간도 있었을 겁니다.
제게 좋은 시간 중 하나는 책을 출간했던 날이었죠. 나쁜 시간은 가방을 잃어버린 날이었죠.
그런데 삶에서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저 그런 시간들로 이루어집니다.
다른 이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나랑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그저 그런 시간들을 보냈던 순간들을 나누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삶의 대부분인 그저 그런 시간을 명랑하게 보내는 것이 우리가 갖고자 하는 정신입니다.
그저 그런 시간을 어떻게 하면 명랑하게 보낼 수 있나를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로는 이것이 삶임을 이해해야 하지요.
나는 결국 이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되는구나,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삶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왜 나에게 이런 문제가 일어났지? 라고 질문하면 답은 뻔합니다.
부정적인 답변이 자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인생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까?"를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혼이 약한 사람은 문제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셋째 조건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자기 삶을 이루는 실체들을 모두 수용해야 합니다.
상처, 단절된 관계, 용서 못한 과거 등까지도 자기 삶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무시하면서 "나는 즐거워"라고 말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라 자기 기만입니다.
그러므로 진짜 긍정은 자기 수용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선처럼 이어지지 못한 지난 주간을 후회했던 학생은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무엇보다 시간을 이해하는 일이 나에게는 시급하였기에,
시간의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 때 선생의 머릿 속에는 '나쁜 시간'이 얼마나 우리를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선생은 고통과 상실, 절망의 창조적인 힘을 알고 있었기에 결국 나쁜 시간이란 없다고 믿었다.
허나, 이것을 이야기할 적절한 순간이 오리라 믿고 그냥 넘어갔다. 
오늘의 목표는 삶을 이루는 세 가지의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기에.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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