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된다

카잔 2009. 10. 26. 09:48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가?
나는 종종 이 생각을 한다. 가장 최근의 일은 지난 주다.

자기 삶의 그저 그런 대목을 좀 더 훌륭한 것으로 전환시키려는 이들에게
이 질문은 약간의 긴장감과 떨림을 안겨다 주면서 찾아온다. 
지난 해의 실적보다 30% 초과 달성을 꿈꾸는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그렇다. 

자기 삶의 아주 고약한 (남들이 알면 나를 멀리 할지도 모를) 대목이 있음을 깨닫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때, 이 질문은 후회와 고통을 안겨다 주면서 찾아온다. 
후회는 그러지 말았어야 할 자신에 대한 비참한 감정이고
고통은 다른 이들에게 준 상처가 있을 경우에 느껴지는 괴로운 감정을 말한다.

지난 주에 깨달은(사실은 나를 아끼는 이의 조언으로 인해 알게 된) 일은
나의 고약한 대목에 관한 것이다. 말하자면, 비참함과 괴로움을 느끼는 중이다.
그것은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것은 가장 힘겨운 일 중에 하나다.
삶을 살다보면, 미안한데, 분명 미안한데 미안하다는 말조차 건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식을 버린(?) 엄마가 훗날 그 미안함을 전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그런 일들.
(나의 경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깊이 생각하고 뉘우쳐야 될 일이기는 하다.)

스스로에게 분명히 다시 한 번 말한다.
"너는 이것을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두고 종종 '생각 없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자신의 못난 구석을 발견했을 때,
1) 어떤 이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자신을 자책한다.
그 못난 구석이 곧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왜곡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사건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다.

2) 어떤 이는 성급하게 자신의 과오를 잊어버린다.
무엇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를 따지며 들여다보기보다는 가벼운 태도로 사건을 긍정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과오를 성찰하지 않으면 또 같은 과오를 반복한다는 깨달음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 자기 합리화에 빠져 있다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 진다.
나는 자기 합리화에 빠진 사람들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익숙한 이들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자신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2) 번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균형의 중요성을 알기에  
내가 알지 못하는 (혹은 알지만 가 보지 못한) 반대편 영역으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오랫동안 못남을 생각해야 한다.
'오랫동안'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1) 유형이 생각하는 기간보다는 짧을지도 모른다.

나를 아끼는 분들이 염려할지도 모르겠다. 염려 마시라.
나는 평소에는 재능과 가능성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당분간은 반성하고 마음을 돌아보고 생각에 잠기는 것은 유익할 것이다.

나는 직관적인 사람이다. 어떤 일에 대하여 깊이 파고 들며 사고하기보다는
사물의 의미와 인생의 교훈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런 기질을 나 스스로는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종종 생각을 깊이 하지 못하여 곤경에 처할 때가 있다. 그것이 지금이다.

나는 좋음과 나쁨이 섞인 사람이다. 내 삶에는 참 흡족하게 여기는 대목이 있지만,
친구에게도 말하기 부끄러운 대목도 있다.
살면서 좋은 대목을 넓혀가고 부끄러운 대목을 줄여가는 것이 목표인데,
그 목표를 놓쳐 버릴 때가 있다. 그것이 지금이다.

나는 의지가 약하고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나를 알고 나를 즐겁게 만드는 (그래서 의지가 필요없는 일)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잘한 일이지만, 종종 의지가 약하여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무시할 때가 있다.
그것이 지금이다. 여러 가지로 반성해야 할 즈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누군가를 향한 순간적인 (1초이니 정말 순간적인) 원망이 들기도 한다.
나의 과오를 부추긴 여러 관념들을 전해 준 사람들을 향한 불만 말이다. 
이내 깨닫는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그것에 영향을 받은 나의 잘못 때문임을.
나의 잘못을 깨닫기 전에는 변화도 없고, 성장도 없음을.
 
나는 좀 더 우직히 나의 가치들을 추구하고 좀 더 고집스럽게 생각을 지켜내야 했다.
<무릎팍 도사 - 안철수 편>을 보며 생각한 것은 그가 원칙을 지켜왔던 과정이다.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낸 그의 지난 날들이다.
그 과정 중에서 어떤 실용주의자들은 그가 어리석다는 비판도 했으리라.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대충 살라고, 쉬엄쉬엄 가라고, 융통성을 좀 가지라고 말한다. 
나를 향한 애정이 깃든 조언이기에 힘껏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미 대충 살고, 쉬엄쉬엄 가고 있고
융통성이 많아 오히려 원칙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쓴 글과 나를 동일시하여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진솔한 글을 쓰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둘러 싸고 있는 과장이나 허풍이 있으면 걷어내고픈 사람이다. 
글은 분명 나에 대하여 많은 것을 드러낸다. 허나, 전부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어떤 작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글 속의 그'를 이해하는 동시에
'글 밖의 그'에 대하여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 삶의 대한 통찰이 깊어지면 상상은 그의 진짜 모습에 근접할 것이다.)

나에 대한 몇 가지(직관적이고 의지가 약하는 등)를 이야기한 것은 방문자들을 위함이다.
혹 나를 통해 배움을 얻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바로 그분들을 위함이다.
내가 넉넉히 가지고 있는 것은 취하고, 부족한 점은 다른 이들로부터 채우시기를 바란다.
취함과 버림에 대하여 도움되는 글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문장을 써 넣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삶으로 돌아간다. 
이번 과오를 삶 속에서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다. 
다시 그 문제를 들여다 보며 생각(!)도 하고, 취해야 할 행동이 있다면 움직여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
이제 정말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된다. 다르게 살아야 한다.
같은 방식으로 살면서 다른 결과를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니까.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아주 조금 힘들다  (5) 2009.11.05
리더로 산다는 것  (4) 2009.11.03
나는 오늘만을 살고 싶다  (1) 2009.10.25
그저 그런 시간과 명랑하게 살기  (3) 2009.10.21
오랜만의 일상  (5)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