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아주 아주 조금 힘들다

카잔 2009. 11. 5. 00:12

바빴다.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할 만큼.
좀 많이 바빴다는 말이다.

할 말이 없음에도 몇 마디를 끄적여보려고
블로그에 로그인을 하여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좀 분주하니 잠시 쉬고 싶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시점이기도 하다.

나는 산을 오를 때면 자주 쉰다.
풍광이 내 발걸음을 자주 붙잡아 두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힘들기 전에 쉬어 두면 훨씬 오랫동안 쉬이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들지도 않는데 쉰다. 자주 쉰다.
친구들과 동행할 때의 쉼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치고 힘들어서 쉬는 것처럼 보여질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게 힘이란 단어는 묘한, 그러나 별 쓸데 없는 오기를 발동하게 한다.)

언젠가부터는 산행할 때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나의 방식대로 쉬고 걸으면서 
풍광을 더 많이 즐기게 되었고, 내가 걷고 싶은 속도로 오를 수 있었다.
일상에서도 자기 속도대로 살아가려면, 우선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 
다른 이들의 인정과 칭찬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몰려 드는 일을 거절할 수 없다.
나는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는 있지만 그럼에도 종종 쉼을 누릴 여유도 없이 바빠진다.
삶은 산행보다는 조금 더 복합적인 요소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만을 골라 내어 일감 바구니가 넘쳐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 일인지 우선 순위를 부여하여 중요한 것부터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굉장히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을 미뤄서도 안 된다.
만나야 할 사람들과 중요한 모임에는 아낌없이 시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을 마치 저글링을 하듯이 하나 하나 제 때에 만져 주어야 한다.
이것은 삶의 기술이다. 노력과 학습으로 충분히 익힐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나 열정과 진정어린 마음이 있다면 노력에 플러스 알파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노력도 부족했고, 삶의 기술도 서툴렀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내 삶이 분주해졌다. 중요한 영역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힘들지 않지만... 여전히 해 낼 수 있지만... 아직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싶지만
이렇게 나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자주 쉬어야 오래 갈 수 있고 쉬이 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짐을 어깨에 짊어지다 쓰러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약하다고 시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선언이다.
도움을 받는 것은 세상을 향한 훌륭한 공헌이다.
우리는 도움을 줄 때 깊은 기쁨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재확인하게 된다.
도움을 받는다면, 그에게 기쁨과 자존감을 음미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역시 겨우 내뱉는 말,
나는 지금 아주 아주 아주 조금 힘들다.
그래서 쉰다. 오래 쉬이 가려고.
허허. 그런데 12시가 넘었네. ^^


* 이 글이 엄살쟁이들의 도구가 되지 않기를...!
힘들다고 말할 줄 모르는, 아니 자신이 약해 보일까 봐 
과로 직전까지 열심히 일하고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퇴근하는 직장인들(특히, 여성분들)에게,
그리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며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그들에게 잠시 쉬어가시라고 어깨를 두드리고 싶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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