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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이해하고 넘어서기 - 『불안』

카잔 2009. 10. 28. 09:24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도서출판이레
 Alain de Botton, 『Status Anxiety』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제, 다시 말해 '자아상'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자아상은 개인의 성공에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걸출한 성과를 내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자아상과 행복 사이의 연관성보다는 작은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아주 소수일지라도)로부터 받는 사랑이 있어야 건강한 자아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심과 인정에 의해 자아상을 형성하는 것은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지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이성적인 논리에 따라 스스로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의 말이 옳지만, 실제 삶에서의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중요해서가 아니라 실존하기 때문에 삶의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중요하지 않지만 고민하고 다루어야 하는 역설이지요. 자신의 철학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건강한 자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동시에 우리가 다른 이들의 말 한 마디에도 기분이 푹 꺼질 수 있는 불안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문제의 해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지위를 둘러싼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다룬 책입니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 감각이 뛰어납니다. 『불안』의 구성은 크게 원인과 해법으로 나누어집니다. 그가 제시한 불안의 다섯 가지 원인(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에서는 설득력이 넘쳐납니다. 묘사가 얼마나 멋들어지고 비유는 또 얼마나 절묘한지 위의 문장을 통해 조금 맛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세상의 모습이 어떠한지, 우리의 감추어진 감정과 생각은 무엇인지가 그의 탁월한 표현력에 의해 낱낱이 속살을 드러냅니다.


드 보통은 우리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을 정확히 묘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추구하고 실현해야 할 삶의 모양들까지 제시합니다. '해법' 부분이 그에 해당합니다.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라는 5가지 키워드를 통하여 불안을 걷어내는 지혜들을 선사합니다. 그는 현실적인 감각과 이상적인 지혜를 모두 지닌 것입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불안의 정체를 발견하게 되고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마리를 얻을 것입니다. 보편적인 문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통찰을 지닌다는 것은 인생살이의 괜찮은 기술입니다. 이 책을 한껏 추천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바로 그 지혜와 기술을 지녔으니까요.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