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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입을 다물고 싶을 때

카잔 2009. 11. 11. 10:36
 
‘아!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어렵게 꺼낸 이야기인데, 상대가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제멋대로 해석할 때도 있습니다. 내 생각을 이해하기는커녕 끝까지 듣지도 않았으면서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뒷목이 뻣뻣해지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는 있지만, 열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 어차피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아예 말을 하지 말자.’
지난 여름, 친한 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이해받지 못하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공허감, 답답함, 분노가 동시에 찾아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소통의 포기’였습니다. 포기하고 나니 가슴이 허전하고 마음이 외롭습니다. 말이란 어차피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퍽 친밀한 그에게도 말 못할 일이 생겨났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나의 진짜 생각은 그냥 가슴 속에 묻어두자고 결심하려는 순간, 다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싸웠습니다. 이것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 그 사람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나의 생각을 묻어두려는 두려움과의 싸움입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말하기를 포기하는 것은 나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싸움에서 지면,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원래부터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해를 받고,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소통을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지혜롭게 대화하라는, 소통을 위한 노력을 더하라는 신호입니다. 자기 속으로 움츠려드려는 마음을 극복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더불어 살지 않으면 삶의 의미 발견도 무척 힘들어집니다. 빅터 프랭클은 모든 이들은 자신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한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저는 지금 대인관계의 달인이 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주는 소수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를 주제로 한 대화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더욱 크게 느낍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좀 더 분명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대화해야 할 일을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지만, 중요한 대화를 회피하려 하는 우리의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는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감정이 격한 대화, 사람들의 의견이 다양한 경우의 대화, 대화의 결론에 큰 이익이 달려 있는 경우가 ‘심각하고 결정적인 대화’입니다. 저자들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소통의 힘과 아름다운 효과를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만족하실 책입니다.

 

“상대가 제아무리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은 기꺼이 상대방의 잘못을 기분 나쁘지 않게 지적하고 회사를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의 구성원들은 회사 규정에 의존하거나 상사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린다.”

- 케리 패터슨 외, 『결정적 순간의 대화』, 김영사
   Kerry Patterson,『Crucial Conversations』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