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욕심 (1)
- <복음과 상황> 강영안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고

수원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복음과 상황> 1월호를 읽었다.
2010년부터 신설된 코너 '그 사람의 서재'가 관심을 끌었다.
존경받는 그리스도인을 만나 그들의 신앙과 세계관을 형성해 온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
책에 얽힌 사연, 그들의 사역에 영향을 미친 책 등에 관한 인터뷰다.
첫번째 주인공은 서강대 철학자 강영안 교수님.
집에는 언젠가(사실 기약이 없는) 읽겠다는 욕심으로 구입해 둔 강교수님의 책 두 권이 있다. 
『강교수의 철학이야기』와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인터뷰는 흥미로웠다.
2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2월호에 인터뷰가 이어진다는 안내글이 얄미울 정도로.

지난 해였던가. 어느 학자의 말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나는 읽지 않은 책에서는 인용하지 않는 것을 글쓰기의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말이 학자의 태도로써 옳은 것인지, 지적 생산의 방법론으로써 효과적인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나는 그 학자를 얼마간 닮아 있었다. 학자 이름을 기억해 둬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미심쩍은 기억이지만, 그 학자가 강영안 교수님이 아니었나, 하고 짐작된다.

인터뷰는 책과 학문, 신앙 이야기로 어우러졌다. 
책과 독서로부터 받은 영향을 위주로 전개되어 무척 흥미로웠다.
몇 가지의 대목을 소개한다.
먼저,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기보다 생각의 확인에 도움을 준 구절.

삶에서 당위성을 걷어내기

"신앙의 진지함을 위해서는 신앙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버릇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자크 엘룰의 『뒤틀려진 기독교』 같은 책은 교회와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잖아요.
어떤 일이든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자명한 것은 없다." 모든 것에 대해 다시 물어봐야 한다는 거죠.
내가 신앙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그런 책을 통해 배웠던 것 같이 말이죠."

나의 신앙에서 당위성을 걷어내기 시작한 것은 내가 관념적인 사람을 깨닫고 나서부터다.
내가 믿고 있는 신념들은 나의 이성에 의해 걸러진 것들이 아니라,
그건 당연한 거니까, 그 사람은 권위자니까, 라는 당위성이나 지적 권위에 굴복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에는 '믿음으로 거듭난 이성'을 한껏 활용하기 시작했다.
믿고 있던 것들에 물음표를 던져 회의하거나 반박했다.

회의는 확신을 더해 주거나. 관념을 걷어내고 삶에 구체성을 더해 주었다. 
'생각으로' 믿던 시절을 끝내고, '삶으로'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 신앙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새롭게 신앙 생활을 시작하는 듯 했다.
스스로에게 물음표들은 점점 느낌표로 바뀌었다.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에는 '미구엘 드 우나무노'의 시를 인용하곤 했다.

신을 믿는 것

아무런 열정도
마음의 갈등도
불확실한 것도, 의심도
심지어는 좌절도 없이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만
신에 관한 생각을 믿고 있을 뿐이다.

강교수님이 소개한 자크 엘룰의 책은 20대 초반부터 관심에 두었던 책인데,
10년이 지나도록 읽고 있지 못하니 나의 삶이 참... 산만함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언제 읽을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으련다. 그건 스스로 나의 목을 조르는 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천국에서 나를 만나면 『뒤틀려진 기독교』를 읽었냐고 묻지 마시기를.
읽었다면 내가 먼저 자랑을 해댈 테니 당신께선 내가 그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 알게 되시리라.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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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