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내가 힘을 얻을 때...

카잔 2010. 1. 28. 14:04

어젯밤, 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제게 들었던 강연 내용 몇 가지가 울림으로 남아 있어 고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강연 후,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마음 속의 고마움을 꺼내어 활자로 보내주어 나 역시 고마웠습니다.
메일에는 뭉클한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 당신께서는
하시는 일의 힘겨움으로 인해 에너지가 자꾸만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성스럽게 회신을 보냈습니다. 작은 응원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분 뿐만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에너지가 약해지는 때를 맞이합니다. 
살아가면서가 아니라, 하루를 살다가도 기운이 내려가는 순간들이 있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기운이 내려가는 순간들을 어떻게 맞고, 어떻게 이겨내고 있으신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몰입함으로 이겨 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는 우리들은 어떡해야 하는지요?

다시 나를 돌아봅니다. 나에게 힘을 주는 때가 언제인지 들여다 봅니다.
내가 힘을 얻을 때는... 다음과 같은 경우지요.
아주 소박한 순간들이지만, 제게는 참으로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저는 방금 서점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오늘 아침, 멀리 호주로부터 날아 온 한 통의 메일 때문입니다.
메일의 발신자는 내게 '행복에 관한 동양의 관점을 담은 책'을 추천해 달라 했습니다.
하하하. 제가 어찌 그런 것을 알겠습니까? (제게 이런 어려운 메일을 보내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호호. ^^)
발신자는 와우팀원이고, 지난 해 우리는 함께 서점 나들이를 했었지요.
그 때 서점에서, 발신자는 '행복'을 테마로 책을 몇 권 골랐고,
저는 그가 골라낸 책들을 보며 '동양의 견해'를 담은 책도 포함되면 좋겠다 말했지요.
언젠가 필요할 때, 요청하면 제가 몇 권 추천해 드리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언젠가, 가 바로 오늘 아침이 된 것이지요. ^^

1) 저는 이럴 때 힘을 얻습니다.
친한 사람이 저에게 제가 잘 하는 것에 관한 도움을 요청할 때 힘을 얻습니다.
내가 태어나 어느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어느 한 구석에서는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어 도움을 요청한 그에게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제가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요청하면 정중히 거절하지요.
예전엔 그런 것까지 하려다 되려 힘을 잃기도 했지요.
친하지 않은 사람이 제가 잘 하는 것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면
돕는 일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기에 수행하긴 하지만 시일이 보다 많이 걸리더군요. ^^

*

서점에 다녀오며, 지하철 선릉역 5번 출구를 빠져 나왔습니다.
한창 유동 인구가 많은 점심 시간을 전후한 시각에는 '찌라시'를 나눠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그 분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눈에 들어 온 분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느 청년입니다.
날이 추우니 장갑을 끼고 종이 찌라시를 나눠 줍니다.
지하철 역을 들고 나는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드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찌라시를 받아듭니다.
그는 씩씩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하고 말합니다.

2) 저는 이럴 때 힘을 얻습니다.
어떤 사람자신의 일을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힘을 얻습니다.
특히, 힘든 환경이라 기피할 수 있는 일을 씩식함과 정성스러움으로 해내는 이들은 늘 감격스럽더군요.
이것이 왜 나에게 특별한 마음을 불러 일이키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어린 시절, 오토바이릍 타고 우유 배달을 하셨던 어머니를 부끄러워했던 날을 후회한 이후부터
열심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그저 추측일 뿐이지요.
이 글을 쓰고 나면, 그 청년에게 작은 선물 하나 주어야겠습니다. 제 책을 한 권 선물할까요? ^^

*

연인을 만나든, 선배를 만나든
저는 면전에서 하고 싶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상대방의 반응이 두렵거나, 관계가 틀어질까 봐 두려운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듣기 좋아하는 말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니까요. 
저는 지금 상대방이 싫은 소리를 못하여 홀로 끙끙 앓고 있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닙니다.
싫은 소리든, 좋은 소리든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서투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적도 있었지요. 나는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나의 선생님께 선물을 준비하곤 합니다.
선생님의 책을 통하여, 삶을 통하여 참 많이 배우고 깨닫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여행 후에는 커피와 전통주를 준비했고, 유럽을 다녀왔을 때에는 괴테 기념품(펜)을 준비했지요.
스승의 날에 드릴 선물로는 상품권을 준비했지요. 이 모든 것은 드리지 못하고 준비만 했답니다.
그러다가 지난 해 선생님께서 밥을 함께 먹자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제서야 그간 준비했던 선물 세트를 모두 드릴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물으셨습니다. "너는 왜 이런 것들을 안 주고 보관하고 있냐?"
제대로 답변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저의 게으름 때문이고
선물 때문에 만나뵙자고 연락 드리기가 죄송스럽기도 하고 (바쁘신 선생님께 부탁드린다는 게)
선물을 드릴 때에 누군가 옆에 있어 부끄러워 전하지 못한 때도 있었으니까요.
이 것은 제가 좀 이기적이이서 그런 지도 모르지요.
받고 기뻐하실 선생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저의 부끄러움만 생각한 게지요.
올해 선생님 생신 때에도 선물을 드리려고 준비했는데,
생신 파티 자리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전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여러 마음들을 표현하지 않은 채로 마음 속으로 간직하며 삽니다.
누군가 생각이 나도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쉬이 누르지 못하는 사람인 게지요. (참, 못났지요? )
소중한 만남 이후에도 하고 싶은 말을 그저 마음에 씁니다. 어떨 땐 메일로 쓰기도 하지요.
저는 메일이 참 편안합니다. 메일은 전화나 직접 대면으로 적절히 보완될 때에
더욱 효과적인 의사 소통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메일로만 주고 받고 싶습니다.
어제도 사랑스런 후배와의 만남 이후에 오늘 이런 저런 속마음을 메일로 보내었지요.
꼭 메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누가 읽지 않는 비공개 글이라도 쓰고 나면 힘이 납니다.

3) 저는 이럴 때 힘을 얻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글로 쓸 때 힘을 얻습니다.
글을 쓰며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하고, 내가 집중해야 할 일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혹 수신인이 있는 글이나 메일을 쓸 때, 조금 더 편안하게 마음을 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제가 직접 만났을 때에는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도 아니지요.
그저 글이 참 편하고, 글을 쓸 때에 힘을 얻는다는 게지요.

내가 힘을 얻을 때라는 소재로 글을 썼는데,
마무리는 왠지 내가 힘이 빠질 때로 하고 싶네요.
내가 힘이 빠질 때는 내 글을 읽은 당신과 소통하지 못할 때겠지요. ^^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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