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후 서촌 밤거리를 걸었다. 스승과 함께였다. 적당한 포만감과 기분 좋은 취기도 동행했다. 스승의 날이었지만 식사하는 동안 감사의 말 한마디 드리지 못했다. 특별한 날 홀로 스승 앞에 있자니, 이 말도 저 말도 쑥스러웠다. 꽃다발을 준비하려다가 꽃바구니를 연구실로 보내 드리기로 했다. 이런 계획도 말씀드리진 않았다. 둘이서 나란히 걷다가 스승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오늘 왜 저를 만나자고 했어요?” 뜻밖의 물음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답했다. “뵙고 싶어서요.” (웃으시며) “제일 좋은 말이네요.” 마음에서 우러나오긴 했어도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말인데, 스승의 화답으로 우아한 대화로 승화한 느낌이다.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단골 술집을 향해 걸으며 나눴던 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