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37

아침 청소를 하다가

나는 청소에 부지런한 어른이다. 오늘 아침, 좁은 작업실을 쓸고 닦는 일에 한 시간을 투자했다. 손이 자주 가는 물건과 장소에는 항균 스프레이를 뿌렸다. 나는 매일 쓸고 닦고 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은 이내 어지럽혀진다. 먼지는 날마다 쌓인다. 매일 소생하는 먼지 같은, 금새 흐트러지는 책상 같은 생명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열역학 제2법칙은 힘차게 진행된다. "엔트로피(무질서도)는 항상 증거하거나 일정하며 감소하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을 탓할 것까지도 없다. 나는 어른이기에 앞서, 제 방을 어지럽히는 아이다. 이튿날이면, 다른 누가 아닌 바로 내가 정돈해야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날마다 어지럽힌다. 욕심도 많은 아이다. 읽을 책들이 무더기로 쌓였는데도, 오늘도 인터넷..

이런 사람 어디 없을까?

오늘 아침, 샤워하다 떠오른 생각들. 1. 이런 사람 어디 없을까?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만 한다면, 뚝딱 자기 작품, 크고 작은 성취,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이들. (다시 말해 자기 세계를 만드는 데 오직 시간만이 부족한 이들) 그렇게 타인의 조력 없이도 삶을 잘 살아내면서도 나에게 듬뿍 시간과 애정을 주는 이들, 어디 없을까? 그런 사람들은 시간을 자신의 일과 소중한 누군가에게만 준다. 2.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주관적인 세계 속에서 사는지 모른다. 생각하는 패턴이 늘 비슷하고 비슷한 사람들만을 만나면서 깊은 자기 이해에 이르기란, 힘들다. 청담동 주민들은 그들끼리 대화하면서 옆집 부유함과 비교하며 자신은 서민적이라 생각하고 자기계발 강사들은 자기들끼리 만나면서 자기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에 미숙하다..

세월호를 둘러싼 진실은 어디에?

세월호 사건 이후, 줄곧 TV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일주일 내내 그리하다가, 궁금함과 의혹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얻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첫 반응은 허탈감이었다. 공중파 뉴스에서 다룬 내용과 현장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달랐기 때문이다. 블로거 방문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세 개의 동영상이 있다. 첫째로는, 흥분하셨지만(그럴 수 밖에 없으신 상황이다) 사고 당일과 이튿날 현장의 구조 실정을 알려주는 어느 학부모의 영상이다. (어제 포스팅에도 공개했던 영상이다.) 두번째 영상은 29일(화)에 공개된 자료다. 27일(일) JTBC 뉴스에서는 고 박수현 군 아버지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손석희 앵커의 태도와 멘트는 적절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편집본을 내보냈었다. 시청하면서도 왜 ..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

나는 해양이나 선박 전문가도 아니고, 평소에 정부의 행보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열흘이 넘는 동안, 틈만 나면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본 일개 국민입니다. 뉴스를 보며 들었던 생각 중 일부를 적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런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세월호의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1.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니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세월호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JTBC에서는 드라마 가 방영 중이었다. 다른 방송 채널로 돌렸지만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곳은 없었다. MBC에서는 , EBS에서는 라는 화해 상담 프로그램, TV 조선에서는 을 내보내고 있었다. 먹먹했다. 세월호 참사도 이렇게 서서히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구나, 싶었다. 물론..

자유로운 삶에 관한 7가지 단상

1. 나는 정신적인 자유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진정한 자유는 드문 가치다. 한 개인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어놓은 마음의 한계를 이겨내야 할 뿐만 아니라, 환경과 상황의 구속에서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2.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우리 안에 있는 자유를 구현할 힘을 깨닫게 하고 강화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비인간적인 사람에게 맞서 삶의 자유를 늘려간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로마의 노예로 태어나 자유민이 되었던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 16세기 종교전쟁의 광풍 속에서도 자유로운 삶을 지켜냈던 몽테뉴. 3.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은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이 슬로건으로 삼을 만한 문구다. "아무것도 바라..

오해받고 있어 억울한 당신께

우리는 서로 다르다. 우리의 다름은 엄연한 사실이다. 사실을 무시한 사유는 엉터리다. 다르기에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은 막하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이다.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상태다. 오해가 없으면 소통의 필요성도 사라진다. 완전한 동일성끼리는 오해가 없다. 동일성끼리는 소통이 필요없다. 두 사람이 있다면 소통이 필요해진다. 완전히 동일한 두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오해는 만연하기에 소통은 항상 필요하다. 오해는 차이성에서 발생한다. 사람은 서로 다르기에 서로간의 오해는 불가피하다. 소통은 차이성끼리의 우정에 필수품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슴이 답답하다면, 그것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차이가 이해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오해 때문이지, 애정의 유무 때문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을 제외하면,..

여자의 내숭보다 센 남자의 허풍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가 허풍이 심한 남자라는 말을, 언젠가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여자는 거의 대부분의 남자를 싫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허풍쟁이니까. 멀쩡하다가도 여자들 앞에선 허풍이 심해지는 남자들도 많다.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되실 거다. 그는 나보다 농구를 못한다. 누가 봐도 그리 인정한다. (내가 농구를 쬐금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었다. 친구와 나 그리고 친구의 여자친구랑 이렇게 셋이서 대화를 했던 적이 있다. 어쩌다가 농구 얘기가 나왔는데, 여자애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나보다 훨씬 농구를 잘 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내 친구는 엄청난 농구 실력자였다. 자기 여친이 그렇게 말할 때의 친구의 얼굴을 놓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도 자기보다는 내가..

신이 허락한 5대 의사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생산성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10분, 20분의 짧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효율적인 것입니다. 이를테면, 책상 정리나 간단한 아티클을 읽는 것입니다. 반면 3시간, 4시간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다른 차원입니다. 그것은 효율성이 아닌 창조성입니다. 삶에 대한 생각이 여물거나 글의 소재를 착상하거나 중요한 원고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식입니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꼬박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더니 창조적인 생산성을 만끽했습니다. 신간의 프롤로그를 탈고했고, 나의 계획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단상들도 많이 떠올랐습니다. 1번부터 5번까지를 작성했는데, 길이 길어 본 포스트엔 3번까지, 나머지는 다른 포스트(세대별 핵심 화두)로 올렸습니다. 그저 단상입니다. ..

분노를 다루는 두 가지 근원

1. 자기 외로움을 창조하는 자 홀로 있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사람(이를 테면, 아내, 여자친구, 절친)도 자기를 잘 알지 못하는 자가 외로운 자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어서 그들에게 진솔하지 못다면, 그들이 나를 아는 일은 더욱 요원해진다. 우리는,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할 때마다, 조금씩 외로워져간다. 2. 분노를 다루는 두 가지 근원 첫째는 자기 안의 가치를 추구함이다. 이를 테면, 인내, 사랑, 관용, 배려와 같은 가치들을. 이들 중에서도 현명한 이들은 또 다른 가치인 '정직'과 '용기'마저 추구하여 분노를 참다가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하거나 내면이 시들어버리는 참사를 피해간다. 소금은 물에 녹지만, 흙은 녹지 않고 쌓인다. 가치 추구자는 용..

작가로서의 절망과 희망

1. 내 지식의 피상성을 어찌할 것인가. 나는 여러 주제를 알지만 단 하나도 깊이 알지 못한다. 나는 여러 작가를 알지만 단 한명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때로는 블로그 포스팅이 피상성을 더한다. 얄팍한 지식으로 성급하게 포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팅했다'는 결과로 내 성급함을 덮어 버리니깐. 지성을 갖추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몰입과 천착! 2. 세상에는 위대한 작가들이 많다. 쓰기보다 읽기가 즐거운 까닭이다. 읽기가 쌓이면 쓰기에 대한 욕망이 커진다. 이것은 희망이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안긴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최고의 파이터가 나라면 전국파이터대회가 열리지 않는 이상, 무엇이 두려우랴. 설령 내가 사는 도시에서 내가 최고의 작가라도 해도 나는 항상 최고의 작가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동네 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