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 266

고전 읽기를 위한 7가지 제언

1. 어떤 책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많은 식자들이 인문 고전으로부터 통찰, 지혜, 영감을 얻는다. 인문 고전은 탐나는 영역이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산이다. 유익이 큰 만큼, 지적 임계점이 높다. ‘고전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커야 한다. 진득한 노력을 싫어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일부 독자들은 인문 고전마저 가볍게 읽으려는 마음으로 쉬운 길을 찾는다. 결국 서너 권 만에 고전을 포기하고 본래의 독서로 되돌아간다. 2. 때로는 예술이 길을 안내한다. 영화 는 고전 읽기의 여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히말라야에 오르려는 초보 산악인들은 우선, 무거운 짐을 지고 북한산을 오르는 훈련을 통과해야 했다. 숱한 훈련..

2016년 지적 생활 중간점검

1. 전기만이 전율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떨릴 정도의 감격을 안기는 책들이 있다. 전율을 선사하는 작가나 사상가들의 책이 그렇다. 몇 줄을 읽다 보면, 감탄하여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이들! 나에게 니체와 푸코는, 영원히 전율의 작가로 남을 것 같다. (20대에는 파커 파머, 피터 드러커, 스티븐 코비가 전율을 안겼다. 구본형, 강준만, 고종석, 김영하도 내겐 전율의 작가였다. 달라스 윌라드와 필립 얀시의 글도 경이로웠다. 30대에는 에리히 프롬, 수잔 손택, 카프카, 호메로스, 벤야민에게서 전율을 느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전율을 선사한 이가 니체와 푸코다.) 2."2016년은 일년 내내 고대 그리스의 고전을 읽었다." 언젠가 '나의 2016년 지적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

영성으로 밟은 그리스 기행

1. 삶을 돕는 사유와 영성이 깃든 그리스 기행 에세이! 내가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그렇다. 그리스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대중적인 교양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림 한 장으로도, 탐스러운 먹거리로도, 묵고 싶은 호텔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될 수 있다. 저자의 경우는 어떨까? 왜 그리스일까? "나는 세상이 나를 휘젓지 못하도록 현실적 욕구를 실현하고 싶었다. 경쟁 속에서 구질구질해지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욕구 또한 그 못지않았다. 사람 속에서 섞여 떠들기를 좋아하면서도, 어느 날은 배낭을 메고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가 홀로 머물었다. 양극단을 오가느라 분주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종교적 진리를 철학적 의문에 답해야 하고, 말뿐인 깨달음은 자비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며, 영성을 합리적 지성과 소통해야..

3천 권 장서를 향한 첫걸음

1. 저자는 오카자키 다케시, 1957년생이다. 삼촌 나이라 생각하니 친근감이 생긴다. 주름살이 어느 정도일지, (사람마다 천양지차일) 흰머리의 비율도 상상해 본다. 일본 저자의 책을 읽기는 오랜만인데, 오랜만에 만난 낯설음이 ‘삼촌 상상’으로 친근함으로 바뀐다. 저자와 삼촌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는 독서와 더불어 살고, 삼촌은 책과는 거리가 먼 분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젊은 날엔 국어교사로, 30대 중반 이후로는 집필에 매진하며 서평가로 활동해 왔다. 2. 추천의 글부터 읽었다. 누군가가 내게 ‘독서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장정일이다. (이어서 이현우, 한기호, 고명섭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려 7권까지 나왔고, 책 이야기를 담은 『빌린 책 산..

무엇이 인문학 공부인가

1. 인문학 공부는 교양과 지식 쌓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인간 이해와 삶의 지혜를 '인문정신'이라 한다면, 인문정신의 함양이 인문학 공부의 목적이다. 어떤 학문이 인간 이해를 돕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순서대로 학문을 배열한다면, 문학 역사 철학이 수위를 차지하고 심리학, 종교학 등이 뒤따를 것이다. 문사철은 인문정신을 고양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지, 문사철 지식 자체가 인문 소양은 아니다. 인문학 공부의 최종 실현은 인간다움의 회복이니까. 2. 출판계에 교양과 지식 쌓기 책이 유행인 까닭은, 인문정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일에는 능한 저자들이 인문서를 써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문주의의 부재가 원인이다. 스스로 인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

인생의 책을 만나는 법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등장은 인생살이의 평범한 일면인데, 이번엔 좀 특별하다. 몇 해 전부터 이것만큼은 꼭 가지고 싶었다. 답변은 새삼스럽다. '책'이니까. 하지만 보통의 책은 아니다. 거듭 읽고, 깊이 읽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책 몇 권을 갖고 싶다. 이것이 소유인지, 경험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소유와 경험의 합작품이리라), '열 번 이상 읽은 책' 한 권 정도는 소유하고 싶다. 평생을 사는 동안, 홀딱 반해서 빠져들게 된 책 한 권을 갖는 일! 이것이야말로 고상한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동시에 진정한 독서가로 거듭나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는..

우직하게 그리고 기민하게

#. B씨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읽는다.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 선물 받은 책, 강연에서 추천 받은 책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책과 북카페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들이 그의 손에 번갈아 오르내린다. 그의 관심사는 폭넓다. 주변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한다. 세상과 더불어 산다는 점에서 이것은 커다란 강점이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싫증나는 기질적 특성대로 많은 것들을 조금씩 알려고 한다는 점은 아쉽다. 대화 역시 여러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나, 깊이 있게 다루는 주제는 거의 없다. #. C씨는 한 분야의 책을 심도 있게 읽는다. 분야를 정하면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그도 책 선물을 받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북 카페에 가지만, 독서모임에서 다루는 책들은 그의 ..

구입할 책들이 쌓여간다

1.제목부터가 신선한 『북유럽 공부법』(북유럽 스타일이 아니라, 북유럽 공부법이라니!), 1만 시간의 법칙을 발견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에릭슨은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자신의 실험 결과를 오해하도록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쓸모없는 짓의 행복』(책 소개를 보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독자를 자극하고 고무시키는 책이라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강유석의 착한 중고차』(중고차를 구입할까 하던 차에 만난 반가운 신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민하는 힘』을 읽은 이후로 강상중 교수 에세이의 팬이 되었다), 『고통에 반대하며』(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성찰과 통찰이 깃든 에세이집),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제목에서부터 ..

나는 3가지 원칙으로 책을 산다

구입하고 싶은 책들이 쌓여가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진 않는다.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 가더라도 구매를 자제한다. 그렇게 최근 몇 달 동안 책을 거의 사지 않았다. 책장에는 읽을 책들이 넘쳐나고, 그동안 다소 헤프게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4~5년 전까지는 3대 인터넷 서점에서 최상의 구매 등급(플래티넘)을 유지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모두 월평균 구매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는 말이다. 책 구입을 자제하기는 쉽지 않다. 힘든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은 들쑥날쑥하지 않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야 결실을 맺는다. 마음은 바뀌거나 흔들리기 일쑤다. 원칙이 노력을 빛낸다.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이 말은 자기 길을 결정하려는 이들에게는 근사한 푯대가 되지만, 올찬 자기경영을 하려..

대학은 무엇을 배신했을까

[도서소개] 마이클 로스 지음, 『대학의 배신』, 지식프라임, 2016 "산업의 톱니바퀴가 되겠다는 대학에게 기업의 갑질은 오만하다.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요즘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놓으면 할 줄 아는 게 없다. 보고서 작성도 모른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말인가. 대학은 지금껏 '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친 적이 없다. 하지만 대학이 우스워지니 기업은 '왜 이런 것을 준비하지 않느냐'며 요구 수위를 자꾸 높여 가고 있다." - 오찬호 1. 제목에 대한 설명 원제는 『Beyond the University』다. 유니버시티(university)는 연구 중심의 종합 대학을 뜻한다. 직역하자면 ’대학을 넘어서‘가 되겠다. 여기서 유니버시티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college)의 상대적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