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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에게 던지는 3가지 조언 - 『뜬 세상의 아름다움』

다산은 양계를 시작했다는 작은 아들의 소식을 듣고 써 보낸 편지에서 양계는 생업으로서 훌륭한 일이지만, 독서한 사람은 생업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써 보냈다. 독서한 사람은 양계라는 생업의 결과를 연구와 연결시켜 민생에 도움이 될 양계법의 저술로 이어낼 수 있어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관조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시정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여유를 지녀야 한다고 타이른다.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것도 다산이 생각하기에는 인간의 중요한 조건의 하나였다. 그것이 생존의 차원을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이룩하는 '문화'의 기본요소였다. - 정약용 저, 박무영 역 『뜬 세상의 아름다움』, 태학사 일은 밥벌이의 지겨움이 아닙니다. 일은 즐거움과 의미만을 추구하는 취미와도 다릅니다. 우리에게 밥과 의미를 모두 만족시..

아주 아주 조금 힘들다

바빴다.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할 만큼. 좀 많이 바빴다는 말이다. 할 말이 없음에도 몇 마디를 끄적여보려고 블로그에 로그인을 하여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좀 분주하니 잠시 쉬고 싶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시점이기도 하다. 나는 산을 오를 때면 자주 쉰다. 풍광이 내 발걸음을 자주 붙잡아 두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힘들기 전에 쉬어 두면 훨씬 오랫동안 쉬이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들지도 않는데 쉰다. 자주 쉰다. 친구들과 동행할 때의 쉼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치고 힘들어서 쉬는 것처럼 보여질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게 힘이란 단어는 묘한, 그러나 별 쓸데 없는 오기를 발동하게 한다.) 언젠가부터는 산행할 때 다른 이들..

리더로 산다는 것

야밤단상 - 리더로 산다는 것 자신의 목표를 향하여 정확하게 걸어갈 때에도 비틀거리거나 때로는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심지어는 불안과 회의가 찾아와 힘들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이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을 명랑하게 걸어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힘겨움들을 기꺼이 감당할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 리더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일은 무척 보람있는 일이니까.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기쁨도 있다. 리더의 삶은 힘겹기도 하다. 리더는 함께 길을 걷는 자다. 목적지에서 기다리는 자가 아니다. 과정에서의 모든 힘겨움을 함께 겪는 자가 리더이기 때문에 그의 삶은 힘겹다.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가지가 많으니 작은 바람에도 잎이 ..

다산이 걸어간 '사람의 길'

"내 자식의 굶주림과 남의 자식의 굶주림을 똑같이 여겨야 할까? 그것은 위선이다. 생활에 매몰되고 말아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인정과 실정에 반하는 지나친 고상함도 ‘사람의 길’은 아니다. 내 자식의 굶주림 때문에 남의 자식의 굶주림도 구원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 - 그것이 다산이 걸어간 ‘사람의 길’이었다." - 정약용 저, 박무영 역 『뜬 세상의 아름다움』, 태학사 나보다 남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겠지요. 자기 몸을 아끼는 일은 쉽고, 다른 이의 몸을 아끼는 것은 어렵습니다. 전자는 이기적 본성을 따르는 자연스러운 길이고, 후자는 선한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힘겨운 길이니까요. 누구나 자기 자식의 굶주림에는 고통스러워..

불안을 이해하고 넘어서기 - 『불안』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도서출판이레 Alain de Botton, 『Status Anxiety』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제, 다시 말해 '자아상'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두려움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법

나의 생각을 오롯이 털어놓고 나면 두려움이 생긴다. '내가 내뱉은 이 말은 올바른 생각인가?' 허접한 주장이라고 비판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아직은 많이 깨지고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는 말로 주술을 걸어야 약간의 용기가 생긴다. 이것이 용기인지, 최면인지... ^^ 한바탕 내 얘기를 쏟아 놓고 나니 또 두려움이 엄습한다. 찰스 핸디의 책을 뒤적이다가 한 구절을 보고서야 안심한다. "우리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은 자기 판단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인생관에 입각하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이다." - 『코끼리와 벼룩』 中 내가 신뢰하는 작가의 지지를 받고서야 안심하는 것은 독립 지성인의 길을 걷기에는 내가 여전히 새가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분명한 건, 이것이 자신감 없음과는 다른 무엇이라는 점..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된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가? 나는 종종 이 생각을 한다. 가장 최근의 일은 지난 주다. 자기 삶의 그저 그런 대목을 좀 더 훌륭한 것으로 전환시키려는 이들에게 이 질문은 약간의 긴장감과 떨림을 안겨다 주면서 찾아온다. 지난 해의 실적보다 30% 초과 달성을 꿈꾸는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그렇다. 자기 삶의 아주 고약한 (남들이 알면 나를 멀리 할지도 모를) 대목이 있음을 깨닫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때, 이 질문은 후회와 고통을 안겨다 주면서 찾아온다. 후회는 그러지 말았어야 할 자신에 대한 비참한 감정이고 고통은 다른 이들에게 준 상처가 있을 경우에 느껴지는 괴로운 감정을 말한다. 지난 주에 깨달은(사실은 나를 아끼는 이의 조언으로 인해 알게 된) 일은 나의 고약..

성장의 표지 하나를 얻다 -『몰입의 재발견』

2009년에 출간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이다. 책에서 발견한 '복합성'은 나의 관심을 끄는 개념이었다. 개체나 조직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복합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코끼리는 생물학적으로 쥐보다 더 복합적이지 않다. 저자는 구소련과 미국을 예로 들어 복합성을 이루는 두 가지 요소를 설명한다. 구소련은 엄청나게 거대한 국가였지만 복합적인 사회가 아니었다. "획일적인 중앙집권 방식과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자발성과 다양성을 억압했고, 분화가 불충분해지자 내부에서 폭발"되었다. 반면, 미국은 "고도로 분화되어 있어서 오히려 정반대 방면에서 복합성이 위협"받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이다. 공통의 가치관과 행동 규범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복합성은 분화와 통합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분화는 특수화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