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35

멋진 싸움

마음을 나누고 영혼을 교감했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간다. 쌓이고 쌓여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마음이 닫히고 서로를 공감하지 못했던 시간은 흘러가기라도 해야 할 텐데 고여 썩는다. 쌓이고 쌓여도 가슴이 답답하고 영혼은 외롭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벅찬 일이다 공감에서 오는 충만함, 소통에서 오는 기쁨, 표현에서 오는 후련함, 경청에서 오는 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 답답한 일이다. 오해에서 오는 실망, 단절에서 오는 절망, 그와의 관계에서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연인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할 때, 생애 처음으로 독신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남자를 (혹은 여자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세상을..

친밀한 사랑과 열렬한 사랑

힌두인들은 그들의 신, 비슈누를 사랑한다. 비슈누식 사랑은 다섯 단계로 나눠진다. 1) 주인 대 하인 2) 친구 대 친구 3) 부모 대 자녀 4) 배우자 대 배우자 5) 절대적인 사랑 힌두인들은 번호가 커질수록 높은 수준의 사랑으로 여긴다. 주인을 향한 하인의 사랑은 가장 낮은 단계의 사랑이다. "주인이시여, 당신은 나의 주인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지 말해 주시면 제가 따르겠습니다." 친구 간의 사랑은 (첫 단계의 사랑보다) 자주 서로를 생각하는 사랑이다.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사랑을 경험한다.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눔으로 명령에 복종하는 단계보다 친밀함을 누린다. 힌두교 전통 사고에서 나온 이 다섯 가지 척도를 통해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이 생각들은 내게 중요한 생각꺼리..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보다

[바보] 개봉일 : 2008. 2. 28 감독 : 김정권 출연 : 차태현, 하지원 관람 : 2008년 3월 7일, 최창연 평점 : ★★★★ 간단평 : 바보 승룡이는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순수했다. 승룡이는 동생 지인이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친구 지호, 이 두 사람을 좋아했다. 동생 지인이를 바.보.처.럼. 사랑했다. 동생에게 말도 붙이지 못하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지만 늘 지켜주었다. 그리고 지호를 순수하게 사랑했다. 승룡이는 행복했다. 줄거리 : 승룡이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혼자 토스트 가게를 하며 동생 지인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동생의 학교 앞 작은 토스트 가게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승룡이는 동생이 학교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늘 행..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는 당신께

* 성육신 :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가 인류 구원을 위하여 성령에 의해 마리아의 태내에서 사람으로 잉태된 일. (네이버 국어사전) (당신이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는 글입니다. 교양 하나 쌓는다는 생각으로 '성육신'에 대해 알아 두는 것도 좋을 거예요. 저의 이 말에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간혹 소통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럴 때엔 예수님의 성육신을 묵상합니다. 예수님은 저 높은 곳 하늘 위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친히 인간이 되셨다는 점에서 소통의 비결이 있지 않나 생각하는 게지요. 신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무력한 어린아이로 오신 예수님. 그렇기에 슬픔과 기쁨, 고통이 있는 그야말로 인간의 삶을 사셨지요. 완전한 신이시면서, 완전한 인간이셨던 예수님. 소..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10여년 전, 스물 한 살 나에게 사랑은... 가슴 떨리는 감정이었고, 두근거리는 설레임이었다. 감정과 설레임이 잦아들면 사랑이 식은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사랑에는 배려도, 책임감도 없었다. 설레임과 떨림을 주는 여인과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믿었다. 그러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스캇 펙의 명저 『아직도 가야할 길』 덕분이다. 사랑은 선택 가능한 길이고, 감정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었다. 사랑이라 불릴 만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당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사랑하지 않으렵니다"라고.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까지도 사랑이었다. 사랑은 분명 가슴이 시키는 것이지만, 책임과 배려로 완성하는 것이다...

이모네 고깃집

지난 월요일, 친구와 함께 마포에 있는 이모네 가게로 갔다. 이모는 고기 집을 하는데, 친구와의 동행은 처음이다. 이태 전 가을에 군 복무 중 외출 나온 동생과 함께 이모네서 고기를 먹었고, 지난 해 겨울에는 이모 아들이 결혼해서 이모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전에는 왕래가 없었으니 최근에는 그나마 자주 뵌 셈이다. 이리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내가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살가운 조카가 아님을 알리고 싶어서다. 그런데도 나는 고기 집 이모가 무척 편하고 좋다. '이모가 편안하고 좋은 것은 당연하지. 엄마랑 다른 없는 사람이 이모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엄마의 친자매가 아니라 사촌 여동생이고, 서로 대구와 서울에 살았으니 거리도 조금 멀었다..

사랑

누군가를 최고의 상태로 돕기 위해서는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 팀원이 나와 다른 업무 스타일로 일하더라도, 속도가 느려 내가 끼어들고 싶어도, 혹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것이 팀원의 성장에 필요한 것이라면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사랑의 격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서로의 다른 점을 바라보기 시작한 연인들이 더욱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자기 욕심이 아니라,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하나님과 가까워질 때, 나는 비로소 사랑을 지닌 사람이 된다. 하나님은 나의 마음을 바꾸시어 보다 지혜로운 결정, 누군가를 섬기는 결정을 선택하게 하신다. 거의 모든 경우, 내가 할 일은 정의와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

사랑한다는 것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 최승호 내 연인을 숨 막히게 했던 전적이 있다. 사랑은 구속이 아닌 자유를 주어야 함을 그렇게 실패의 경험 후에서야 깨닫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슴에 새긴다. 사랑은 자유로운 친밀함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창공을 날아오르는 한 쌍의 매가 보여주는 자유로움. 오징어 부부가 상대의 뜨거운 심장을 껴안는 친밀함. 사랑은 배우자의 꿈을 꺾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도와야 한다. 배우자가 잠시 길을 잃어도 그것 또한 꿈을 향한 과정임을 이해하고 신뢰하며 기다려야 한다. 자유로운 실험과 모색을 격려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퍽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

나는 희락주의자다

노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돈 버는 것은 좀 더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며 사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장승수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맞는 말로 여겨지지만, 돈을 벌 일도 없고, 사랑하며 살 일도 없는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가장 어려운 일"일 게다. (학생들은 사랑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 일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그와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노는 것이 쉽다는 말도 공부하다가 놀거나, 일하다가 노는 것을 말한다. 놀기에 지속성을 더하면 이것도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놀기, 공부하기, 돈 벌기, 사랑하기 모두를 적절한 조화로 삶에 조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사는 것이 가장 힘든..

사랑에 관한 추억, 그리고...

아련한 사랑에 관한 추억. 스무 한 살 청년과 스무 살 숙녀의 사랑 이야기. 선명히 기억나는 세 가지 장면. 변진섭의 라는 곡이 떠오르는 날에. #1. 즉흥 여행 어느 날, 선물이 있다며 나에게 하루를 비우라더니 가까운 바다로 놀러 갈 당일치기 여행 계획과 거금 2만원을 쥐고 나온 그녀. 여행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녀의 사랑은 넉넉하고 귀여웠다. 그렇게 떠난 즉흥 여행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종종 생각나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날, 바다로 떠났는지 다른 곳으로 갔는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즉흥 여행을 떠나고자 계획한 그녀의 사랑과 거금을 준비한 정성은 선명하다. 눈물나게 사랑스러웠고 고마웠기에. #2. 이별을 날려 버린 포옹 나를 무척이나 아껴 주었고 진하게도 사랑해 주었던 그녀. 그녀 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