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트위터의 물음에 답하다

카잔 2010. 5. 26. 18:00



"지금 뭐하고 계세요?"

트위터의 물음이다. 묻길래 답한다.

"스타벅스에 앉아 마주 보이는 테이블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고 있지요.
흰 색의 자그마한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치더니
지금은 유인물 묶음을 동그라미 쳐 가며 공부하고 있네요.
짙은 브라운 색의 원피스와 덧입은 더 진한 조끼는 멋스러워요.
무릎 위까지 드러난 다리는 예쁘면서도 가지런히 놓인 모양이 정숙하네요."

나는 여기서 여인만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 아니다.
이 곳에 들어온 지 세 시간이 지났다. 힐끗 쳐다보는 시간은 모두 합해야 5분이다.
나머지 시간은 일하고, 메일 회신을 했다. 블로그에 글 하나를 쓰기도 했다.
앞서 쓴 5줄의 짧은 글은 이곳에서 보낸 1분을 묘사할 뿐이다.
글은 이렇듯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나를 드러낸다.

물론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진실이다. 그러나 부분의 진실이다.
진실의 조각을 더욱 모아야 전체의 진실을 볼 수 있다.
전체는 무엇인가?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는가!
다음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을까?

"무슨 생각하고 계세요?"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와, 저 여자 괜찮은 걸. 흐흐. 하룻밤 함께 하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참 신기하게도, 쓰고 나니까 기분이 야릇해지네.
문득, 좋은 생각, 좋은 말을 하며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느낀다.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 들리는 음악이 흥겨운 걸까?
껌을 씹는 모습이 리듬감 있기도 하고 경쾌하기도 하네.
노트북 옆에 놓인 포켓 사이즈의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가 두꺼운 걸 보니
기록하기를 좋아하겠군. 자신의 삶을 잘 컨트롤하기를 원하는가 봐.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인 걸. 이거 데이트 신청해야 하는 거 아냐? 하하하.'

이것이 실제로 내가 생각한 것들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용기가 없다. 호호.
곧이어 든 생각.

'홀로 의미를 부여해 가다 보면 눈 앞의 여인을 두고 
'운명 같은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겠구나.
어쨌든 앉은 자세가 가지런하고 곧으니 좋은 인상을 주네.'

이런 생각을 한 지금,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생각이 나의 자세를 바꾸었다. 생각의 힘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1. 한 사람을 평가할 때에는 행동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제대로 평가하고 싶다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생각까지 헤아려 살펴야 한다.
전체를 보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이해력이다.

2. 세상에는 빨간색 글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걸 말하려고 민망함을 무릎쓰고 썼다.
삶의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려는 이들은
이런 표현에 눈살을 찌푸실 것이다. (그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인식은 중요하다.
우리의 아름다운 꿈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워즈워스 등 낭만주의 시인들이 바라본 아름다운 세상 묘사는 옳다. 그러나 절반만 옳다.

빨간색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 안에 빨간 생각과 좋은 생각이 함께 공존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분류해서는 안 되고,
한 사람 안에 좋음과 나쁨이 섞여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이런 틀이 세상과 사람 이해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니 '정말 남자는 다 저렇게 생각해?'라고 남자친구에게 묻지 마시길.

3. 지금 당신은 무얼 하고 계신가?
보보의 글을 읽고 있다는 것 말고, 이 글을 읽기 바로 직전을 말함이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

지금 하고 있는 그 일과 생각들이 '지금'이라는 순간을 만든다.
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라면,
매 순간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의 인생을 짓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표현을 잘 해내지 못했지만,
나는 '순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었다.
생각과 행동을 가려서 살아갈 일이다.
늘 조심스러워하자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지 않으면 어색하다. 그래서 오래가기 힘들다.

나의 말은...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은 높이 만큼만 도약하며 살자는 게다.
날마다 그만큼의 성장을 갈망하는 향상심을 갖고 살자는 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My Story > 거북이의 자기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른다고 말하기  (2) 2010.06.09
나를 만들고 세상에 나아가는 시간  (6) 2010.06.08
강인한 영혼을 꿈꾸다  (12) 2010.05.23
나 혹시, 과대망상증?  (0) 2010.05.23
사실의 힘  (0)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