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모른다고 말하기

카잔 2010. 6. 9. 12:22

강사로서 부끄러웠던 순간 하나를 말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이 가진 여러 모습을 살펴보려 합니다.


저는 올해 초부터 <철학입문>이라는 타이틀로 8회에 걸친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된 강연은 7회차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날이 바로 7회차, 현대 철학자들 몇 명을 소개하는 자리였지요.


강연 내용 중에서 살짝(^^) 준비가 미흡했던 대목이 있었습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상호주관성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석학의 방법론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하버마스'를 소개한 것이니

그에 대한 이론은 간단히 설명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많지 않았던 팀원들이 그 날엔 질문이 쏟아지더군요.

바로 미흡한 준비로 대충 넘어가려 했던 바로 그 대목에서 말입니다.

제 설명이 시원찮았던 게지요. 팀원들은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개연치 않아 질문을 퍼부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에 대하여 나름의 이야기들을 개진하여

유익하고 즐거운 토론 시간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으로서의 불성실을 고쳐야 했습니다.

'모르겠다'를 반복하며 제대로 답변해 주지 못했던 게지요.

지금까지의 6번 강연이 아주 잘 진행되었기에

제가 헤이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제대로 준비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것은 저에 대한 질책이요, 다짐이었습니다.

불성실의 표현으로서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은 나쁜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과 입장이 바뀌면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이

매우 필요하고 또한 그렇게 말하는 것이 훌륭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배우는 사람들이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른다고 말하려면 정직해야 하고,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


 '와! 이들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자유롭게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그날 강연에 참석했던 팀원들의 내면의 힘과 호기심에 감탄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배우는 자들의 훌륭함입니다. 배움은 모름의 인정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그날, 팀원들은 훌륭한 학생이었고, 저는 불성실한 선생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또 하나의 순간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입니다. 이것에 대한 짐 콜린스의 설명은 탁월합니다.


위대한 의사결정은 위대한 사람들과 단순한 한 문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모르겠습니다"죠. 이에 대한 증거는 아주 확실해요.

오랜 시간에 걸쳐 뛰어난 결과와 훌륭한 의사결정을 연달아 내놓을 수 있게 대비한 리더들은

사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때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죠.

어떤 것이 더 낫겠어요? 이미 한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면서 모른다고 거짓말 하는 것?

아니면, 모르고 있는데 아는 척하면서 결국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

그것도 아니면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지요"라고 진실을 말하는 것?

- 『위대함의 법칙』  p.170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잘 결정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는 것,

또한 잘 결정하기 위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탁월한 결정을 만듭니다.  

반면, 탁월하지 못한 리더는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사태 파악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채 혼자서 결정해 버립니다.

토론 과정에서 겪는 갈등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피하거나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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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통해 나의 불성실함을 느끼고

배우는 사람들의 겸손하고 용기 있는 자세를 깨닫습니다.

또한 탁월한 결정의 비밀도 "모르겠습니다"에 있음을 배웁니다.

"모르겠습니다"라는 말, 필요할 때에는 용기내어 말하고

그럴 말을 할 상황이 아닌 곳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도록 성실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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