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를 만들고 세상에 나아가는 시간

카잔 2010. 6. 8. 14:16

"발자크의 퇴고는 끝이 없습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칩니다.
지치지 않는 글 노동자 발자크는
그 퇴고본들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김탁환의 『천년습작』의 한구절입니다.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입니다.
저 인용문은 요즘의 제 작업 시간을 잘 표현해 줍니다.
오늘도 오전의 3시간 30분 동안 퇴고를 했습니다.

분명히 책상 앞에 핸드폰을 두었는데
진동을 듣지 못합니다. 쉴 때에야 문자가 왔음을 알게 됩니다.
한 10분 지났으려나, 하고 생각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기분좋은 순간입니다. 집중력이 없는 제가 몰입한 흔적이니까요.

"나, 작업하오니 그대들은 나를 찾지 마시오"하고 핸드폰을 꺼둘 순 없습니다.
세상이 모두 일하는 근무 시간에 핸드폰을 꺼두면 소통하지 못하니까요.
그런데도 본의 아니게, 오늘은 동료의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그에게 미안하면서도, 몰입을 선사해 준 시간에게는 고맙습니다.

내가 두 번째로 자주 가는 카페, 아마폴라


작가는 자신만의 작업 공간을 지닐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세상에 나아가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무엇 때문인지, 저도 발자크처럼 퇴고본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첫 책을 퇴고한 두툼한 종이 뭉치를 그래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움은 아마도 나의 시간을 가졌다는 흔적이고,
그것은 곧 나를 만들어간 흔적이요, 세상으로 다가선 흔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연속하여 16일 동안 나는 하루에 최소한 2시간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주었습니다.
기쁘고 의미 있는 날들이 쌓여간다는 뜻입니다.
결과에는 무심하렵니다. 모든 결과는 그 사람의 그릇대로 이루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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