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반박!

카잔 2010. 7. 16. 14:31

사람들은 종종 나더러 어려운 형편에 참 잘 자랐다고 칭찬한다.
과분한 칭찬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1) 지금의 내 삶이 나의 판단과 의지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 상황, 그리고 우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영향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끄고 살 뿐이다.
이런 영향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듣게 되는
참 잘 자랐구나, 라는 말은 부끄럽고 낯 뜨겁다.  

2) 누구나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을 만한 삶을 산다.
자기 삶을 누군가에게 들려 주어 보라.
힘겨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이야기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다시 힘을 내었던 이야기를 말이다.
사람들이 참 잘 커주었다고 칭찬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준 적이 없었기에 칭찬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하면, 아마도 무안해지거나 부끄러울 것이다.
노력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기 때문임을 자신은 알기에 그렇다.
혹은 힘겨움을 넘어선 자신만의 재능과 기질이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삶에 정면으로 맞서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누구나 머릿칼이 자란다.
그러니, 머리카락이 참 잘 자랐군요, 라는 칭찬은 어색하다.
나에게는 참 잘 성장해 주었군요, 라는 칭찬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엔 나의 작은 노력에 괜히 우쭐했다가도
누구나 그 정도는 노력하고 있음에 부끄러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