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일간의 긴급한 일들이 지나가고

카잔 2010. 7. 9. 16:49


점심 식사 후, 서점에 들렀다. 오랜만이었다. 편안하고 행복했다.
진열된 책을 매만지니 공부하고 싶어졌다. 책을 읽고 싶어졌다.
서점에 서 있으면, 나는 에너지가 솟고 생기가 돈다.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두어번 들었다 놓았다.
책값이 비싸기도 하고, 할 일이 많아 독서할 시간이 없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자제하여, 빈 손으로 서점을 나왔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 것 같아 아쉽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해야 하는 일도 해내야 한다. 해결책은 하나다.
열심히 살아 내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집에 가면,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해야겠다. 기분이 좋아진다.

*

오늘 저녁을 홀로 보내고 싶다는 마음과
7기 와우팀원들을 만나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한참을 갈등했다.
다음 주에는 강연, 베트남 여행 뒷풀이 모임 등 7기를 만날 시간이 없는 것이다.
7월 일정을 체크해 보지 않았으면, 아마 오늘 홀로 야구장에 갔을 게다.

나는 내게 얼만큼의 가용 시간이 주어졌는지를 체크하지 못하는 편이다.
다음 주에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음 주 일정이 빠듯한 걸 모르기도 한다.
오늘 혼자 야구장에 가기로 한 것은 변경했다. 아쉽지만, 더욱 소중한 게 있다.
오늘은 7월의 목표에 집중할 날이 되어야 했다.

와우팀원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것은 좋은 대안이었다.
그러나 연락했던 팀원에게 큰 일이 생겼다.
아버님께서 오늘 새벽 쓰러지셔서 병원에 있었다.
팀원은 내게  기도를 부탁했고, 나는 기도를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7기 와우팀원의 독서축제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

밤새 모기가 나를 괴롭혔다.
그러고 보니 올 여름 아직 모기약 하나 사지를 않았네.
오늘은 귀가하며 마트에 들러 전쟁 무기를 사야겠다.
짜식들, 너희들은 오늘 다 죽었어!

어젯밤 모처럼만에 꿈을 꾸었다. 묘한 꿈이었다. 유치했다.
나는 어딘가를 날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안전한 비행은 아니었고,
메뚜기의 점프처럼 주기적으로 지상을 짚어야 하는 비행이었다.

나는 어떤 위험에 처했던가? 아니면 악의 무리에게 쫓기는 상황이었나?
어쨌든 나는 정의로웠지만, 곤경에 처했다. 바닷가에 불시착한 것이다.
사방은 캄캄했다. 바닷가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철조망을 넘으니 정글이 나왔다. 웃지 마시라. 이미 유치하고 묘한 꿈이라 고백했으니.

피곤했나 보다. 정글을 들어가지 못하고 나는 드러누웠다. 
누운 자리에는 낯선 가방 하나가 있었다. 열어 보니 놀랍게도 나의 소지품들이 들어 있었다.
내가 아끼는 책 몇 권이 가방 안에 작은 상자 안에 정돈되어 있었다. 기뻤다.
다른 소지품들도 반가운 것들이었다.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이 즈음에서 잠에서 깼다. 무슨 꿈일까?
모기에게 쫓기던 영혼이 안식을 찾는 꿈일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꿈일까?
또 가방을 잃어버릴 때가 되었으니 조심하라는 것일까?

오늘 메일 하나가 왔다.
화요일에 강원도 횡성군 둔내에서 진행했던 강연의 담당자다.
나는 어제 그에게 메일을 보냈었다. 혹시 후지쯔 노트북 전원 케이블을 못 보셨냐고.
오늘 메일은 케이블을 찾았으니 주소를 알려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 전원 케이블을 찾을 꿈이구나.
오늘 밤 다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독일에서 잃어버린 배낭도 찾게.
하하하. 그만하자.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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