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빗물에 흘려보낸 나태함

카잔 2010. 9. 21. 16:46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내 몸에 비에 젖지 않은 곳은 없었다.
하늘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세찬 비가 내리는 날에
나는 우산을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걸었다.

옷은 순식간에 젖었고 안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은 눈앞을 가렸다.
추석 하루 전날이어서인지, 너무 거센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혹여나 한 사람이 걸어오면 나를 다른 골목길로 들어섰다.

노래를 불렀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떠오른 노래를 부르다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바꾸어 불렀다.
힘들 때마다 나를 붙잡아 준 노래인데, 오늘은 결연함을 담아 불렀다.

"나의 마음 동일 때 예수의 마음을 알게 하소서
나로 당신의 편에 서게 하셔서 당신의 모습 닮게 하소서"

마음 속으로, 종교적인 사람이 되기 보다는
좀 더 도덕적이고 정의롭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며 행복하고 싶었다.

그치지 않은 비가 내 온 몸을 훑어 내리고 있다.
비에 젖은 옷이 무게를 못 이겨 땅으로 축축 늘어져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곁눈질로 나를 힐끗 쳐다보곤 했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소원하고 또 소원했다.
올해 안에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마음 속에 새기었고
어제보다 좀 더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사랑을 실천하자고 다짐했다.

내 못된 마음들이 거센 빗물에 씻겨내려 가기를 원하며 걸었고
하늘을 쳐다 보면서 내 마음이 저 회색 구름 뒤의 푸르름을 닮기를 바랬다.
노래 하나를 더 불렀다. 중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노래다.

"이별의 눈부신 슬픔 맞고서 흘린 눈물을 이제는 씻으며
그대의 사랑과 이별 속에서 커가는 내 모습 느껴져요."

연인과 사랑과 이별을 한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수많은 시간과 여러 가지 일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성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렀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거듭 다짐했다.
잘 살자고! 아름답게 살자고! 사랑하며 살자고!
와우팀을 향한, 작가의 꿈을 향한, 선한 리더의 삶을 향한 날들을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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