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불평없이 살아보기, 힘드네!

카잔 2010. 9. 11. 18:44



"아! 정말 덥네."
덥다, 라는 표현 만으로는 불평인지, 사실을 말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불평인지, 아닌지는 말하는 이가 내적으로 불만을 느끼는가, 아닌가에 달렸다.

저 말은 분명 짜증이 섞인 말이었다.
나는 지금 막 우체국 기사님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택배를 받는 일인데, 기사님과 약간의 신경전을 벌였다.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이미 나는 투덜거렸다.
오전에 전화를 했더니 안 받으셨다.
오후에 다시 했더니 집에 왔다가 오셨다가 지나가셨다고 한다.

일원동에 소재한 강남우체국에 와서 찾아가란다.
내일 그냥 놓고 가 달라고, 분실하면 유실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더니 '등기'라서 안 된단다.
오실 때 전화 한 통화만 주시면 바로 달려가겠다 했더니 등기는 전화하는 '시스템'이 아니란다.
 
서비스 직원들의 '회사 규정 상 안 됩니다'는 내가 싫어하는 말이다.
평소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편도 아닌 나이기에,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규정을 들고 나오는 직원들의 융통성 없을 싫어해왔던 터였다.

나는 기사님의 '시스템'이란 말에 짜증이 났고
홧김에 내가 지금 계신 곳까지 찾아가서 받겠다 했다.
버럭 내뱉은 말로 인해, 나는 더운 날 40분을 다녀와야 했다.

기사님을 만났을 때, "어, 이곳 지리를 잘 아시네요."
(퉁명스럽게) "4년을 살았으니 잘 알아서 온다고 했지요"
이게 다였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타이밍인데 하지 않고 왔다. 못 됐다.

씩씩거리며 열 받은 상태로 와우팀원을 만났다.
허탈하게 웃으며 그에게 먼저 내뱉은 말이 "아이! 정말 덥네"라는 것이었다.
나는 애꿎을 날씨를 핑계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불평이었다.

불평제로 밴드를 반대편 손목으로 옮겨 끼웠다. 또 실패다.
'불평 없는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기 위해 나는 '21일 연속 불평 안하기'를 시도 중이다.
시도 중이지, 열흘도 못 넘긴 듯 하다. 불평을 하면, 성공일수는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도 억울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성공일수가 고작해야 하루 이틀, 혹은 4~5일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직했을 때의 내 예상과는 달리, 나는 불평이 많은 사람이었다.

*

다음 날, 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전에 잠깐 집에 들렀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 골목길을 걸으며 보라색 밴드를 바라보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오늘은 아직까지 성공이다. 이제 몇 시간만 잘 해내면 된다'

시계를 바라보았다. 저녁 6시가 넘은 시각이니, 4~5시간만 보내면 된다.
문득, 21일 동안이나 연속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게 보이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효과는 충분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저기 지인이 보인다.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나서, 내가 건넨 말. "아이씨, 21일은 너무 길어."
말하자마자 아차 싶어서 지인에게 물었다. "이것도 불평인가?"

"이런 것도 불평이야? 그러면 너무 엄격한대..." 지인이 말하는 동안
이미 나의 밴드는 다른 손으로 옮겨져 있었다. 불평이었다.
'불평인가?'하고 반문한 것은 이미 마음 속에 스스로 캥긴 게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실패.
나의 '불평 안하기' 노력은 이렇듯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9월 9일과 10일, 모처럼 만에 이틀을 성공했다.

주말에는 이틀 동안의 성공 스토리를 적어보아야겠다.

- 201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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