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새해' 계획, 세우지 마라!

카잔 2010. 12. 23. 16:38

한 훌륭한 지성인이 자신의 삶을 회고한 글
1)을 읽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부끄럽고 슬펐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던 윤동주 시인의 고백 앞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굳이 하늘을 쳐다보지 않더라도, 땅 위를 걷는다는 사실 앞에서도 부끄럽고,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해야 할 일에 부지런하지 못했던 것이 슬프다. 이것이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둔 내 심정이 차분한 까닭이다.

자기계발서는 나를 위로한다.
잃은 것이 많지만, 남은 것도 많다고. 맞는 말이다.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없단다. 이 역시 옳다. 그러니, 나는 다시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분하게 도전할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세운 계획이 종종 내 인생의 진짜 목적과 어긋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기에 새해는 어울리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평균적인 감정과 에너지 이상의 것들이 나를 찾아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채 계획을 세우곤 하기 때문이다.

니체는 우울할 때 철학하지 말라고 했다. 우울함을 들고 사색에 잠기면 자기 삶을 구원할 아이디어보다는 우울함을 더할 생각만을 이어가기 때문이리라. 우울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보다 생각을 '깊이'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니체의 말을 표면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니체가 강조한 것은, '우울함으로 철학하기'의 절대부정은 아닐 것이다. 부분적 부정일 것이다.

빛과 그늘 모두 삶의 일면이다. 좋은 철학은 상반된 두 가치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빛과 어둠이 모여야 하루가 되듯이 삶의 양면성을 모두 담아내야 좋은 철학이 된다. 우울할 때에만 철학하면 비관주의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울함을 안고 철학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반쪽짜리 철학이 될 것이다.

니체의 주장을 취할 것이냐, 버릴 것이냐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취(取)하고 사(捨)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의 상반된 가치를 자기에게 적합한 비율로 조화시키는 것이다. 생각만 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면 당신은 80%~90%를 긍정적으로 철학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 항상 기분이 좋아 삶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차분하게 철학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메시지가 주는 효용은 희망과 용기다. 그것이 주는 에너지로 삶을 개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자기계발 담론의 소비자들은 희망을 얻되, 자기 현실을 성찰하지는 않는다. 차분하게 성찰하며 계획하기보다는 들뜬 기분으로 계획을 세운다. 연말이면 실천하지 못한 계획으로 '잠시' 울적해하다가 연초가 되면 다시 지난 해 것과 비슷한 계획 세우기를 반복한다. 

이들은 차분하게 계획 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계획을 '새해'에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연말, 지금이야말로 계획을 세우기 좋은 시절일지도 모른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들여다보며 20~30%에 불과한 달성률로 약간의 자괴감을 느껴지는 지금 말이다. 다음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올해 초 세웠던 목표부터 확인하라.

달성률을 체크하거나 실천하지 못한 것을 들여다보며, 미달성의 원인을 살펴라. 목표로 세워 두긴 했지만 스스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실현할 가능성은 낮다. 세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아직까지 모르고 있는 목록이 있다면 그것 역시 실현 못한 게 당연하다. 자신의 가용시간을 고려하지 못한 무리한 목표 역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올해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는가? 이것을 핵심목표라 부르자. 다른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해도 핵심목표를 달성하면 만회가 되고, 다른 목표를 모두 달성해도 핵심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쁨이 크게 사라지는 목표! 이것이 핵심목표다. 핵심목표의 달성 여부가 중요하다. 다른 목표들은 걷어내라. 올해 나의 목표를 돌아보니 구색맞추기식 목표였다.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구색을 맞추는 것이 위험 부담이 덜해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에게 집중하지 못한다. 크리스피 도넛을 예로 설명해 보겠다.

사람들은 크리스피 도넛 한 박스를 살 때, 오리지널만을 사지 않는다. 다양한 도넛을 골라 구색을 맞춘다. 보기에도 여러 색깔의 도넛 셋트가 맛나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리지널 크리스피 도넛이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도 오리지널 도넛이다. 그렇다면 도넛 한 상자를 살 때, 오리지널만으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2. 차분하게 2011년 계획을 세워라. 

핵심목표부터 세워라. 올해의 계획을 들여다 본 것이 도움될 것이다. 핵심목표가 우선이고, 재정/ 관계/ 건강/ 영성/ 일/ 가족 등의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다음이다. 핵심목표가 우선이냐, 삶의 균형이 우선이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또한 한 개인에게도 그의 연령대에 달라질 것이다. 업무 지향적인 패턴으로 몇년을 살아왔다면 당신은 삶의 균형을 생각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혹은 20대의 독신이냐 40대 중반의 가장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나의 2011년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핵심목표

- 작업공간을 만들자!

- 4권의 책을 출간하자!

- 7기/ 8기 와우팀원의 리더가 되자!


삶의 균형을 위한 목표도 있다. 와우, 업무, 재정, 즐거움, 관계, 영성, 건강, 지식, 브랜드, 공헌이라는 10개의 항목에 따라 2~3개의 목표를 세워 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집중해야 할 목표는 핵심목표 3가지다.

3. 2011년 계획을 이룰 삶의 방식으로 자신을 혁신하라.

올해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욕심을 가졌을 뿐, 대가를 치를 생각은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핵심목푤르 달성했는데도 그것의 기쁨이 크지 않다면, 자신을 즐겁게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기꺼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각오가 있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정신병자란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나는 2011년 강연을 주1회 이상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책을 쓰겠다는 목표와 많은 강연을 하겠다는 등의 외부 활동에 관련된 목표가 양립할 수 없다. 책을 쓰는 일은 홀로 책상 앞에 앉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와우팀을 운영하기 위해 강연 횟수를 적절히 조절했던 것처럼, 책을 쓰기 위해서도 외부 활동을 좀 더 줄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책을 쓰는 모든 이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내 성향에서 나온 지침이니까. (나는 책에 온갖 정성을 쏟는 편이다. 모두가 그렇지 않느냐고?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는 꽤 답답하게 책을 내는 성향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 실현으로 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2011년을 응원한다!

1) 류짜이푸의 『면벽침사록』 마지막 장을 읽었다. 중국의 사상가 류짜이푸는 요즘 자주 들여다보는 작가다. 2011년에는 류짜이푸, 이사야 벌린, 김영하를 겹쳐 읽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