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생일 선물받기의 어려움

카잔 2011. 2. 16. 21:57

"최근 생일은 모두 서울을 떠나 맞으시고 계시는 선생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
생일은 선물을 받으라고 있는 날인데..."


며칠 전, 제 생일날에 어느 와우팀원이 온라인 와우카페에 짧게 남긴 글의 일부입니다. 이 글은 나를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이끌었습니다. 내가 생일을 보내는 모양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을 터인데, 저리 말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맞습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태어난 날짜가 가까워지면, 저는 서울을 떠났습니다. 와우팀원들이 나를 선생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은근히 해 온 일입니다. 예전에도 생일 당일 날에는 지방 강연을 잡곤 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갈 좋은 구실이 되니까요. 

2010년에는 제 양력 생일을 전후하여 대구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와우팀원들에게 혹여나 부담이 될까 봐 염려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제 본가에서는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기에 대구로 내려 갔을 때에는 이미 나의 생일이 지난 뒤였습니다. 덕분에 와우팀에도, 본가 식구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설마, 저의 이런 모습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이 정도의 행동 패턴이라면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아니라, 강박관념일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하며 제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저를 아껴주는 지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은 것이 제 본심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편한 대로 살려는, 말하자면 이기적으로 사는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선물을 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빼앗아버린 것입니다. 저도 선물하는 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김칫국을 마시듯이 저리 자리를 피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으면 어린이처럼 즐거워집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싫어 아예 자리를 피하는 것입니다. 혹여나 와우 기수들이 '단체'로 움직이며 마음이 동하지 않은 팀원들까지도 선물에 동참해야 하는 의도하지 않은 분위기가 매우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에 서로 권할 수 있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개인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때로는 마음으로, 때로는 선물로 혹은 시간을 함께함으로.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제 입장에서 볼 때) 생일 선물을 받을 만한 이유가 충분치 않습니다. 받은 것을 따지면 제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가 다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제 마음 편하기만을 따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모든 와우팀원들이 제게 선물을 줄 만큼 제가 리더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도 아니랍니다. 차라리 그랬다면 좋겠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여러분들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하면 되니까요.

와우팀장으로서의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팀장님께 선물을 하자니 마음이 안 끌리고, 안 하자니 마음이 개운치 않고..' 팀원들에게 이런 정도의 마음이 들게 하는 리더라면, 저의 부재로 이런 고민을 없애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참 못난 성정이지요. 기꺼이 주고 싶은 마음을 지닌 팀원들은 어찌하나요, 라는 질문은 밀쳐 놓고 맙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 언젠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2011년에는 내 생일이 끼어있는 2월에 브라질에 왔습니다. 벌써 두번째입니다.

이곳에 계시는 솔개와우들이 그나마 한가한 시기가 2월이기에 온 것인데, 이들은 두 번씩이나 와우팀장의 생일을 맞게 된 것입니다. 허허, 이건 또 어찌 피해야 할까요? 피할 길이 없습니다. ^^ 어디 지방으로 도망갈 곳도 없습니다. 아마도 생일날 저녁에 함께 식사하는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면으로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그 날만큼은 식사도 제가 대접하고, 선물도 제가 드리는 것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와우카페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날은 제가 여러분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마련한 자리입니다. 이미 저에게 다양한 선물을 많이도 주셨으니, 그 감사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리려고 식사와 작은 선물을 준비한 자리입니다. ^^ 제 생일날이라고 해서, 행여라도 선물을 준비하시려 했다면, 저는 절대로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니 그 생각을 내려 놓아 주시옵소서. ^^ 혼자 김칫국 마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팀장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 마음의 축하가 이미 제게 전해졌습니다. 그저 그날에 함께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제게 큰 선물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행복했습니다. 주는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생일날은 제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선물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 되었거든요. 허허. 이를 어쩐답니까! 제가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곳 상파울로 물가가 무지 비싸거든요. 돈이 있어야만 섬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날아와서 수업을 한 번이라도 더 하려면 제가 돈을 좀(?) 벌어야 여기 계신 분들이 제 지갑을 열게 해 주시겠지요. ^^

생일 선물은 감사하게 받아들인 후에 더 깊은 사랑과 열정으로 살라는 메시지로 여기며 더욱 힘차게 살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쉬워 보이는 이 말이 제겐 참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로는 '생일'이란 단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날이 되거나 선물하는 이에게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잊고 살다가 생일에 맞춰 표현되는 선물도 좋지만 생일이 아닌 때에 자연스레 전달되는 선물도 가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선물 '받기'가 힘겨운 게 아니라 '생일' 선물 받기가 부담스러운 겁니다. 


에고야! 이 글 쓰기가 쉽지 않아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네요. 제 자랑으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물이란 게 받는 이를 향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주는 이의 이해득실에 좌우되기도 하거니와 이 글에 담겨 있는 저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읽어 주기를 바랍니다. 선물의 위대함은 이타심에 있지 싶습니다. 상대의 칭찬 받을 행위가 아니라 주는 이의 성품에서 출발하는 선물 말입니다. 물론 자기 이익을 완전히 배제한 '순전한' 이타심은 없을 겁니다. 이타심이란 나의 유불리를 얼마나 덜 따지느냐의 문제겠지요.


또 진지해지려는 걸 보니 이만 글을 맺어야겠습니다. 언젠가 생일 선물을 편히 주고받는 자유인이 되든그렇지 않든, 나를 보듬고 타인을 챙기는 삶을 살려는 노력은 잊지 말아야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와우스토리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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