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세 가지 질문

카잔 2011. 3. 3. 21:08

팔걸이가 아닌 전면에 있어 편리했던 리모컨


5 Star 항공사

이번 브라질 여행은 카타르 항공사를 이용해 다녀왔다. 내가 카타르(QATAR) 항공을 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교포 분들은, "KAL 타고 오신 거 아니네요?" 라고 물으신다. 네, 중간에 예약 변경을 하느라구요. 이 말은 사실이지만, 내가 대한항공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결정의 최우선 조건은 가격이었다. 카타르 항공은 2백 3십만원 대의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내가 원하는 일정의 좌석을 구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그랬지만, 교포 분들에게도 카타르 항공은 낯설었나 보다. 고생했다는 듯이 염려하신다. "(항공사) 괜찮었어요?" 나는, 조금 좁긴 했지요, 하며 화답했다.


싱싱한 과일과 따뜻한 오믈렛이 나온 기내식


카타르 항공의 수준이 어떠한지는 나도, 그들도 몰랐다. 그러나, A는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것이 없는 듯한 A 덕분에 카타르 항공의 수준에 대해 알게 되었다. A의 가족이 모인 그 자리에서도 내가 타고 온 항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카타르 항공이라 대답했다. 그 때, A가 말했다. "카타르 항공 말야, 파이브 스타 항공사야." 그렇잖아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그의 지식에 감탄하고 있던 터였는데, 나는 감탄했다. 이런 세부적인 지식까지 알고 계시다니!


멋스러운 커피 젓는 스틱


기실, 나는 항공사에 5 star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항공 관련 리서치 조사 기관인 스카이트랙스사가 매년 전세계 탑승객들을 대한 설문을 바탕으로 '파이크 스타 항공사'는 선정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최근에 합류한 중국의 해남항공과 우리 나라의 아시아나 항공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7개 사에 불과하다. 카타르는 세계적인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타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탁월한 식견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몰라 보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을까?


모르는 게 없는 사람

나는 A의 동생 분과 친밀한 사이라 A의 생일에 초대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여행객이 현지에 사는 사람의 집에 초대되니, 긴장되면서도 즐겁다. 긴장은 다른 문화를 몰라 실수라도 할까 봐 드는 것이고, 즐거움은 내가 사는 곳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기대감에서 오는 것이다. 초대된 집으로 가는 길에 동생 분은 A를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라 소개했고, 나는 그 집에 있는 내내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게 없을 수야 없겠지만, A는 정말 박학다식했다.

남북 통일은 평화 통일이 아닌 정의로운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에서부터,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긍정적인) 본질을 거쳐, 코카 콜라의 제조법 그리고 카타르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그의 지적 편력은 넓었다. A를 처음 만난 것은 나의 강연에서였다. 코윈 (KOWIN) 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그는 청중이었고, 나는 강사였다. 그는 모든 것을 흡수하는 열정적인 학생이었고, 나는 그런 학생 덕분에 즐겁게 강연했다. 그 때는 몰랐다. 그의 지적 세계가 이 정도인 줄은.

나는 예순의 A에게 내 강연을 들은 소감이 듣고 싶어졌다. 직접 물어보기에는 그 날의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 분에게 슬쩍 부탁했다. A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젊은 강사는 머릿 속의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강연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의 강연을 가슴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머릿 속에 든 지식이 별로 없으니까. A를 만난 후, 나의 지식 없음을 제대로 느낀 것 같아 감사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을 텐데, 내 안에는 어떤 지식이 있을까?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지식

A는 멋졌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화자가 균형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말을 꺼냈다. 그 장면을 지켜 보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어쩌면 나는 A처럼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내가 '지식'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 날의 대화가 나에게는 지적 유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쓸모 없는 말장난'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지식이 밥 먹어 주냐?'고 생각한다. 생업에 몰입하느라 독서와 사색은 자신에게 사치라 생각할 수도 있고, 말만 앞서는 독서가를 만나 크게 실망한 경험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소위 식자들이 추구하는 지식이 무용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돈이 있다고 해서 행복과 건강한 삶으로 직결되지 않은 것처럼 많은 지식도 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지식 무용론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돈에 대한 탐욕처럼, 지식에 대한 탐욕으로 무절제하게 지식 흡수를 시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A와의 대화는 짧았다. 그 분께서 그저 많은 지식을 가진 분이신지, 삶에 유용한 지식을 분별하는 지혜까지 가지신 분이신지는 나도 모른다. (연륜과 몇 마디의 말씀으로 보아 건강한 지적 균형을 이루셨다는 느낌은 들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지식의 효용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유익한 지식을 선별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지적 호기심으로 인해 너무 많은 시간을 '잡학다식'을 취하느라 소비하고 말 것이다. 삶을 돕는 지식, 다시 말해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지식은 무엇이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와우팀장 이희석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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