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내 삶에 찾아든 변화들

카잔 2011. 4. 19. 06:15

요즘 제가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폰 유저가 되었습니다. 선물 받은 것이긴 해도, 이미 저는 변화를 결심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어떤 변화냐구요? 글쎄요. 변화의 방향은 분명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내가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서요. 회의적인 질문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의 호기심이 어려 있고, 일기쓸 때의 마음가짐으로 성찰하고 싶은 겁니다.

마케팅의 달인

"나는 마케팅의 달인이 될 꺼야." 와우 연구원과의 전화 통화 도중 제가 했던 말입니다. "정말 팀장님과 안 어울리는 말이네요. (농담조로) 어쩜 단어와 사람이 이렇게 안 어울까요?" 그가 나에게 했던 말입니다. 우리는 마구 웃었습니다. 하하하하. 통화한 지 며칠이 흐른 지금, 유쾌한 웃음은 좋았지만, 나는 유쾌함 그 이상의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몸을 움직여 마케팅 활동도 해 보려 합니다.

사실 마케팅에다 인생의 승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과 방법론을 알아갈수록 세상과 사람을 더욱 잘 이해할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내실을 다지는데 열심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포장하고 알리는 일에 열심인 사람도 있으니까요. 어느 쪽이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명실상부'가 정답일 것입니다. 드러커와 코틀러는 홍보 뿐만 아니라 제품까지 마케팅에 끌어들임으로 (경영학의 관점에서) '명실상부'를 정의한 것입니다.

* 피터 F. 드러커 :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울 정도로 경영학의 기반을 쌓은 르네상스형 지식인. 

* 필립 코틀러 : 마케팅의 구루. 그도 드러커도 기업의 두 가지 과제를 '마케팅과 혁신'이라고 봄.

스마트폰의 달인

와! 이건 마케팅의 달인보다 더욱 어색하군요. 줄곧 폴더형 핸드폰을 사용하다가 이제 아이폰 유저가 된지 이제 겨우 4일차입니다. 나도 모르게 전화를 걸어버리기도 하고, 문자 한 줄 보내는 데에 일 분이 걸리기도 하는 '生'초보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초보가 되렵니다. 살아있다는 말은 하루가 지나면 하루 만큼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스마트폰에 풍덩 빠져 보려구요. 기기(Device)에 관심없는 제 성향 탓인지 스마트폰으로의 '풍덩'은 쉽지 않습니다. 기기를 만지고 있으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아이폰은 처음이지만, 스마트폰은 처음이 아닙니다. 1월에 하드디스크를 날려 버리면서, 복구업체와 연락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했지요. 두 달 가까이 사용하면서도 앱을 하나도 깔지 않았고 카카오톡이 무언지도 몰랐는데, 지금 제 아이폰에는 카톡이 깔려 있습니다. DAUM 앱도 깔려 있습니다. 애물단지였던 스마트폰으로 캘린더, 메일 등을 동기화하면서 관심가지고 노력하던 차에 아이폰을 선물 받았습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이제 활활 타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홍보의 달인

이것은 가장 어려운 도전일 듯 합니다. 와우 수업을 진행하다가 불가피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말도 버벅거리고, 지나치게 수줍어합니다. 이런 제 모습을 여러 번 보았던 와우 연구원들이 애정 어린 조언과 피드백을 여러 번 주었습니만, 여전합니다. 나의 수줍음은 어쩌면 자기중심성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교류하기보다는 그저 홀로 조용히 지내고 싶은 성향 말입니다.

카카오톡을 설치할 때, 무지 망설였습니다. 저장된 번호가 자동으로 카톡 친구로 등록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와우 연구원과 소수의 친구들만을 아이폰에 저장해 두긴 했지만 그래도 수십 명입니다. 하지만 (일년 만이라도)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카톡을 Down 받았습니다.  세상이 나만의 세계로 침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장스럽다 생각하시겠지만, 정말 그런 느낌이었지요. 수년 동안 네이트온도, 메신저도, 페이스북도 사용하지 않던 저였으니까요. 트위터는 사용하다가 안 하게 된지 6개월은 지난 것 같네요.

다행스럽게도, 카톡의 마지막 설치 과정에서 "실명을 사용하시면, 보다 많은 분들이 쉽게 회원님을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니요, 를 눌렀고 닉네임을 적어 넣었습니다. 아무도 못 알아 볼 새로운 닉네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누르고, 회사 이름으로 적었습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실명과 잘 알아보지 못할 닉네임 사이에서의 타협입니다.

시간 관리의 달인

글을 쓰다 말고, 잠시 아이폰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새벽 5시 25분임을 알리고 있고, 배터리 충전량을 표시하는 아이콘이 배터리가 모두 충전되어 있음을 보여 줍니다. 메시지, 캘린더, 사진, 카메라, 날씨, 지도 등 바탕화면에 깔린 20개의 아이콘들이 신기합니다. 손가락 끝으로 클릭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니, 참 신기합니다. 검은색과 와인색이 어우러진 아이폰 케이스도 마음에 듭니다. 갑자기 아이폰을 묘사한 것은 이 녀석이 저의 새로운 플래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13년 동안 사용해 왔던 종이로 된 프랭클린플래너 대신 스마트폰으로 일정관리를 시작하려 합니다. 새로운 플래너는 십년 넘게 제가 들고 다니던 것과 모양과 사용법이 매우 다릅니다. 아직 서투르고, 동기화를 못하여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제 모습도 신기합니다. 예전 같으면 변화를 거부하고 원래대로 살다가 느즈막이 최후의 변화 수용자가 될 텐데 말이죠. 후기 다수 수용자들 말입니다.

변화에 대한 마음가짐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는 기묘한 꿈을 열 편 묶은 소설집입니다. 한국에서는 같은 제목으로, 작품 14개가 더해져 소세키 소설전집으로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소세키는 아사히신문 기사에서 "퍼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소세키. 천 년 후의 독자 투표에서도 1위를 할지 모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국민 작가입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는 칭호가 붙기도 합니다. 『몽십야』의 제7편에 배를 타고 가는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남자는 자신이 왜 큰 배를 타게 되었는는지,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선장에 물었지만 대답이 없고, 승객들은 대부분 외국인입니다. 남자는 배에 타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불안하기도 하여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몸을 바다로 던진 찰나, 남자는 '그냥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남자는 "끝없는 후회와 공포를 느끼며 검은 파도 속으로 조용히 떨어"졌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만을 넘었었습다. 매우 많은 수치지만, 그보다 많은 성인들이 여전히 스마트폰을 잘 모릅니다. 이제 겨우 인터넷에 익숙해졌던 어른들은 다시 스마트폰을 익혀야 할까요? 아니면 뭐가 뭔지 모르는 디지털 세계에 아예 휘말리지 않는 게 속편한 일일까요? 사람들은 21세기를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시기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변화'는 항상 혼란스럽고 가치 파괴적이며 스피드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소세키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작가입니다. 100년 전, 일본의 개화 역시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빠른 것이었고,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남자의 이야기는 "뭔가 뭔지도 모르는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기 싫다고 해서 구시대에 매달리는 것은 더 바보 갚은 짓"이라는 걸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요? 이 때 필요한 것이 명랑 정신입니다. 명랑 정신은 불확실성과 동행하는 힘을 말합니다.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학자는 점점 삶과 유리된 사유를 펼치고, 불확실성을 한껏 받아들이는 학자는 살아 숨쉬는 이론을 펼칩니다. 드러커는 후자입니다. 그의 처방은 이렇습니다. "시행착오를 경영하라"

시행착오의 경영

드러커는 경영이 학문으로 정립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경영은 단순하지 않고 살아 숨쉬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이야말로 살아숨쉬는 것입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듯, 인생에도 항상 새로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해야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백신 개발자들은 철학적 사고에 빠져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백신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관찰하고, 다시 적용하고 관찰하기를 반복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를 퇴치한다. 그들에게서 인생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적용과 관찰의 반복!

스마트폰을 위시한 IT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수용과 거부를 양쪽 끝으로 둔 스펙트럼 위에서 나만의 건강한 중간 지대를 찾자! 시행착오를 두려워않는 명랑정신은 필수품입니다. 이것이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제 생각입니다. 나의 성향을 보완하려는 변화, 다시 말해 마케팅과 홍보의 달인으로의 변화는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좀 더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가진 기질과 결여되어 있는 대목을 보완하는 노력은 내 기질의 강력한 영향력을 십분 고려해야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요. 이것은 장군과 보좌관의 조화와 비슷합니다. 장군은 자기 기질이고, 보좌관은 자신이 갖지 못한 기질을 뜻합니다. 결정권이나 영향력은 장군이 갖되, 보좌관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훌륭한 장군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기질대로 살되, 갖지 못한 기질로 조금만 보완하면 더욱 훌륭하게 인생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변하려고 노력하는 까닭은 와우스토리연구소의 더 나은 리더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마케팅, 스마트폰, 홍보, 시간 관리의 달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은 나를 대체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발견하여 한껏 할용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되, 갖지 못한 것 때문에 생기는 약점을 살짝 보완하는 것입니다. 당분간만이라도 변화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변화의 파트너인 '두려움'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유니크컨설팅 이희석 대표컨설턴트 youniqu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