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죽음이 잠이라면 그건 축복!

카잔 2011. 4. 12. 11:22


이틀 연속으로 늦잠을 잤습니다. 제게 늦잠이란, 6시를 넘긴 시각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오늘은 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하니, 6시 40분이었습니다. 두 가지의 감정, 아이 참! 오늘 또 '아트'를 놓쳤군, 하는 약간의 짜증과 잠이라도 푹 잤으니 좋은 컨디션으로 오늘을 살자, 하는 힘찬 다짐이 찾아 옵니다. 게으른 나에게 짜증을 많이 내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될 터인데 나는 항상 다짐으로 짜증을 떨쳐 내 버립니다. 다짐이 자기합리화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개의 경우, 다짐을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으니 진짜 다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트'를 놓쳤다는 말을 했는데, '나의 꿈으로 나아가는 매일의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ART100 프로젝트 (cafe.daum.net/ART100) 3기가 진행 중이고, 참가자들과 나는 100일 동안 자신이 정한 시각에 매일 같은 활동, 글쓰기나 독서 혹은 악기연습 등을 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우리는 꿈으로 전진하는 매일의 훈련을 '아트'라고 부르며, 서로 "아트하세요"라고 덕담을 건넵니다. 자기를 경영하여 예술 같이 보낸 하루가 세월이 지나 쌓이면 멋진 인생이 될 것입니다. 멋진 '이상'을 품었다면, 우리가 시선을 두어야 할 곳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진짜 성장입니다. 
휴가를 내어 특별한 여행을 다녀 오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멋집니다.


내게 일어나는,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는 성장하거나 정체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다는 말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24시간의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겨 부지런히 활용할 것이고 내게 일어난 일들에 힘차게 화답하여 하루만큼 배우고 성장할 것입니다. 아마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테지만, 일상의 일들을 특별하게 보내면 가능한 일입니다. 나는 언젠가는 '일상'에 관한 책을 한 권 쓰고 싶습니다.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상철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잠은 매우 중요한 일상입니다. 인생의 1/3을 잠으로 보낸다는 것을 아깝고 안타깝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달라졌습니다. 많은 것을 성취하며 살겠다는 생각에서 내게 맡겨진 일들을 잘 완수하고 돌아가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고 난 후에는 잠자리에 편안하게 들어갑니다. 잠든 시간에도 신은 내 영혼을 돕기 위해 세상을 운행하니까요. 나는 '졸지도 잠들지도 않는 신'과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야 더욱 활력에 넘친다는 것을 믿는답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지내게 될 것입니다.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지구상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은 아님을 깨닫습니다. 브라질에서의 일입니다. 여행 중이던 우리 일행은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주차를 했습니다. 차 한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었지만 오가는 차는 없었습니다. 5분 여 후에 차를 타려고 왔더니 우리 차 뒤에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경적 한 번 울리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밝게 웃은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밝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번쩍 들어줍니다.  

나는 그 여유로운 웃음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되, 뭔가 해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내 삶에 침투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여러 가지 노력 중에 잠을 자는 시간이 얼마나 축복스러운 일인지 깨닫는 것이 우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에 늦게 잠들지 않는 것은 욕심 내려놓기의 좋은 연습일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 남이 기대하는 일을 모두 해내기에는 24시간은 부족한 시간이겠지만, 신이 맡기신 일을 해내기에는 하루 24시간은 매우 적합한 시간일 것입니다. 

죽음이 긴 잠이라면 그것은 영원한 축복일 것!

아트를 놓쳤을 때 내가 할 일은 '잠을 많이 잔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일찍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욕심'이나 '규모 없이 하루를 보낸 어리석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전날 밤에 1시를 넘겨 잠이 들면 아트를 놓치기 십상이고 적절한 안식 없이 분주하게 살고 난 다음 날은 몸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잠은 좋은 것입니다. 젊은 날에는 하룻밤 잠으로 해결 못할 피로가 없습니다. 잘 이룬 잠은 상쾌한 하루를 만듭니다. 또한 잠은 중요합니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하게 되니까요. 

잠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것, 실제로 잠을 잘 자는 것은 중요한 자기경영입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 중 '잠'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잠을 예찬한 글입니다. 일부를 옮겨 봅니다. "만약 천국에 잠이란 것이 없다면 그곳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나는 정말 가지않겠다. 내가 보스턴 미술관에서 본 수많은 그림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둘이 있다. 그런데 둘다 자는 것을 그린 그림이다. 하나는 밀레의 그림으로 농부들이 들에서 낮잠 자는 것을 그린 것이요, 또 하나는 누구의 것인지 잊었지만 잠을 자는 소녀와 그것을 들여다 보고 있는 소년을 그린 것이다." 

아마 내가 두 개의 그림을 보았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머릿 속에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들을 위주로 보니까요. 문제는 그 중요도의 우선순위가 종종 바뀐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달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깨달음이 오기 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덜 중요한 것들로 더 중요한 것들을 밀쳐 두고 살았을까요? 피천득 선생의 말이 메아리쳐 옵니다. "눈 같이 포근하고 안개같이 아늑한 잠. 잠은 괴로운 인생에게 보내온 아름다운 선물이다. 죽음이 긴 잠이라면 그것은 영원한 축복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