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더 많이 여행하고 싶다!

카잔 2011. 2. 26. 21:18


더 많은 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
- 페루 여행이 남긴 선물 (1)

페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 시(市)에 돌아다녔고, 세계의 불사가의라 불리는 마추픽추를 보았습니다. 'Old mountain'이라는 뜻의 마추픽추는 산의 정상, 봉우리 부분에 건설한된 잉카 제국의 작은 도시입니다. 세계적인 유적지에 가면서도, 지식적인 준비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마추픽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갔으니까요. (여행 책자 하나도 가져가지 못했으니,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는 오직 영어 가이드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나의 실력으로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가이드는 친절하고 천.천.히. 말해 주었습니다.)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하고 가면 더욱 좋은 순간을 맞겠지만, 준비 없이 떠나도 이런 저런 배움을 얻는 것이 또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페루 여행 역시, 순간순간 떠올랐던 생각과 때마다의 배움이 있었습니다. 여러 생각 중에서 두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00개국 세계여행?!

누군가의 꿈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몇 개국 여행을 하겠다'는 식의 세계여행에 대한 꿈을 가진 이들이 많더군요. 'OO개국 여행'이라는 표현만을 따지자면, 세계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구체적인 이유나 목표가 없는 결과지향적인 목표처럼 들립니다. 아마도 표현만 그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무얼 느끼고 배웠는지, 그리고 여행 이후의 삶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도 중요하지요.

저는 인생의 모든 순간마다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의미 추구자입니다. 독서든, 여행이든, 그것 자체로는 제게 무의미합니다. 그것이 내 인생의 무엇을 어떻게 도왔는지가 중요합니다. '나도 그 나라 가 봤지'라고 한 마디의 말을 하려고 여행을 한다면, 그것은 제게 의미 없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제가 독서와 여행을 즐기고 좋아하는 까닭은 그것이 제 삶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삶의 모든 것이 맹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여행마저도 자주 떠나다 보면, 왜 가는지에 대한 이유 없이 떠나기도 합니다. 의미 추구자가 멀리해야 할 단어가 '맹목'이라는 단어입니다. 당연하게 여기어 감사함을 잊거나, 오늘을 어제와 같은 날로 여기거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거나 등 맹목이 찾아드는 길은 매우 다양합니다.
 
맹목적인 삶의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페루 여행을 하던 어느 날 저녁 식당에서 나의 꿈의 목록을 다시 작성하려 했지요. 그 때, 처음으로 '100개국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여행한 국가를 헤아려 보니, 19번의 해외여행을 통해 20개국을 다녀왔더군요.

몽골, 뉴질랜드 남섬, 중국(계림, 상하이, 백두산, 항저우 등), 일본 오사카, 팔라우,
사이판,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캐나다, 태국, 베트남(호치민, 무이네, 냐짱/ 하노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그리스, 터키, 페루(마추픽추)
독일(함부르크, 베를린, 드레스덴, 바이마르, 프랑크푸르트, 뮌헨, 뷔르츠부르크 등)


이 목록이 100개 된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걸까요? 99개의 목록에 단지 하나가 더해진 것뿐일까요? 사실, 100개국 여행이라는 꿈은 저의 가슴이 시키는 일이 아닙니다. 그다지 두근거리는 비전이 아닙니다. 지금으로서는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목적과 이유는 여행지와 제 인생 시기를 고려하여 떠날 때마다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저는 왜 많은 해외여행을 꿈꾸었을까요?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제게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닙니다. 많은 것을 배우는 학습의 도구입니다. 저는 여행을 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면서 자기 일상과 결별을 하고 새로운 나라를 다녀온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가방 속에는 여행 짐을 꾸리고 마음속에는 나와 나의 인생을 데리고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에서 자주 하는 일은 나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나의 일과 삶의 형편을 살피며 '여행 전보다 조금 나은 나'가 되기 위한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각은 자발적입니다. 그러니, 여행 중에도 떨어지지 않는 삶의 고민에 매달려 있는 것과 다릅니다. 자기 관찰자가 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지금 내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모습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는가? 이렇게 살면 5년 후 어떤 모습이 될 것 같은가? 변화되고 성장되어야 할 부분은 어디인가?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가? 이렇게 스스로의 외부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사고 내용에 대한 지식(혹은 그런 과정)을 심리학 용어로 '상위인지'라 합니다.

여행은 상위인지를 강화합니다. 평범한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들보다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들이 상위인지를 자주 한다는 점도 어렵지 않게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100개국 여행'이 제게 의미하는 것은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게 100이라는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끊임없이 배우겠다는 것이지 어떤 도착점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징적인 숫자로 100을 세워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참 편안해졌습니다. 상위인지만이 여행의 목적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제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였던 것이죠.

남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

제게, 지금까지의 20개국 여행은 어떤 의미였는가? 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이라(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 굉장히 자주 기록합니다.) 모든 여행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몇 편의 글로 정리된 경우도 있고, 주요 일정만 기록된 경우도 있습니다. 유럽 여행의 경우에는 도시마다 몇 월 몇 시에 도착했는지, 어떤 식당에 갔는지까지 기록해 두었습니다. 언젠가 책으로 쓰려고 여행 일반에 대한 십 수 편의 글도 써 두었지요. 이 자료들을 정리하면, 제가 여행을 할 때마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불과 50일 전에만 해도 언제든지 저는 여행 자료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지요. N 사건으로 인해 여행에 대한 모든 기록과 대부분의 사진 파일까지 날아갔으니까요. 엑셀 파일 하나만 클릭하면 몇 년도에 어디를 누구와 몇 일 동안 여행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에 의존하여 내가 다녀온 나라를 헤아려야 합니다. 쿠스코의 레스토랑에서 앞선 20개국을 모두 기억해내기 위해 5분 정도를 생각해야 했으니까요. 요즘의 저는 글마다 N 사건이 등장하지요. 그렇지 않은 글은 애써 생략한 것일 뿐입니다. 저는 매일 그 사건의 영향 아래 살고 있습니다.

페루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잃어 버린 것들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고. 억울하고 슬프고 괴로운 일이지만, 정말 꿈이길 바라는 일이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삶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싶지도 않으니 제가 가야 할 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일입니다. '열심히'가 '멋지게'나 '아름답게'가 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살아가야겠지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공헌하는 삶을!

놀랍게도 지금 제가 머물고 있는 상파울로에는 산소가 많습니다. 페루 여행을 떠올려 보면, 이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해발 3,400m 높이에 위치한 쿠스코 시에서 저는 고산병으로 이틀을 고생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구토감과 두통이 더욱 심해져 14시간을 누워 있어야 했지요. 숨을 쉬지만, 산소가 부족하여 두통을 가시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고통을 피해 도망갈 곳도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해발 높이는 20~30m 낮출 수 있을 뿐이었으니까요. 공기 중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던 것입니다.

N 사건 후에도, 저는 여전히 잃어버린 것들은 소중한 것, 남은 것들은 덜 소중한 것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공부해 온 지적인 면에서 소중한 것들이 많아 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삶의 전 영역에서 볼 때에는 남은 것들이 참 많고, 그것들 모두는 소중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나의 건강, 살면서 가슴으로 배운 교훈들은 모두 제게 남아 있는 것이고, 하나같이 소중한 것입니다. 절대로 당연한 것들이 아니고, 매우 감사한 것들이지요. 잃어버린 것들을 아쉬워말고, 남은 것들을 더욱 잘 가꾸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기 위해, 쿠스코에서 제가 그렇게 고산병으로 고생한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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