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일본 대지진에 망연자실하며

카잔 2011. 3. 16. 18:20

대지진 소식을 접한 것은 금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섰더니 TV 아나운서는 끔찍한 뉴스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고,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지진이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후, 등급이 격상되어 역사상 네 번째로 큰 지진으로 기록되었지요.) 뉴스 화면으로 참사 현장을 보고 있으려니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결국 눈물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한 자리라 마냥 뉴스를 보고 있을 순 없었지만(친구는 이미 뉴스를 모두 알고 있어서), 엄청난 참사 앞에 절망스러워 할 저들이 눈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고통과 힘겨움을 겪는다지만, 지금 일본인들이 느낄 엄청난 절망과 두려움을 누가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모든 재산을 잃은 그들의 슬픔을 누가 만져줄까요? 아침에 인사를 하고 저녁에 다시 만날 줄만 알았던 가족과 영영 헤어진 이들의 고통은 어떡해야 할까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가족 분은 더 좋은 곳에 갔을 겁니다, 식의 
어설픈 위로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더 좋은 곳에 가면 무얼 합니까? 그 곳에 나는 없고, 이 곳에서는 그가 없는 걸요. 

TV 뉴스를 통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연일 보도되는 대지진 소식
대참사를 보며 밀려 오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흐르는 눈물.

슬픔 속에 잠기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애통해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지금 일본을 보고 계신 걸까요?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참사 속에서 어찌 자신의 믿음을 이어갈수 있을까요? 이해못할 일은 무조건 덮어두는 식의 지적 자살을 자행하며 기도와 믿음으로만 밀고 나가는 것이 참 신앙은 아닐 진데 말입니다. 사회의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목사님들께서 주일 설교를 통해 성도의 신앙적 이해를 위해 (편향된 근본주의 같은 관점이 아닌) 성경적 관점으로 그 이슈를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정말 그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대에서 온갖 고문을 받았던 할머니가,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 일본을 위한 성금을 하였습니다. TV를 통해 그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야말로 세상을 살리는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서의 힘 말입니다. 또한 공감의 힘이기도 하겠지요.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마치 자신의 정서처럼 느끼는 공감력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에게 힘을 주니까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배용준 10억, 김현중 1억, 류시원 2억, 박찬호 1억 4천, 박지성 1억 이렇게 스타들이 일본을 위해 기부하였습니다. 일본에서 벌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우리들입니다. 돈이 없을 때에는 쉬이 보였던 일도 실제 돈이 있으면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배은망덕'이라는 고사성어를 세상에 구현시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용서와 보은은 우리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인지도 모르지요.

저네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일본에서 보낼 앞날을 감안한 기부면 또 어떻습니까. 우리가 행하는 대부분의 선행도 나의 유익이 깃들어 있는 것 아닌지요?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가 쉽지, (선물에 대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고아와 과부에게 베풀기는 얼마나 어려운지요. 깊은 인격이란, 전혀 보상이 없는 일일지라도 기꺼이 행하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떤 선행에 진정성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따지는 그 시간에 실제로 선행을 하는 것을 포함해서요.

제 생각에 아직은 일본의 미래에 대하여 논할 때가 아닌 듯 합니다. 지금 저들이 당한 고통과 아픔을 함께 느끼고 아파하는 일이 더욱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들이 읽지도 못하는 네이버와 다음 게시판에 "힘 내세요" 올리는 것은, 어쩌면 저들을 위로하고 있다는 우리들만의 집단 기만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애도하고 있으니 나도 동참한다는 식이니까요. 위로하려는 마음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짜 그들을 위로하는 것인지 물어보자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위로는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면, 작은 돈이라도 성금을 하거나 일본인들의 메일 주소를 수집하여 영어나 일본어로 몇 마디의 위로를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짧은 몇 줄이라도 마음이 통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여행 중에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저도 바쁜 일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참혹스러운 일을, 우리 이웃 나라가 겪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삶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을 미뤄 온 이야기, 일본의 참사에 비하면 한없이 하찮은 나의 동네에 있는 개 이야기도 적어 보려 합니다.) 또한 나와 내 가족, 내 친구의 형편을 몰라라 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이웃이 있기에 우리가 있고,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의 일상을 꾸려가는 노력, 가족과 친구를 섬기려는 노력을 하다가 어느 때에는 이웃을 돌아보려는 노력도 하는 것이 좋은 삶이겠지요. 지금은 이웃의 범위를 동네, 지역, 나라에서 지구촌으로 확대해야 할 순간입니다. 민족주의가 필요할 때가 아니라, 지구촌 의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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