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과도한 책임감을 지닌 리더

카잔 2011. 6. 3. 09:02

 
어젯밤, 아팠습니다. 오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 생각했는데, 오후가 되니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잠시 누웠는데 3시간이나 잤더군요. <행복한 전문가 되기> 수업이 있어 여섯 시 조금 넘은 시각에 몸을 일으켰습니다. 집과 수업 장소까지는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에 불과한데, 그 짧은 구간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간식을 사는 것도 힘겨워서 빈 손으로 들어갔지요. 먼저 와 계시는 분들은 이번 필독서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셨습니다. 반가움에 잠시 몸이 나아지는가 싶더니, 순간 뿐이었습니다.  

사실, 집을 나서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긴 했지요. 그러나 매우 잠깐 동안의 생각에 '당연히 해야지'라는 결론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언젠가부터 몸이 안 좋다는 것은 계획을 변경할 이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컨디션이 별로여도 아랑곳 않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대부분은 별다른 문제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체력이 좋은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어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70분씩 두 번 진행되는 수업인데, 첫째 시간을 겨우 마치었습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진행했기에 제 몸이 안 좋다는 것을 참가자 분들이 눈치 챌 정도였습니다. 

첫째 시간이 끝나자마자 휴식 시간에 나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잠시 변기 위에 앉아 배를 움켜 잡았습니다. 쉬이 나가지 못하여 15분이나 앉아 있었습니다. 복도에는 참가자 두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달나라 가는 프로젝트도 아닌데 오늘은 일찍 끝마치자고 나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들의 말씀을 이해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예정된 일정을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만 두는 것은 스스로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늘 자기경영과 건강관리를 중요하다 말해왔었는데... 

하지만 난 결국엔 둘째 시간을 시작한지 십여 분이 채 못 되어 수업을 마치었습니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속이 안 좋아졌으니 참가자 분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라도 그만 두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급하게 짐을 챙겨 나왔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참가자 분들은 모두 와우 연구원 분들이라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하며 마음 만큼은 편히 왔습니다. 하지만 몸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강남역 인근에서 속을 게워내기도 했고, 잠실역 벤치 어딘가에 앉아 40분을 엎드려 있었습니다. 움직일 힘이 없었지만 가까스로 힘을 내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예상했던대로 몸이 나아졌습니다. 왠만큼의 아픔은 이렇게 하룻밤을 자고 나면 낫습니다. 하룻밤의 휴식으로 정상 컨디션을 되찾을 만큼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 편입니다. (물론, 이런 체력이 영원히 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몸이 조금은 무겁고 희미한 두통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오늘 하루 무리없이 홀로 일하다 보면 완전히 괜찮아 질 것입니다. 홀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은 제겐 휴식과도 같습니다. 나는 과로보다는 압박감이나 책임감으로 인해 두통과 스트레스가 생기는 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아픔은 과도한 책임감이 몰고 온 통증입니다. 어떤 분은 제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속병이 생기어 아픈 게 아니냐며 화가 날 땐 화를 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그런 류의 아픔은 아닙니다. 그런 아픔은 이미 가슴에서 난 화를 머릿 속에서 '화를 내면 안 돼'하고 자주 붙잡아버리는 사람에게 오는 것입니다. 나는 화가 나면 참는 편이 아닙니다. 말이 나왔으니, 화를 제어하는 두 가지 처방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렵니다. 1) 평소 : 화가 나지 않을 수 있도록 자기 마음의 크기를 넓혀야 합니다. 2) 화가 났으면 : 참으려만 하지 말고, 화를 돌보며 건강하고 지헤롭게 표현해야 합니다. 

화가 났으면서도 태연한 척 하는 것은 좋은 비결이 아닙니다. 화가 나지 않도록 자신을 잘 다스리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미 화가 난 것을 참으려고만 하는 노력은 과도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화병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화가 났으면 
자신의 감정을 잘 달래어 주라는 신호음이 울린 것입니다. 아기가 울면, 참으라고 입을 틀어막지 않지요. 어서 달려가서 아기를 달래어주지요. 아기가 울면 얼른 달래가 달래어 주는 것처럼,  화가 나면 자기 화를 무관심하게 바라보거나 참으려고만 하지 않고 우는 아기 달래듯이 달래주어야 합니다.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제가 비교적 잘 하는 일입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이번 제 아픔은 과도한 책임감 때문인 듯 합니다. 사실 일이 도저히 해내기 힘들 만큼 많은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리더가 된다는 일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8명의 와우연구원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 제게 책임감을 느끼게 만든 것입니다. 책임감 과잉은 책임감 회피만큼 리더의 성과를 떨어뜨립니다. 책임감 과잉 리더는 대체로 말없이 모든 책임을 떠맡으려 합니다. 어찌보면 미덕 같지만 의사소통을 통하여 업무를 위임하지 못하는 리더의 악덕입니다.


책임감 과잉 리더는 자신의 역량으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면서까지 일을 떠안곤 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목을 죄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건강함도 헤치는 모습입니다. 책임감 과잉 리더 앞에서 팔로워들은 대체로 책임감 회피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지나친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책임감 과잉 리더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영웅적 리더십을 내려놓고 의사소통과 위임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팔로워들과 대화를 통해 책임과 업무를 나누고 함께 일을 해나가는 합니다.

인생이라는 학교에서는 모든 순간이 멋진 수업입니다. 어제의 몸 앓이는 리더십 수업이었던 게지요. 나의 책임감이 적정 수준을 넘어간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도록 안내해 준 수업이었습니다. 어제의 두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더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도전꺼리 하나가 생겼습니다. 책임감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두통과도 결별하고 리더로서 함께 좋은 성과를 향하여 전진하고 싶습니다. 리더가 되는 길! 나의 전 존재가 확장되어야 그 길을 힘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리더가 아무리 큰 소리로 말해도 그의 삶이 더 큰 소리로 말하니까요.

"모든 직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업무를 책임지고 완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직장 내에서 리더십이 잘 발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밥 애덤스, 리더십 전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유니크컨설팅 이희석 대표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