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를 괴롭힌 숙취같은 강연

카잔 2011. 6. 28. 23:47

 

강연을 하고 왔는데 기분이 유쾌하지 않네요. 이런 날도 있습니다. 강연은 술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술마시고 나서 매우 즐겁고 유쾌할 때가 있는가 하면, 숙취로 다음 날까지 괴로운 날이 있듯이, 강연도 그렇습니다. 오늘 제 강연은 심한 숙취까지는 아니지만 상쾌하지 않은 감정입니다. 강연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뭔가 꼬인 듯 한 이 느낌! 그래서 참가자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이 심정!

하루를 열심히 살았습니다. 오늘 저녁에 '독서만찬의 밤' 행사가 있었거든요. 게다가 내일 오전 파주에서 '리더십 강연'이, 그리고 저녁에는 '행복한 전문가 되기' 수업이 있습니다. 이틀 동안 세 번의 강연이 몰려 있으니 빠듯한 일정입니다. 이런 날엔 제 아무리 게으름뱅이일지라도 '열심'을 찾게 될 것입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요.

'독서만찬의 밤'에서 진행할 강연은 일찌감치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후에는 강연 유인물을 출력하고, 참가자 분들과 함께 즐길 게임도 두어 개 준비하였습니다. 하지 않던 새로운 게임까지 준비할 정도로 오늘 행사는 부담이 되었습니다. '무스쿠스'(시푸드 뷔페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심으로 진행하려던 계획이 토즈 신천점에서의 강연 중심 행사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장소 변경은 7분 정원의 참가 신청을 제때 마감하지 못하여 열 다섯 분이나 신청하시는 바람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무스쿠스에서는 열다섯 분과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시끌벅적하니까요. 마땅한 Room도 없었습니다. 바뀐 장소에 대하여 참가자 분들이 혹여라도 상실감을 느낄까 봐, 나는 김상근 교수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라는 신간과 샌드위치 등을 선물로 준비하였습니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강연입니다. 최고의 강연을 선보이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만든 키노트(애플의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 슬라이드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오후 시간 모두를 '독서 만찬의 밤' 행사 준비에 할애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산다고 하여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님을 제 눈으로 보고 왔습니다.


지금은 집입니다. 조금은 괴로운 심정입니다.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아닙니다. 참가자 분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 드리지 못하여 느껴지는 심한 아쉬움입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제 강연이 시원찮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참가자 분들의 기대성과가 너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독서를 업으로 삼은 분들이 있는가 하면,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행사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제 자신이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효과적인 안내로 기대성과를 좁혔어야 했고, 장소 변경으로 인해 행사의 성격이 변하게 되었으니 일어날 문제를 잘 예측했어야지요. 다행하게도 강연에 만족한 분들도 몇 분 계셨지만,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원인을 들여다 봅니다. 분명한 원인 중 하나는 나의 '결단력 부족'입니다. '독서 만찬의 밤'은 리노의 독서노트 구독자 분들을 위한 행사입니다. 그래서 행사 안내를 블로그에 공지하지 않고, 독서노트를 구독하시는 분들에게만 메일로 드렸지요. 그런데, 한 강사분께서 참석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미 자신의 수강생들에게 알렸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이미 입금까지 하신 수강생 분들도 계셨지요.

그 때 나는, 고맙기도 한 강사 분의 입장을 배려하느라 행사의 취지를 포기했습니다. 잠시 고민하기는 했지요. 독서노트 구독자 분들만 모였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일을 추진해 버린 강사 분의 상황을 거절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말했어야 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 번 행사의 취지는 독서노트 구독자 분들을 위한 것이라 안 되겠습니다"라고.  

나는 결정력이 부족합니다. 결정을 못하여 머뭇거리다가 하루 이틀을 보내는 일도 있습니다. 리더십은 훌륭한 성품을 닦아나가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려운 결단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하니, 결단력 부족은 분명 제가 보완해야 할 대목입니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결정도 내릴 수 있어야 할 터인데, 나는 남들 다 하는 결정도 못 내리는 사람이라니! 이래선 안 되지요. ^^

둘째 원인은 참가자 분들의 기대성과가 참으로 다양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기대성과에서 오는 문제는 무스쿠스에서 진행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뷔페를 즐기는 것이 행사의 메인이고, 나는 대화를 즐겁게 리드하고 짧은 강연을 하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강연이 메인이 되면서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주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서로 다를 때의 강연 진행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것보다 더 어려웠음을 느꼈습니다.

살면서 넘어지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모양은 아이들이 걸음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숱하게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우듯,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고 도약합니다. 문제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섰는데 일어서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나면 그만입니다. 넘어졌다가 일어선 자들은 무언가를 주워서 일어납니다. 넘어지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이지요.

혹시 '장효조'라는 이름을 아시는지요? 통산타율 부문(3000타수 이상)에서 독보적인 1위(0.331)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타자입니다. 유명한 양준혁 선수도 통산타율에서는 장효조에 이은 2위(0.316)입니다. 현재 삼성 2군 감독인 장효조 선수는 아직까지 유일무이한 3년 연속 타격1위(1985∼1987년), 4년 연속 출루율1위(1984∼1987년)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탁월함의 경지에 이른 선수입니다.

흔히들 대선수에 대해 사람들은 "타고났다"는 말로 칭찬하지만, 그들의 실력 뒤에는 "지독한 연습"이 있습니다. 장효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선수시절, 장효조는 잘 치지 못했던 경기 후에는 그날 잠, 룸메이트를 다른 방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침대를 밀어놓고 새벽까지 스윙을 할 정도로 열정과 노력이 대단했다네요.

오늘 제가 그러고 싶은 심정입니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는 아니어서 잠시 후면 잠자리에 들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을 만들어낸 나의 '결단력 부족'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에는 메디치 가문의 훌륭한 리더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코시모 데 메디치는 으뜸 가는 리더였습니다. 그의 탁월한 면모 중의 하나가 결단력과 추진력이었습니다. 그를 연구해 보아야겠습니다. 

나도 조금씩 좋은 리더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리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유니크컨설팅 이희석 대표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