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그만 살까, 하는 생각이 들때

카잔 2011. 7. 12. 06:15

이틀 전, 우연히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전율하며 만났다는 우리(그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는 마음이 잘 통했다. 이야기는 김광석의 요절에 관한 대화로 이어졌다. 그의 죽음은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뜻밖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는 슈퍼콘서트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한 가능성을 살필 수 있는 말도 했다.

"한동안 뭔가 모르게 자꾸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을 때예요. 뭐 정말 '그만 살까?'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럴 때 어차피 '그래도 살아가는 거, 좀 재미거리 찾고 살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하며 만든 노래입니다. <일어나> 보내 드리면서 물러가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나는 이야기를 나누던 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김광석의 정서가 잘 이해돼요." 정말 그랬다.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 버리듯 우리네 인생도 언젠가 허망하게 끝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인생의 선배처럼 느껴지는 김광석도, 노래 부르던 시절의 모습은 나보다 어린 나이다. 내 어머니는 서른 아홉에 세상을 떠나셨다. 참 허망했다.

세상 모두가 외면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인생이 외면하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난다. 이러한 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작가는 얼마나 많은가! 사르트르는 아침마다 찾아오는 안생무상의 기분을 '구토'라고 표현했고 카프카는 '부조리'라고 명명했다. 이것을 노래한 곡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는 종종 생각한다. 그만 살고 싶다는.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하늘 나라에 대한 소망이 있다. 삶이 힘에 부칠 때 아무 염려 없는 그 곳으로 가고픈 소망을 품게 된다. 이들에게 죽음은 두려움인 동시에 소망의 대상이다. 그 소망을 스스로 선택하고픈 생각이 들 때, 왠지 모를 평안함이 찾아 든다. 이것은 아마도 나약함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종종 나약해진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실천하고 싶진 않다.

그리스도를 제대로 믿는 사람들은 인생에 대한 소망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죽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니다. 구토는 인간의 착각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천국 소망이 주는 것은 죽음에 대한 염원이 아니라 생에 대한 열정이다. 나는 생에 대한 열정이 신앙의 깊이라고도 믿는다. 아침에 눈을 뜬 것은 신의 뜻을 쫓아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영혼이 생생히 살아 있을 때에는 아침에 눈을 뜨며 내 인생을 기대하는 신의 기운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나는 김광석과 비슷한 정서를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한없이 평온해지고 깊은 감동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4명의 가수 중에서도 정서적으로는 가장 깊은 공감을 느끼는 가수다. 하지만 나는 생의 허무로 빠지지는 않는다. 그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와 공감하다가도, 나는 적절한 순간에 허무와 무의미 대신 열정과 소명을 생각한다. 생각은 행동을 낳는다.

나는 김광석이 좋다. 그의 진솔함이 좋고, 마치 삶을 자기 두 발로 걸어가는 듯한 주도적인 모습이 좋다. 소박하고 투명하게 느껴지는 그의 말투가 좋고, 진정성이라 하고픈 그의 노래 부르는 모습도 좋다. 김광석이 지은 노래들이 좋고, 그가 선택하여 리메크한 노래 역시 마음을 울린다. 그의 라이브를 못 들은 것이 아쉽고, 영원히 그럴 수 없음이 슬프다.

잠시 슬퍼도 나는 오늘을 열정적으로 산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눈을 떴으니까! 때로는 나에게도 생의 힘겨움이 찾아올 것이다.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지만 고난에 강한 사람은 있다. 그러니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봄의 새싹들처럼~! 그만 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지만,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할 것은 봄의 새싹들을 벤치마킹 하는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유니크컨설팅 이희석 대표컨설턴트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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