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쉼과 여유는 어디로 갔나? ^^

카잔 2011. 6. 9. 12:12


우리는 떠났다. '우리'는 와우연구원들을 말함이다. 평일에도 시간을 낼 수 있었던 8명의 연구원과 3명의 자녀들, 이렇게 11명이 여행을 떠났다. '떠남'의 목적지는 설악산과 쏠비치이고, 떠남의 테마는 '쉼과 여유'였다. 4박 5일 여행 중 오늘이 4일차다. 나흘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즐거워서였을까? 여섯 살, 일곱 살 그리고 열 살 이렇게 세 명의 아이들이 혼을 빼놓아서였을까? 어찌되었든 여행은 하루가 남았다.

첫째날, 우리는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설악산에 갔다. 오전에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를 잠시 들르긴 했지만, 핵심 일정은 설악산 산행이었다. 울산바위나 비선대를 향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여 비룡폭포를 향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 뿐 그 전까지는 걷기 좋은 산책로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힘들어 하면 되돌아올 요량이었지만 어린이들 모두 즐겁게 비룡폭포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큰 존재다.


둘째날,  오전에 영랑호와 범바위를 구경한 후 쏠비치로 향했다. 양양 낙산사에서 남쪽 해변을 따라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쏠비치는 대명리조트 중에서도 가장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노블리동 가장 전망 좋은 방이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발코니에는 월풀 욕조가 있었다. 모두들 환호했고 나 역시 기뻤다. 지난 해 쏠비치에 와서 라오텔(쏠비치 내 호텔)에 묵으면서 노블리동을 참 근사하게 보았던 기억이 났다.  

아이들은 아쿠아월드로 물놀이를 가고 어른들은 짧은 자유시간을 보냈다. 낮잠, 휴식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저녁 식사를 했다. 스페인식 레스토랑 엘비뇨에서의 식사는 푸짐했지만 왠지 모르게 어른들은 점심 때 먹었던 추어탕보다는 덜 만족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일은 한식당 '송이'에 가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놀이를 한 덕분(?)에 아이들이 비교적 일찍 잠들었다. 우리는 여러 주제로 이른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째날, 전날 밤, 늦은 시각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잠이 부족했던 우리의 하루 일정은 느긋하게 시작되었다.  식사 후, 바닷가로 나가서 물놀이를 했다. 오전임에도 햇빛이 뜨거운 날씨였지만 바닷물은 아직 차가웠다. 그래도 우리는 즐겁게 놀았다. 점심식사는 '송이'에서 한식을 먹었고, 오후에는 모두들 낮잠을 잤다. 나는 그 때 잠시 드라이브를 나왔지만, 물건을 사느라 자유시간은 길지 못했다. 밤에는 두 남자 꼬마들과 결투 놀이를 했다. 

그리고 넷째날, 오늘이다. 어젯밤 결투 놀이에서 한 팀으로 즐겁게 뛰어놀던 두 녀석이 오늘 아침엔 크게 싸우는 바람에 정신없음으로 시작된 하루였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아침 식사를 할 때에는 화해했다. 덕분에 아침 식사를 즐겁게 부페를 즐겼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은 아쿠아월드로 물놀이를 가고, 가지 않은 어른들에겐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이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라운지에 왔다. 한 시간 후면 아쿠아월드에 가야 하지만,  지금 나는 평온하다. 

4일 간의 일정을 돌아보니 즐거움도 있었고, 정신없음도 있었다. 정신없음은 와우친친과 떠나는 여행의 특징이다. 5~6살 아이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 분명 정신이 없다. 녀석들은 깨물어주고 싶은 만큼 귀여워 죽겠다가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울 때가 있다. 아이들과의 여행이 좋으냐 싫으냐 묻는 것은 내게 의미가 없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좋든 싫든 나는 남자이듯이 와우친친과의 여행에서 좋든 싫든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정신없음 위에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살가움을 창조하고 잠깐씩 주어지는 자유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필연의 터 위에 자유의 집을 짓는 것이 인생이다. 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땅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하늘을 열고 꽃을 피워낸다. 우리도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자기 세상을 열고 기쁨을 창조할 수 있다. 자기 삶의 실재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잘 활용함으로써.

대가족이 4일 동안 함께 하니, 홀로있음이 그리워졌다. 홀로 사는 것은 좋다. 밤에 귀가하여 텅 빈 집에 홀로 누워 음악을 듣는 것도 좋고, 나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런 자유가 너무 좋아서 영원히 이렇게 살고픈 마음도 있지만, 그런 자유만큼 나는 공동체를 사랑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은 자유만큼 좋은 것이다. 홀로 사는 것도 좋지만, 나의 자유를 일부(때로는 전부를) 내어놓더라도 부부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도 좋다.

나는 결혼 생활을 위해 기꺼이 나의 자유를 내놓을 것이다. '자유와 공동체성 어느 하나'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와 공동체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고, 또한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였던 '쉼과 여유'는 사라졌다. 하지만 다른 것들이 채워졌다. 나에게 소중한 이들과 함께 같은 체험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체험들이 쌓이면 친밀함이 된다. 나는 친밀함은 참 좋은 것이라고 믿는다. 


좋은 삶은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킬 때 이루어진다. 바다 위 두 마리의 갈매기가 하늘을 난다. 함께 날지만 저들은 자유롭다. 함께 그리고 자유롭게, 이 두 단어는 부부가 삶에 조각해야 할 단어이리라. 이번 여행에서 내 안에 있는 '개인성'은 쉼과 여유를 기대했지만, 실제의 여행은 내 안에 있는 '공동체성'을 개발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자유와 공동체성! 이 둘 사이의 균형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으로 보면서 실감했다.  

정신없었지만,
그것이 우리 와우친친 여행의 모습인 것이다.
나는 그것을 힘껏 받아들인다. 
조용히 입술을 달싹거려본다.
필연의 터 위에서 자유의 집을 짓는 것이 인생이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유니크컨설팅 이희석 대표컨설턴트 youniqu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