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어떤 거죠?

카잔 2011. 11. 25. 16:29

와우팀원이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달 전의 일입니다. "일상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팀장님,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건가요?"

바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하세요, 라고 말하긴 쉽지만 '최선'에 대해 갖는 느낌도 다를 테고, 해석도 달리 할 테니까요. '열심을 다하면 길이 열립니다' 식의 말은 답변이 안 될 것입니다. 나는 최선과 열심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질문을 자주 생각했습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기'라는 화두 말입니다. 나의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나는 어떻게 일상을 사는지 관찰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면서 메일에 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메일을 받은 날부터 '최선'을 염두에 두면서 행한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7기 와우팀원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약속이 잡혀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남의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어떡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도 하고, 최근 회사를 나온 그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미리 정리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책은 예쁘게 리본 포장을 함으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 8기 와우팀 MT 가 있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공헌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분위기를 돋는 데에 와인이 좋을 것 같아 마트에 가서 와인을 구입해 두었습니다. MT 담당 팀원에게 숙소에 와인잔이 충분히 있는지 확인하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MT에서 하게 될 강연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어떤 일로 그의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을 다른 일에 대한 불평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기분을 달래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의 애교가 통했는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더니, 녀석은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더군요. 최선을 다하니 상황이 개선된 것입니다.

세 가지의 상황들을 모두 최선을 다하려는 행동이었습니다. 메일을 보낼 때에는 다른 사례도 더 적었는데, 상황들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생각, 준비 그리고 노력! 나는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한 귀납적인 결론 하나를 얻은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간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1.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이 최선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제대로 답변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학창시절의 나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입하는 시간의 양을 늘리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노력하는 시간의 양적 확대입니다. 열심히 하는 것, 다시 말해 Hard Working을 1차적 최선이라 합시다. 하지만, 1차적 최선은 한계가 있고, 잠을 지나치게 줄이다 보면 장기전에서 건강에 무리를 주기도 합니다. 

학찰 시절, 우리 반에는 학교에 와서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연습장은, 교과서를 빼곡히 옮겨 적어놓아 너덜해져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그렇게 교과서를 들이파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한다는데, 성적은 중간 정도였습니다.

그는 교과서의 모든 말을 옮겨 적었습니다. 전혀 중요하지 않는 도입부의 설명에서부터 말이 종결되는 '습니다' 까지 모조리 적었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선생님도 그의 열심에 비해 낮은 성적을 아쉬워할 정도였습니다.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시간의 양적 확대 그 이상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해에 만난 K는 아주 성실하고 배움에 열정적인 23살 여대생입니다. 겸손하고 배려심도 깊어, 나는 그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남자친구 도영은 3개국어를 탁월하게 구사하는 능력 있는 동갑내기 학생입니다.

K는 남자친구가 공부를 빨리 끝내고 놀 줄도 아는 사람이라고, 자기 친구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도영이 효과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어, 비결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중요한 한 마디를 했습니다. "저는 4시간 정도의 공부꺼리가 있으면 항상 어떻게 하면 그걸 3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지 궁리해요"

이것이 2차적 최선의 본질입니다.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가 최선이 아닐 수 있습니다. 2차적 최선은 Smart Working 입니다. 시간의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Hard working 에서 Smart working 로의 전환은,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최고의 노하우와 최적의 프로세스를 고민하여 수행할 때 이뤄집니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행동에 노력을 깃들이는 것입니다. 만남이 있다면 왜 만나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고, 그 이유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정성껏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시간의 양적 투입이 1차적 최선이고, 시간의 질적 개선이 2차적 최선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직장 상사에게 2차적 최선까지 기울인 보고서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번에 말씀하신 보고서입니다. 최선을 다해 완성했습니다." 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해서 나는 전날 밤을 새워 꼬박 투자했고, 스마트하게 일하려고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습니다. 빡빡하게 일을 시킨 상사에게 약간의 시위성 느낌이 묻어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완벽주의였던 그 상사는 한 대목이 조금 미흡하게 느낀 듯 했습니다. 보고서의 둘째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부분은 왜 이래?" 딱 한 대목이 찜찜했는데 상사는 귀신같이 그걸 집어냅니다. "아, 그게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어서요." 상사는 짧게 물었습니다. "이 대리에게 물어봤어?"

아뿔사! 누군가에게 묻고 도움을 구한다는 것은 홀로 고민하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나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이었습니다. 시간의 질적 개선을 해도 안 되면,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에게 질문하거나 도움을 구하는 Working Together의 단계가 3차적 최선입니다.
 
3차적 최선은 단순히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서로에게서 배움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캔 블랜차드의 『하이파이브』는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보여 줍니다.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활용하고 도움을 받는 법을 배울 때, 우리의 최선은 또 다른 차원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Hard Working, Smart Working 그리고 Working Together 의 단계를 거치며 우리는 더욱 높은 수준의 최선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양적 투입, 시간의 질적 개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 요청하는 순서로 노력하는 것이 무엇이 최선인가, 에 대한 나의 답변입니다.

최선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었으니, 이제 무엇을 행동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최선에 대한 이야기는 길었지만,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진행됩니다.

2. 미리 준비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행동입니다. 앞날을 미리 내다보아 그 일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와우팀원의 메일을 받고서 '나부터 최선을 다해봐야지' 하고 생각했을 때, 가장 자주 시도한 것이 '미리 준비하기'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교통 체증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위기는 미리 내다보아 일찍 출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예상할 수 있는 위기인데도, 대처할 준비를 하지 않아서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신이 즉흥적으로 일하고, 데드라인이 다가와야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성정이라도 그것이 과연 최선인가, 를 묻는다면 금방 답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조바심이 느껴져 늘 하던 대로 일하게 되어 최고의 노하우와 또 다른 프로세스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여유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부탁하기란 더욱 어렵기도 합니다. 일을 여유롭게 시작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분명 최선을 다하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3. 매순간마다 자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도 최선입니다. 노력은 다양한 모습을 지닙니다. 노력이란 매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소원을 이루기 원한다면, 매일마다 노력을 기울여야지요. 비록 1차적 최선이긴 하지만, 성실함은 분명 훌륭한 가치입니다.

여기서의 노력은 성실함보다는 집중력을 말합니다. 매순간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 더 의미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간의 질적 개선에서 이미 집중력을 생각하신 분도 있겠지만, 거기서는 노하우와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었고, 여기서는 개인의 태도와 마인드로써 집중력을 다루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산만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한 최선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잠시 동안이라도 파트너와의 대화에 몰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만남의 목적으르 생각하며 그 목적에 집중하는 마음이 중요하겠지요. 

놀려고 모였으면 괜히 민감한 정치 문제를 들먹이지 않아야 합니다. 데이트하려고 연인을 만났다면, 연인의 부족한 점을 가르치거나 개선하지 않고 만남의 목적인 즐거운 데이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순간마다 무엇이 최선인지를 묻고 그 최선에 다다르는 행동에 집중하자는 말입니다.

이제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최선에 이르는 종합적인 관점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유효한 접근은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가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말이 마음에 들어 옮겨 봅니다. 너무 이상적이고 진지한 접근인 듯 하나, 최선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생각됩니다.

"당신이 환경미화원이라면 마땅히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베토벤이 작곡을 했던 것처럼 거리를 쓸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멈추어 서서 '여기, 자기 일을 정말로 열심히 임했던 위대한 환경미화원이 살았다'고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와우팀원에게 이상의 내용으로 메일을 보낸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메일을 받은 그는, 어떤 대목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 주더군요. 기분 좋았습니다. 지금 그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에게 달린 일입니다. 최선을 완성하는 마침표는, 적.극.적.인. 실.천.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