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독서의 유산을 남겨라

카잔 2012. 1. 16. 06:01


나는 독서할 때,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합니다. 아래 글은 그런 노력들 중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단 하나의 최선책이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론이란 없습니다. 이것 저것 스스로 실험하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나의 얘기도 하나의 실험꺼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밑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어라


나는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7, 8년 전에만 해도 자를 대고 반듯하게 줄을 그었다. 색깔을 달리 하여 긋기도 한다. 이를테면 저자의 주장이나 주제에 관한 내용들은 빨간색, 책의 큰 흐름과 관계되어 정리해 두고 싶은 내용들은 파란색, 그 외 필자의 흥미와 관련된 내용들은 검은색으로 긋는 식이다.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삼색 볼펜을 들고 다닌다. 책가방이나 주머니에는 늘 삼색 볼펜이 있다. 요즘에는 2가지 색으로 압축하여 그을 때도 있다. 자를 대지 않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주로 이동할 때 책을 읽기 때문에 자를 대고 긋는 것은 시간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한 문단 전체를 밑줄 그을 때에는, 밑줄 대신 문단 전체를 직사각형 박스로 묶어두는 게 빨랐다. 한 챕터 전체가 중요하면 글의 제목 부분에 별표를 해 두면 그만이다. 중요도에 따라, 혹은 나의 가슴 떨림에 따라 별표 수를 달리했다. 하나짜리 별표에서 최고는 네 개짜리까지 있었다. 밑줄을 그은 후에는 책의 모서리를 접어 두었다. 이렇게 해 두면,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찾기가 수월해진다.


일본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엄청난 독서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밑줄을 긋지 말라고 했다. 밑줄 긋는 시간에 계속 읽어나가면 책 읽는 속도가 5배는 더 빨라진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의 제안을 따라 해 보았다. 책 읽는 속도가 5배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 빨라지기는 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고 책을 뒤적여도 밑줄이 전혀 없으니 어떤 구절을 곱씹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다시 밑줄을 긋기로 했다. 직접 실험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방법을 택하면 될 것이다. 


메모를 하거나 자기만의 표시를 하라


책 읽기는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활동인 동시에 사고의 확대 재생산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좋은 책을 읽으면 사고력이 활발해진다.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을 붓는 것처럼 내 안에서 아이디어와 새로운 깨달음이 마구 샘솟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메모를 해야 한다. 메모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지금까지 우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져 버린 좋은 아이디어를 아쉬워하라. 이제부터는 그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자.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데, 책 읽기에서도 유용하다. 책을 한 권 읽었다는 결과론적 사실보다는 책 한 권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변화하고 성장하였는지가 중요하다. 한 페이지의 책을 읽었더라도 개인사적 도약을 경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독서는 철저히 개인의 변화와 성숙에 초점을 맞춘 과정 지향적으로 읽어야 한다. 그 변화와 성숙을 일으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적 발견이 자신을 찾아올 때, 그것을 메모로 남겨야 한다.


나는 주로 책의 여백을 활용하여 메모한다. 감격적인 책일수록 책의 여백에 쓰인 메모가 많아진다. 지하철에서는 물론이고, 길거리를 걷다가 멈춰서 메모할 때도 있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환승역에서는 갑자기 멈춰서면 안 된다. 뒤따라오던 행인이 나에게 부딪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 때에는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이때는 마치 차를 주차하듯이 서서히 인도의 가장자리 쪽으로 걸어가서 멈춰야 한다. 그렇게 멈춰 서서 수 분 간을 메모할 때도 있다. 이상하게도 커피숍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에는 메모할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메모는 참 편안할 텐데, 신기한 노릇이다. 걷는 것이 생각하기에 더없이 효과적이라는 데 경험적으로 동의하게 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소요학파 철학자들처럼 일부러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가곤 한다. 생각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시간에 책을 읽는 편이어서 별도로 수첩을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주로 책에다 메모를 하는 편이다. 책에다 메모를 하면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별도의 수첩에 기록하거나 책 제목별로 파일을 만들어 PC로 관리하는 분들도 있다. 좋은 방법이다. 집중하여 읽고 싶은 훌륭한 책이거나, 가만히 앉아서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노트나 파일을 만들어 메모하며 읽는 것도 좋다. 중요한 책들은 읽고 난 후, 가슴을 치고 들어온 구절을 노트북에 옮겨 두면, 훗날 책의 내용이 필요할 때 검색을 통해 재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자기만의 차례와 색인을 만들어라


책에 제시된 차례와는 별도로 자신만의 차례를 만들어 보라. 이것은 몇 가지 방법 중에서도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특히 메모와 밑줄을 연계하여 활용하면 더욱 효과가 좋다.


책 표지를 한 장 넘기면 책 본문이 시작하기 전까지 한두 장의 간지가 들어 있다. 이곳에다가 자신만의 차례를 만들어 보라.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었던 페이지 수를 표시하고 옆에다가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두면 된다. 메모해 둔 페이지를 적어 두는 것도 좋다. 『미완의 시대』라는 책을 읽고서 만든 나만의 차례 중 일부를 예로 들어 본다.


* 어머니 : p.24, p.69

* 독서에 대한 언급 : p.p.40~41, p.141, p.p.162~167

* 학교 수업보다 독학을 통해 더욱 많이 배운 에릭 홉스봄 : p.102

* 공산주의자 에릭 : p.229, p.237, p.258

* 홉스봄이 공산당에 남은 이유 : p.p.356~357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의 표지를 넘기면 모두 21개의 ‘나만의 목차’가 적힌 간지가 나온다. 이 정도면 꽤 많은 편이다. 나만의 목차는 책 한 권에 적게는 4~5개에 불과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10개 정도가 된다. 이러한 목차는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 중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 p.p.55~57 : 이야기 전체를 기억하기

* p.p.66~67 : 토머스 에디슨의 ‘재난의 가치’ 잃어버린 독서카드, 다시 시작하면 된다.
* p.p.95~97 : 가르침은 사랑이다. 그것은 아이의 부서진 가슴을 껴안고 함께 우는 것이다. * p.149 : 깨달음 3가지


지금 당장 독서노트를 시작하라


독서를 하며 삶의 성장과 변혁을 꿈꾼다면 책의 중요한 내용을 기억하고 내 삶에서 재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식의 넓이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기에 독서노트 따위는 별로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독서 습관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에 부담이 되는 방법은 훗날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모든 영역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보다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구체적인 독서 Tip 의 마지막 방법으로 독서노트 쓰기를 제안한다.
나는 1998년 12월 17일부터 독서노트를 써 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을 해야 깊어진다. 이를 두고 나의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읽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쓰지 않으면 깊이 알 수 없다. 깊지 않으면 사이비다.”


지속적으로 학습하지 않아 깊이가 얕아지면 결국 더욱 깊이 있는 다른 강사들에 비하여 나의 강연은 사이비가 되고 만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강연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욱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독서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독서를 마쳤으면 종이에 뭔가를 써 보라. 처음부터 그럴듯한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 그냥 편하게 시작하라.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묻지도 마라. 그냥 한 줄만 써도 좋다. 읽은 것에 대한 간략한 소감도 좋고, 이번 책이 지루하다고 적어도 좋다. 나의 초창기 독서노트에는 몇 페이지에 오타가 있으니 출판사에 전화해서 알려 주어야겠다고 적은 기록도 있다. 처음엔 아무 내용이나 써라. 부담 없이 써야 오래간다.

중요한 것은 읽은 것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매일 쓰다 보면 재미가 붙어 독서노트를 쓰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한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멋진 서평 하나를 쓰는 것은 쉽지 않지만,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하여 어떤 감상이나 생각을 한두 줄 적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스프링 노트 한 권을 사라. 거기에 날짜를 적고 오늘 읽은 책의 제목과 읽은 페이지를 표시하라. 다음으로, 좋았던 구절을 옮겨 적거나 간단한 소감을 적어 보라. 나의 첫 번째 독서노트는 파란색의 딱딱한 표지가 있는 일반노트였다. 첫 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1998년 12월 17일 맑음

“나의 미래를 위해 오늘부터 독서일지를 시작하려 한다.

많은 책들로 내 삶의 질이 향상되고 희망으로 가득차기를 믿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자. 99년까지 100권을 읽을까?

좋다. 100권 이상이 목표다. 희석아 출발!”


이렇게 시작된 독서노트는 읽은 책에 대한 유아적인 메모로 가득하다. 몇 개를 더 옮겨 본다.


1998년 12월 28일 월요일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주식투자』, p.p.1~117

내용이 다소 어렵다. 하지만 자꾸 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장을 넘겼다. 독서일기를 쓴다는 게 기쁘다. 또한 기대된다.


1999년 1월 5일

『조선왕조 오백년․하』, p.p.220~240 끝 ^^ 히히

고종 시대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 특히 헤이그 밀사 사건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일본에 대항하는 우리나라의 애국자들! 그에 반해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 5적신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

독립운동에 관심을 갖게 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 자랑스럽다. 나 또한 그 분들 보기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으리라!


1999년 1월 25일 월요일

『존 F. 케네디』 p.p.97~160 끝

전기문임에도 너무 사실적 묘사만 있어서 사건에 대한 감동이 덜했다.


처음부터 완벽해지려는 욕심을 버려야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 저렇듯 유치했던 필자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성숙해졌다. 4년이 지난 2002년의 독서노트를 보니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보며 스스로의 성장을 느끼는 것은 최상의 행복이다. 2002년 독서노트는 분량이 많아 이번 장의 마지막에 실었다.


독서노트의 목적은 독서하며 생각하고, 또 그 생각을 놓치지 않기에 위해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의 비전이 소설가가 아니라면, ‘문장가’보다는 ‘사색가’를 지향하는 것이 더욱 유익하다. 좋은 글과 아름다운 문장은 지속적인 독서와 깊은 사고의 결과물이다. 과정보다 결과에 치중하는 것은 독서에도, 자기 계발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그림을 가슴에 품어 열정을 지니되, 집중해야 할 곳은 과정이다.


여러분에게 독서노트 쓰기를 권유한다. 어떤 형식을 찾지 마시라. 무형식의 자유로움이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에도 좋고, 편안함을 느끼기에도 좋다. 독서노트에 당신만의 형식으로 자유롭게 사유를 펼쳐 가자.


                                                  - 이희석의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제4장  中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