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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출발점

카잔 2012. 2. 13. 20:31

재구성,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출발점
- 에릭 부스의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을 읽고

1.
그는 구도자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
인생을 이해하고 지혜를 구하고자 오대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 속에서 정각 9시 취침과 새벽 4시 기상을 기본 생활 수칙으로 여기며
미숫가루와 신선한 채소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겨울엔 아궁이에 불도 때지 않고 냉방에서 생활하며 심신을 단련시켰다. 
단전호흡을 하고 매일 100리 길을 산책하며 구도자처럼 살았다.
20년 세월을 보내니, 그를 지칭하는 말들이 생겨났다. 
오대산의 현인이라 불리는 박해조 선생의 이야기다.

박해조 선생의 지혜는 한없이 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쓴 책을 쉬이 권하기는 힘들다.
난해하기보다는 내용과 표현이 생경해서 독자들마다 호불호가 분명할 테니까.
아마도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팔렸을 텐데, 나도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다.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즐겁게 풀어야 할 ‘놀이’에 불과하다고, 책은 말한다.
요컨대, 인생살이는 3가지의 놀이다. 의식주 놀이, 만남 놀이 그리고 문제해결 놀이.
나는 글에서도, 강연에서도 박해조 선생의 놀이 비유를 소개하곤 했다.
사명완수 놀이를 덧붙이며, 나는 인생을 4가지의 놀이로 생각한다고.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은 '삶은 3가지의 놀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수 있으면 살아가는 태도와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많은 구루들이 관점 전환의 중요성과 노하우를 다룬 까닭이다. 
구루들마다 관점 전환을 조금씩 다른 명칭으로 불렀지만, 핵심은 하나다. 
관점을 바꾸면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하는 행동이 달라지면 얻는 결과가 달라진다! 

2.
찰스 핸디와 톰 피터스는 경영학의 구루들이다.  
그들 모두 관점 전환의 중요성을 재구성 Re-framing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찰스 핸디는 『비이성의 시대』에서
"관점을 전환하는 재구성(Re-frame)은 사물, 문제, 상황, 사람 등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 보거나 앞뒤를 바꾸어서 바라보기, 
다른 배경이나 맥락 속에 놓아보기, 문제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하기,
대재앙이 아니라 가벼운 딸국질로 간주하기" 등이 그 예다.
재구성의 달인이 되려면 "기존의 방식에는 '왜지?'라고 되묻고,
재구성 작업으로 얻은 대안에 대해서는 '안 될 게 뭐야?'라고 묻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렇게 묻기만 해도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톰 피터스 역시 『The Project 50』[각주:1] 에서 이렇게 썼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재구성이다.
모든 업무를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로 바꾸는 일이다!"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와우 프로젝트의 세계는 이 하나의 단어를 기초로 한다. 재구성(Re-frame)!"

스티븐 코비는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이 처음 사용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으로
보는 관점을 설명했고 관점 전환(
패러다임 시프트 paradigm shif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구성을 뜻할 법한 용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Re-imagine이다. 
Re-frame 이란 단어가 보편적이지만, 관점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이란 점에서 나는 Re-imagining이 더 좋다.

Re-imagine은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의 원제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사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개념으로 웹에는 종종 등장한다.)

3.
박해조 선생은 삶의 관점을 전환하라는 말을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냈고
찰스 핸디는 학습 과정에서 재구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톰 피터스는 선동가답게 재구성으로 독자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톰은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다음과 같은 행동법칙을 적어 놓았다.

(1) 현재 프로젝트를 한 페이지로 설명하라. 
명함철을 뒤적여 3~4명의 멋진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내라.
재구성을 위해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2) 가장 멋진 사람과 48시간 이내로 약속을 잡아라.
프로젝트의 전권을 그에게 넘긴다면 어떻게 재구성할지 물어보라.  


4.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이하『일상 예술』)의 핵심 아이디어도 재구성이다. 
저자 에릭 부스는 '예술'을 도구로 가져와
삶에 대한 재구성을 시도한다.

"섹스를 다른 사람에게 대신 부탁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예술을 전문가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무척 클 뿐만 아니라
개인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술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이 책의 목적은 매혹적인 것들과 끝없이 교감하는
우리의 타고난 예술적 권리를 되찾는 데 있다."


책이 지향하는 곳은 예술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의 예술화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거나 예술 입문을 권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예술처럼 살라고, 특히 예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결과물이 아름다운 그것이 곧 예술이다.
인간이 빚어내는 예술의 스펙트럼에서 우리의 일상이 한쪽 끝을 차지한다면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예술은 또 다른 한쪽 끝을 차지한다.
예컨대 신혼부부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정성스럽게 차린 저녁 식탁이 한쪽 끝을 차지한다면
다른 쪽 끝에는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다."


책의 제목에도, 본문에도 줄곧 예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가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고
하루를 경영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예술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술은 삶의 관점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일상을 창조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삶의 순간마다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다.

5. 
"예술이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예술은 '짜맞추다'라는 동사로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이란 일련의 경험이나 실험처럼
무엇인가를 관찰해서 얻어내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예술이 어떠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책의 아이디어는 너무 비약적인 것이 되지만

예술의 어원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임에 주목하면 이 책은 인생경영의 잠언집이 된다. 

6. 
그렇다면 예술 행위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 행위는 3가지다. 세상 만들기, 세상 탐구하기, 세상 읽기.
세상 만들기는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는 행위다. 
세상 탐구하기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행위다. (호기심, 사랑, 감정이입이 중요하다.)
세상 읽기는 평범한 부분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행위다. 
창조하고 배우고 의미를 찾아내려는 모든 노력이 예술 행위라는 말이다.

삶의 경영에 예술 행위의 과정을 도입하라는
책의 핵심 아이디어가 아주 매혹적인데도, 책을 이해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3가지의 예술 행위를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들고 배우고 의미 찾기를 각각 세상 만들기, 탐구하기, 읽기라는 비유로 전환한 것과
거기서 다시 비유로 사용한 개념(세상)을 설명하다 보니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3가지의 예술 행위에 대해서는 '3장 : 일상 창조의 조건'에서 자세히 기술된다.

7.
책은 4개의 챕터로 나뉜다. 
다시 소주제로 구분되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챕터 구분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Chapter one. 책의 메인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예술의 본질은 결과(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행위)에 있다.

Chapter two. 결과물(예술 작품)이 아니라,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예술 행위)을 소개했다.

걸작 탄생의 원천 5가지로 열망, 관찰, 비유, 재구성, 참여를 들었다.
당연히 나와야 할 내용이고 모두 예술 행위의 중요한 재료들이다.


Chapter three. 세상 만들기/ 탐구하기/ 읽기, 라는 예술 행위를 파고든 장이다.
책의 핵심 주제는 '예술 행위'를 구체적으로 다루었기에 중요한 내용이다.
나는 2장과 3장의 순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Chapter four. 예술 행위를 시작하기 위한 조언 등의 실제적인 문제를 다룬 장이다.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정신을 소개하며 열망과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의 구조는 안정적이나 챕터의 내용이 어색하여
다른 챕터로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었고, (아마추어 정신)

챕터의 순서에 대하여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목차를 보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니, 괜찮은 구조다.


8.
책을 읽다가 자주 톰 피터스를 떠올렸다. 
재구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먼저 깨달음을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시드니 코퍼레이션의 필 다니엘스의 말을 들려 주며
내가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뛰어난 실패에 상을 주어라. 그저 그런 성공에는 벌을 주어라."
(Reward excellent failures. Punish mediocre successes.)


『The Project 50』책의 여백에는 2002년 9월에 써 둔 메모도 있었다.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었다.
또 하나의 그저 그런 성공을 거부하자.
주어진 임무를 재구성하여 영원히 기억될 프로젝트로 만들자.
실패하더라도 뛰어난 실패가 되게 하자."


2008년에는 톰 피터스의 영향이 컸음을 보여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예술 작품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나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몽골의 초원과 하늘만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한 통의 이메일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는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름답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진정 내 삶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에 있는가?
아름다움은 예술과 자연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도, 나의 일에도 아름다움을 조각할 수 있다."


9.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그리고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을 읽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가 재구성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또한 어느 정도는 재구성에 성공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적도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예술』을 일독한 것은 도움이 됐다.
재구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할 수 있었으며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거나 배움을 더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상 예술』이 재구성 그 이상을 다뤄준 덕분이다.


예술가처럼 살아가라는 관점을 제대로 설득했을 뿐만 아니라, (재구성)
예술이 이뤄지는 과정(예술 행위)을 보여줌으로 재구성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게다가 예술 행위의 원천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고
아마추어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뤄주었다.

보상을 바라지 않기에 더욱 순수한 열망으로 몰입할 줄 아는
아마추어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며 나의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아마추어의 열의를 지니지 않고 탁월한 프로페셔널이 될 수 없음도 상기했다.

10.
첼리스트 요요마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우리의 삶 자체"다.

『일상 예술』을 읽은 이가 시도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일상 예술가가 되어 날마다 예술을 행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예술 행위에 몰입할 것이다.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평범한 일상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면서.

내 삶이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꿈꾸고 도전하고 실천하고 싶다.
2
008년에 썼던 나의 글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자, 이제 일하러 가자. 일감바구니를 뒤적여보자.
한 가지 업무를 꺼내 Beautiful하게 만들 방안을 생각해 보자.
필요한 것은 재능과 최고의 지식이 아님을 명심하고 시도하자.
집중력을 발휘하고 상상력을 덧입혀 업무의 개념을 재창조하자.
나는 평범한 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하는 것이고
고객을 ‘열광하는 팬’으로 만드는 유혹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것이다.
나는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의 변화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하루를 멋지게 사는 비결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상 예술가다.

Wow를 조각하는 예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1. 『The Project 50』는 2002년에 출간된 『와우프로젝트 1, 2, 3』중에 두 번째 책인데 절판되었음. 2011년에 세 권을 합본하여 『와우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음. (21세기북스) [본문으로]